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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8

황금을 안고 튀어라 - 다카무라 가오루 / 권일영 : 별점 2.5점

황금을 안고 튀어라 - 6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권일영 옮김/노블마인

대학때부터의 친구인 기타가와와 고다는 오사카의 스미타은행 본점 지하에 잠들어 있는 금괴 6톤을 훔치기를 결의한다. 금괴강탈 작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기타가와는 대기업 빌딩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컴퓨터 유지보수 업체 직원 노다를 끌어들이고, 고다는 폭탄 제조 전문가 모모를 설득해 팀에 합류시킨다. 작전에 꼭 필요한 엘리베이터 조작을 위하여 엘리베이터 서비스 회사에 다니는 '영감'에게 침투에 대한 조언을 받기로 하고, 우연찮게 작전 계획을 엿들은 기타가와의 동생 하루키도 합류하면서 총 여섯명의 금괴탈취작전 팀이 완성된다...

"마크스의 산""석양에 빛나는 감"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다카무라 가오루의 데뷰작입니다.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라고 알고 있어서 크게 관심은 없었는데 알라딘 할인행사에 혹해서 구입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은행 지하에 보관된 금괴를 강탈한다는 계획 자체는 스케일도 크고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이 잘 살아있긴 합니다만, 금괴 강탈 이외의 곁가지 묘사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거든요. 예를 들면 금괴 강탈 작전과는 별개로 북조선 공작원인 모모와 그를 노리는 좌익집단 - 일본 공안 - 북조선 / 남한 정보국의 암투가 벌어진다던가, 일당의 리더격인 기타가와와 그의 동생 하루키가 작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폭주족과의 싸움에 말려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거창한 범죄를 계획하는 놈들이 뭐 이렇게 트러블이 많은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게다가 주인공 고다와 모모간의 우정을 뛰어넘은(?) 묘한 분위기, 고다의 과거사 같은 묘사 역시 불필요했다 생각됩니다.

이런 세세하면서도 불필요한 이야기를 다 들어내고 금괴 강탈 작전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1990년에 이미 월급을 60만엔 받는 성공한 직장인과 엘리트 회사원이 왜 살인까지 저질러가며 금괴 강탈이라는 무모한 작전을 같이 실행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전무하고 사건을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빈틈이 너무나 많이 보이니까요. 이 문제는 아무래도 작가가 아무래도 데뷰작이라 이것저것 쓰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건 지나친 것 역시 부족한 것 못지않게 작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그래도 본격적인 금괴강탈 작전에 대한 약 150페이지 분량 만큼은 정말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현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계획과 실제 실행 단계에서 분초를 다투는 긴박함이 잘 살아있는 전개는 정말이지 인상적이었어요. 앞서 언급한 불필요한 분량을 줄이고 압축해서 보다 설득력있고 깔끔한 악당들의 성공적인 범죄극으로 창작되었더라면 데뷰작으로 전설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작가 스스로는 이미 전설이 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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