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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두산베어스 마스코트에 대한 소고

 

새로운 마스코트 이름이 "철웅이"라고 발표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뭐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건 이 새로운 마스코트가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는 "깡패곰"으로 잘 알려진

이놈에 대한 것이죠. 사실 이 깡패곰 마스코트는 1999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처음 시작한 제가 만든 것이거든요. 이제 마스코트도 바뀌었으니 과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디자인이 이렇게 나온 것은 제가 그동안 가져왔던 의문 - 팀 이름은 곰, 호랑이, 사자, 용 등등 거진 다 맹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왜 마스코트는 귀엽게만 가져가는가? - 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맹수라면 주변 동물들을 다 때려잡을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사용해야 하거늘, 결국 팀을 형상화하는 마스코트는 피카츄같은 이미지라는 것이 불만이었거든요. 이럴거면 두산 팬더스라고 하던가.
그래서 다른 팀들 마스코트는 한손으로 쳐부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작업하였었고, 디벨롭하면서 한국의 곰을 대표하는 "반달곰" 이미지까지 부여하는 등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었죠. 마지막에 당시 두산 사장님이셨던 박모회장님께 직접 PT를 했었는데 당시 너무나 좋은 반응 ("그래. 내가 생각한게 이걸세!") 까지 이끌어내어서 초짜 디자이너로 감동에 젖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발표되자마자 지금의 철웅이에 대한 비난은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반대의견 때문에 홍역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우리 귀여운 곰돌이를 돌려주세요!" 라는 팬들의 아우성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그나마 인터넷 인프라 초창기였던 90년대 후반이라서 다행이지 아마 지금 발표되었더라면 제 개인정보까지 다 노출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무서운, 그야말로 살인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팀은 강력한 맹수 이미지라 할지라도 팬층은 어린아이부터 여성까지 넓게 포진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너무 타겟을 좁혀 디자인 했던 것이죠...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타겟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준 나름의 흑역사입니다.

하지만 실패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고, 전 세계 프로구단 캐릭터 - 마스코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오래 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아직까지 어디가서 내세울만한 개인적 포트폴리오도 이녀석 밖에는 없기에 애착도 굉장히 크고요. 아울러 이 마스코트로 변경된 후 마스코트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국내 프로야구사에 길이 자랑할만한 강력한 중심타선 우-동-수 트리오가 등장했고 결국 우승도 차지했기에 팬으로서 정말 기뻤습니다.

지금 바뀐 철웅이도 귀여움보다는 강력한 이미지가 더 크게 엿보이는 만큼 2010년 두산베어스도 강력한 이미지에 걸맞는 팀의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길 바랍니다. 파이팅 베어스! 허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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