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38 - 카토 타다시 지음/서울문화사(만화) |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을 읽고 탄력받아 다시 읽게 된 가토 타다시의 대표작입니다. 고액의 의뢰비만 받으면 어떠한 요리라도 해 주는 요리계의 블랙잭 아지사와 타쿠미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만화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실력자", "고액의 돈을 받고 어떠한 의뢰도 해결해 준다" , "악인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한 프로" 라는 블랙잭 류의 3대 명제 역시 그대로 구현되어 있고요. 그래서인지 요리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요리만화라기보다는 전문가만화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들 - 주로 무너져가는 가게를 일으키기 위한 식당의 주인들이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요리를 의뢰하여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 - 이 주인공인 인간드라마인 것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식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두 종류의 오르되브르"의 예를 들자면, 한 레스토랑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를 최고로 대접하기 위하여 속물 지배인이 아지사와에게 요리를 의뢰합니다. 아지사와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뿐 별다른 특혜를 제공하지 않죠. 그리고 폐점시간 직전, 한 남루한 술주정뱅이가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나 지배인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합니다. 하지만 아지사와는 최고의 요리를 대접하고 그 술주정뱅이가 소설가가 변장한 것임을 나중에 밝혀냅니다. 소설가가 변장한 이유는 과거의 괴로왔던 경험때문에 아무리 평판이 좋더라도 손님을 차별하는 곳은 가지 않기 위해, 가게의 진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그리고 나가면서 이야기합니다. "이 최악의 레스토랑에서 당신의 요리만이 진짜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를 일종의 안티히어로이지만 자신의 실력과 요리에 절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지사와 타쿠미라는 캐릭터가 잘 조율하고 있어서 요리만화의 홍수속에서도 무려 40권 (속편 5권까지 총 45권) 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 이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검은 외투를 걸치고 요리도구가 든 가방하나만을 지닌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아지사와 타쿠미가 지나칠정도로 블랙잭과 겹쳐보인다는 것과 인간드라마이기 때문에 요리가 이야기의 소재에 지나지않아서 요리에 대한 정보나 작화가 부실하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유사 에피소드와 자가복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약점이긴 하지만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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