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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7퍼센트 용액 - 니콜라스 메이어 / 정태원 : 내게는 별점 4점!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셜록 홈즈의 7퍼센트 용액 - 8점
니콜라스 메이어 지음, 정태원 옮김/시공사

심각한 코카인(이른바 7퍼센트 용액) 중독에 빠진 홈즈는 악의 원흉으로 지목한 모리어티 교수를 응징하기 위해 집착했다. 왓슨은 홈즈의 중독이 심각하다고 판단해서, 치료를 위해 유명 의사 프로이드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왓슨의 머리로는 홈즈에게 들키지 않고 그를 프로이드와 만나게 하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왓슨은 홈즈의 형 마이크로포드와 상의하여 홈즈를 프로이드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게 할 계획을 짜냈다....

출간 전 부터 셜록 홈즈 팬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작품입니다. 셜록키언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받는 파스티슈 작품인 덕분입니다. 홈즈 완역본은 물론, 다른 파스티슈물들까지 출간되고 있는(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베이커가의 살인 등등등) 최근 몇년 사이의 홈즈 붐에 비하면 출간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듭니다. 그래도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일본어 문고판으로 구입해 놓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보니 문장이 너무 답답해서.... 독서를 미루던 와중이었는데, 한국어판이 나와서 곧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나니 과연 유명할만 하더군요. 저같은 홈즈 매니아들이 푹 빠질 수밖에 없는 디테일한 설정과 다양한 잔재미들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본적인 이야기 설정부터 셜록 홈즈 첫번째 시즌의 마지막 이야기였던 모리어티 교수와의 사투, 그리고 이른바 "라이헨바흐의 비극" 에 관련된 놀라운 진상을 전해줍니다. 런던 범죄계의 나폴레옹인 모리어티 교수라는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이 사건 자체가 왓슨이 날조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와 또 다른 사건이 이 소설의 핵심 내용이거든요.
아울러 현대 정신의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관련되어 있는건, 셜록 홈즈를 가공의 인물에서 현실로 끌어내 줍니다. 이러한 현실 세계와의 크로스오버는 다른 셜록 홈즈 파스티슈 작품에서도 많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둘의 만남이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 셜록 홈즈의 추리 방식과 유사하다는걸 이야기에 잘 녹여내고 있어서 작위적이지 않고 설득력있습니다. 팩션같은 느낌도 좋았고요.

그 외에 셜록 홈즈가 처음 만난 프로이드에 대해 추리하는 장면, 후반부 주요 사건인 바론 부인 낸시 슬레이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등 명탐정 홈즈스러운 추리법도 원전에 충실해서 추리적인 가치도 높습니다. 여러 고정 캐릭터들 - 모리어티를 비롯하여 마이크로포드 홈즈, 허드슨 부인, 위긴스, 토비 등등등 - 의 등장 및 충격적인 홈즈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과정도 팬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웠고요. 다양한 당대 문물이 뒤섞이지만 난잡하지 않고 외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가끔 하는 묘사도 수준급입니다. 기타 여러가지 사항들을 자세하게 주석으로 설명하는 친절함도 책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셜록 홈즈와 당대에 대한 디테일을 차치하더라도, 작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가 뒷받침 되는 것 역시 명성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셜록 홈즈에게 닥친 위기를 왓슨이 친구로써 고민하고 그것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전반부도 재미있지만, 작게는 한 미국여인을 도와주고 크게는 유럽에 임박한 전쟁을 막아낼 목적으로 활약하는 홈즈가 그려지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모험 소설로 손색없는, 활극적인 재미마저 선사해주고 있기에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저같은 홈즈 매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후반부 활극이 좀 홈즈스럽지 않았던 점, 그리고 전쟁 위기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 모리어티 교수에 대해 이후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점 등 약간의 감점 요소가 있지만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셜록 홈즈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추리문학계를 위해 헌신하신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과 후기도 놓치지 마세요..
아울러, 이 책을 읽고 경성판 셜록 홈즈 파스티슈라 할 수 있는 "경성탐정록"도 읽어 주시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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