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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더 박스 - 리처드 매드슨 / 나중길 : 별점 2.5점

 

더 박스 - 6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나중길 옮김/노블마인

"나는 전설이다"의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비롯해서 전부 10편의 작품이 실려있네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버튼, 버튼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
매춘부 세상
흡혈귀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카페에서 생긴 일
충격파
벙어리 소년
특이한 생존 방식
소름 끼치는 공포

반전물로는 "버튼, 버튼", "매춘부 세상", 그리고 범위를 좀 넓게 잡으면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 "흡혈귀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 까지 총 4편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외의 다른 작품들은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 ("카페에서 생긴일"), 썰렁 판타지 ("옷이 사람을 만든다"), 풍자 블랙 코미디 ("소름 끼치는 공포") 등 다양한 장르가 실려있어 일견 풍성한 느낌을 전해주네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별로였어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좀 옛날 작품이라는 느낌이 팍팍 전해져온다는 것과 반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많았거든요. "나는 전설이다"와 비교한다면 한참 처지는 단편집이라 생각되더군요.
예를 들자면, 표제작인 "버튼, 버튼"의 경우 20년전 환상특급 (Twilight Zone)의 에피소드를 연상케하는 작품인데 반전으로서의 설득력도 부족했고 너무 예상 가능한 결말이 아니었다 싶었어요. 버튼을 누를 경우 모르는 사람이 죽는 대신 5만달러를 받는다는 기본 설정은 분명 거장의 솜씨인데 전개와 마무리가 너무 약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버튼을 누르면 특정 "방"의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고 그 전기료를 한전이 버튼 주인에게 보내준다는 소박한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매일 아내가 버튼을 눌러 적게나마 용돈벌이를 하는데 어느날 남편이 버튼의 작용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안에서 질식해서 죽는다는 이야기... 이게 더 재미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
그리고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그야말로 "썰렁한" 이야기더군요. 반전물도, 범죄물도 아닌 드라마인 "충격파"는 독특하기는 한데 기대와는 너무 다른 작품이라 겉도는 느낌이 강했고요. 차라리 두 작품 모두 "스멀스멀" 계열로 쭈~욱 끌고 갔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 진지하고 짤막한 드라마 "특이한 생존 방식" 도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고 풍자성격이 강한 블랙코미디 "소름 끼치는 공포"도 독특함은 좋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 특화된 발상과 풍자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하지만 거장다운, 기대에 값하는 좋은 작품도 물론 실려있습니다. 영매가 등장하는 범죄스릴러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는 마지막 부분의 서늘한 느낌이 일품이었고, 블랙코미디스러운 맛과 독특한 설정, 반전까지 깔끔한 "매춘부 세상"은 그야말로 반전물 단편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더군요. 고딕 호러에서 시작해서 완전범죄 추리물로 끝나는 "흡혈귀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는 추리 애호가로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고요. 초능력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시각이 돋보이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뻔해졌지만) "벙어리 소년"도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작가 특유의 서스펜스와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진지한 범죄물 "카페에서 생긴일"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돋보이이기에 이 단편집 베스트로 꼽고싶습니다. 디테일하게 파고든다면 범죄가 너무 빨리 들통난다는 것과 주인공 여성을 범인들이 너무 쉽게 놓아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이런 단점을 뛰어넘을 정도로 숨막히는 전개가 돋보이는 명편이거든요.

결론내리자면 절반정도는 괜찮았고 절반정도는 그냥 그랬던 어중간한 책이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썩 뛰어나지는 않지만 읽는 재미는 있고 짤막한 작품들이니 만큼 심심풀이로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적합한 단편집이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되도록 구입보다는 빌려읽으시기를 권합니다.

PS : "버튼, 버튼"은 카메론 디아즈 주연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는데 보지는 못했지만 대관절 어떻게 만들었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원작 단편은 30분짜리 단막극으로 만들어도 충분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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