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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

한시치 체포록 - 오카모토 기도 / 추지나 : 별점 3점

 

한시치 체포록 - 6점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책세상

탐정역으로 오카핏키 한시치가 등장하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 연작 추리소설로 미야베 미유키의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같은 류의, 즉 짓테를 들고 "오라를 받아라~!"하는 이른바 "에도 체포록"이라는 괴담 더하기 역사 추리물이라는 쟝르의 시조이자 원조격인 작품이죠. 유명세에 비한다면 번역이 뒤늦은 감도 들긴 하는데, 어쨌건 진작부터 관심있던 작품이라 출간되자마자 잽싸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에 총 12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볼륨이 일단 독자를 압도하는데, 내용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특징이라면 "유령"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괴담같은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겠죠. 이유는 아무래도 쓰여진 시기가 1917년인 탓이 크겠지만, 단지 괴담으로 끝나지않고 작가가 후기에서 스스로 셜록 홈즈의 영향을 인정했듯이 사소한 단서에서 진상을 밝혀내는 맛이 뛰어난 편이라 추리물로서도 기대에 충분히 값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도 말기를 사진을 보듯 세밀하게 표현해 낸 묘사가 더해졌기에 미야메 미유키 여사의 말대로 시대물에 있어서는 "성전" 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는, 뛰어난 역사 추리물로 보아도 무리는 없을테죠.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작품만 살짝 언급해보자면,
괴담같은 분위기가 돋보이는 <석등롱>을 먼저 들고 싶네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양가집 아가씨의 실종 후 그녀의 유령이 등장하여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이야기로 사소한 단서에서 범인을 추리해나는 한시치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비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추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괴담과 추리물이 결합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 가까운 <수상한 궁녀>는 셜록 홈즈 시리즈인 "너도밤나무 저택"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사건의 진상이 굉장히 작위적이고 진부하긴 했으나 한시치가 궁녀의 손가락을 관찰하고 또다른 사건의 내막을 꿰뚫어보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도가와의 보라잉어>는 고기를 잡는 것이 금지되었었다는 당대의 설정도 재미나지만 모순된 증언들을 비롯해서 영문을 알 수 없게 복잡해진 사건을 하나로 정리하는 전개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사건이 여러개 중첩되는 것이 많은 이 시리즈의 특징을 잘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고요.

완벽한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는 과도기적 성격의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느낌이 들며 당대 정서와 분위기를 이해하기 힘든 등 단점도 있긴 하지만 제게는 재미와 함께 역사 추리물이라는 쟝르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 좋은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만 가치는 그 이상이기에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특히나 추리소설 애호가와 괴담 애호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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