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
코난 도일 경의 막내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유명 추리소설가 존 딕슨 카가 손을 잡고 발표한 셜록 홈즈 단편집입니다. 이른바 "안작" 또는 "파스티쉬", 또는 "아포크리파" 등으로 불리우는 작품군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유는 도일 가문의 이름과 딕슨 카의 명성이 합쳐져 원작 수준의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총 12편의 단편 중 실제 공저작은 앞의 6편 뿐이며 뒤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단독작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저작 쪽 수준이 훨씬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때 에이드리언 도일의 재주는 그닥이었던 것 같고 때문에 다른 작품은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군요.
그런데 읽어본 첫 감상은 사실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닌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원전을 의식한 구성 탓에 지루한 면도 있고 기대했던 트릭의 귀재 딕슨 카의 맛이 거의 살아있지 못하거든요. 홈즈 시리즈 자체가 이미 한세기를 훌쩍 넘긴 과거의 유물인 탓에 좀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딕슨 카라는 거장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팬으로서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코난 도일 경의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냐 하면 좀 미묘하게 달라서 원작과의 갭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홈즈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는 점과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미녀 의뢰인이나 미녀 용의자, 미녀 악당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캐릭터적인 잔재미보다는 추리적인 곳에서 솜씨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홈즈물로서만 바라본다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과 "애버스 루비의 모험" 이라는 두작품은 과거 전성기 홈즈 단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홈즈물로의 가치와 재미,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검은 준남작의 모험"은 역사적인 유물과 연계된 색다른 기계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딕슨 카의 느낌도 살짝 전해주면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으며, "애버스 루비의 모험"은 트릭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하지만 정통 홈즈물스러운 추리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저의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입니다. 한편만 꼽으라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이고요. 그 외에도 전보를 가지고 부인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수염을 이용한 트릭도 괜찮았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시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신사가 등장하는 "일곱 시계의 모험", 그야말로 홈즈물 스러운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도 추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같은 얼룩끈의 치졸한 아류에 불과한 쓰레기같은 작품도 실려 있긴 하지만요.
총평하자면, 앞서 말했던 몇가지 단점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지만 홈즈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원작에서 띄엄띄엄 제목만 소개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쓰여졌다는 점은 원작팬으로서 점수를 안 줄수 없는 부분이죠. 전에 읽었던 "베이커가의 살인" 과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명성에 비한다면 2.5점 수준이지만 전 관대하니까요.^^
그나저나 북스피어 책들은 좋은 책들은 많이 내 주지만 디자인과 번역에 좀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폰트와 일러스트 모두 지저분하고 난잡한 느낌만 가득 전해주는데 앞으로는 보완 좀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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