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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석양에 빛나는 감 - 다카무라 카오루 : 별점 3점

석양에 빛나는 감 II - 6점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어느 뜨거운 오후, 동경 하이지마 전철역에서 한 여자가 선로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건을 목격한 경시청의 형사 고다 유이치로는 사건 현장에서 도망친 한 여인 사노 미호코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한편 사노 미호코의 결혼전 애인이었던 노다 다쓰오는 사건 이후 다시 미호코와의 밀회를 시작하게 된다...


다카무라 카오루의 범죄소설입니다. 이전에, 아주 오래전에 구입했었지만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네요.

일단 이 작품은 아주아주 광의의 의미에서의 추리소설입니다. 범죄가 약간 등장하며, 추리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두명의 주인공, 즉 고다 유이치로와 노다 다쓰오의 심리묘사를 통해 범죄와 악의의 발생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일종의 범죄소설로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이거든요. 범죄가 이루어지는 과정 형사의 수사가 중심이니 만큼 구태여 구분하자면 "도서형 사회파 범죄 순문학소설" 정도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카뮤의 "이방인" 과 굉장히 유사한 작품이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의 뫼르소가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더위"라는 너무나 하찮은 것이지만 작품 전반에 걸친 더위와 태양에 대한 짜증나는 묘사를 통해 독자를 설득시키고 공감에 이르게 하는 것 처럼, 이 작품도 거의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분량의 대부분을 더위와 두통, 짜증과 우울함만 가득한 일상생활의 묘사를 통해 두명의 작중 주인공의 비이상적인 심리상태를 독자에게 감정이입시킨다는 점에서는 똑같아 보였으니까요.

또한 순문학스러운 작품 답게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문학적인 묘사도 많습니다. 제목부터 멋지지만 제목과 연관되는 마지막의 "석양에 빛나는 감빛으로 내리는 불타는 비" 라는 묘사 같은 것은 정말 흉내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사실 약간 지루한 것도 사실입니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한 편인데,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음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즐길거리가 별로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죠. 작중에 등장하는 고다 유이치로가 원래 맡고 있는 "호스테스 강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그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인데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의 매력적인 요소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장황하고 디테일한 묘사 덕분에 너무 이야기가 늘어지는 감도 없잖아 있고 말이죠.

작품성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라 국내에는 차라리 순문학 작품으로 알려졌다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주인공이 경시청 형사이고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어필하기는 쉽지 않았겠죠? 문학성이 높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추리소설로는 아쉬운 부분이 더욱 많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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