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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차일드 44 - 톰 롭 스미스 / 박산호 : 나에게는 별점 3점

 

차일드 44 - 6점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노블마인

스탈린 치하 러시아 비밀경찰인 MGA (KGB의 전신)의 유능한 요원인 레오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출신으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인물. 그러나 자신의 임무와 가족에 대한 깊은 갈등 끝에 부하 바실리의 음모로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러나 좌천된 후 알게된 한 아동 살인사건일 계기로 사건의 연쇄성과 중요성을 깨달은 뒤, 아내 라이사와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걸고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소설을 알게된 것은 추리소설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2009 올해의 추리소설> 투표 때문이었습니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거든요. 때문에 제가 이런류의 리스트에 굉장히 잘 혹하는지라 결국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1위를 차지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2009년도에 읽었다 하더라도 저는 이 작품에 투표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일단 설정부터 제가 좋아하는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해서 신선함이 떨어지더군요. 음모가 있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체제때문에 파국에 휩싸인다는 것과 시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구 소련 독재치하의 국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주인공이 사건과 더불어 숙청 등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이 정말 비슷해요. 우리나라도 유신독재 - 전두환 독재 시절이 있었던 만큼 별로 신선한 설정도 아니고요.

게다가 추리적으로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실존하는 러시아의 연쇄살인범 안드레이 치카노프 사건에서 따왔다는 살인범 캐릭터와 범죄행각은 디테일하긴 한데 수사 과정은 그야말로 탐문과 증언 몇개일 뿐이거든요. 범행 장소를 통해 범인이 기차를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유추해내고, 당시 사회분위기에서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직업이 몇개 없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기차역을 통해 용의자를 추리해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뻔할 뻔자였고 말이죠. 아울러 범인의 동기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이라는 것 역시 추리적으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생각됩니다.

전개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이 설득력이 떨어져서 가장 중요한 악역인 바실리가 레오를 미워하는 이유가 뭔지부터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며, 여러가지 위기가 레오와 라이사에게 닥칠때마다 정말 "운"으로 그 위기를 벗어나는 것도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었어요. 이야기 서두를 통하여 독자가 살인범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추리소설로는 큰 약점이 아닐까 생각되며 후반부의 아주 약간의 반전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굉장히 흥미진진한 레오와 라이사의 모험 등 독자를 몰입시키는 재미와 함께 레닌그라드 기근에서부터 시작해서 스탈린 독재시대와 그 직후의 시대상에 대한 디테일 등 건질거리는 분명 있습니다. "범죄가 없는 이상적인 나라"를 표방하는 구소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 딜레마에 대한 고찰은 굉장히 이색적이고요. 그러나 이러한 특이성 이외에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에 불과했다 여겨지네요. 차라리 실제 안드레이 치카노프를 다룬 논픽션으로 작업되는 것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컨텐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지금 보니 추리 / 호러관련 독서 400번째 포스트군요! 참 많이도 읽긴 읽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조촐하게 집에가서 맥주나 한잔 할 생각인데, 500권을 돌파하는 그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그마한 자축연이라도 마련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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