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s 암스 21 - 료우지 미나가와 지음, 박련 옮김/세주문화 |
료는 평온하게 학교생활을 보내는 평범한 고등학생. 그러나 그의 학교에 하야토가 전학온 뒤 그의 일상이 급변한다. 료는 몸에 나노 생체 병기가 이식된 실험체, 이른바 “암스” 의 한명이었던 것. 료는 하야토, 그리고 또다른 암스인 다케시 등과 함께 자신들을 노리는 비밀의 조직 “에그리고리”에 맞서게 된다.
최근 남는 시간에 만화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읽게 되었네요.
이 만화는 이른바 90년대 식 소년 만화의 왕도랄까.. 뭐 그렇습니다. 외계에서 온 미지의 무언가에 의해 전투 무기가 되는 소년(들), 그리고 그 소년(들)이 그들을 쫓는 범세계적인 어둠의 조직과 맞서 싸운다는 배틀물로 지금 읽기에는 너무나 낡은, 흔해 빠진 설정이지만 당시 상당히 유행을 이루었던 소재로 기억됩니다. “열혈”과 “근성”, 그리고 “노력”으로 대표되는 소년만화 감수성이 강한 것 역시 90년대라는 시대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설정을 답습한 배틀물이 전부인건 아닙니다. 외계에서 온 생체병기(?)와 “진화”가 뒤섞인 이야기는 이미 “가이버”가 써 먹긴 했지만,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독특함을 지니고 있어서 아류작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진화”를 곁들인 이야기의 변주가 괜찮았고, 이른바 “암스”라는 존재 보다는 “인간”이 더 강하고 소중하다는 주제가 꽤 그럴싸했던 덕분입니다.
아울러 주인공이 두뇌파에 실력을 겸비한 소년이라는 것 역시 독특했습니다. 주인공이 그 자체로는 이미 완성된 인물이라는 접근은 새로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암스 "자바워크"를 다루기 위한 약간의 성장통은 등장합니다만) 덕분에 “성장기” 로서의 소년만화적인 접근은 주인공 료보다 주인공 친구 하야토, 그리고 케이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신선했고요. 그 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따온 몇가지 장치들도 작품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확실합니다. “가이버”를 너무나 연상시키는 줄거리야 앞서 말했듯 “유행”이라고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단편 옴니버스 스타일이 아닌 장기 연재 장편이기 때문인지 곳곳에 스토리상의 헛점이 눈에 뜨입니다. 점점 강해지는 악당 캐릭터들의 상성도 문제점이었고요.
캐릭터들도 애매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백토끼” 다케시와 “하트의 여왕” 케이, 그리고 악당 중 한명인 “키스 그린”을 들 수 있습니다. 다케시와 케이는 "오리지널 암스"라는 거창한 칭호에 걸맞지 않게 주인공 친구 1,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야기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정도로 비중이 모호하고, 잔인하고 냉정한 악당 “키스 그린’ 역시 갑작스럽게 카츠미에게 버닝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입니다. 아울러 료의 부모인 전설의 용병 부부는 “만화” 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과장의 극치라 설득력이 0에 수렴합니다.
그래도 적당한 길이로 완결지어 다행이랄까요?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완벽하게 마무리되고 결말 또한 뒷끝없이 깔끔한 해피엔딩이라 마음에 듭니다. 왕도의 길을 걸은, 마음 비우고 뒤적이기에는 좋은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림도 좋은 편이니까요. 아직까지도 읽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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