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 다카사키 소지 지음, 이규수 옮김/역사비평사 |
이 책은 1876년부터, 그러니까 19세기 후반부터 광복 때까지 일본인들의 조선 거주 역사를 풀어낸 책입니다.
제목과 부제 (군인에서 상인 그리고 게이샤까지 ) 만 봤을때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같이 등장해서 나름의 재미도 전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야말로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만 자료 노트처럼 담겨 있는 책이라 재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식민지 시절의 경성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는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살까 싶을 정도의 책이더군요. 그런데 알라딘 판매지수와 리뷰의 숫자를 볼 때 상당히 많이 팔린 것 같아 의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식민지 시절의 일본의 이주와 이주에 따른 토지 수탈, 각종 개발에 따른 착취, 조선인들에 대한 차별 등이 세밀하게 등장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쁩니다. 이른바 대륙 낭인들의 음모와 조직이라던가 당대 유명인들 (주로 “상인”이 많지만) 의 이름도 많이 등장하고 있고, 부산과 경성은 물론 각종 지방 도시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물론 지명 및 건물, 상호 등에 대한 표기도 자세하기에 자료적 가치는 정말 뛰어나다 할 수 있겠죠. 이 책에 나오는 일본이 만들었다는 각종 계획 도시들은 한번쯤 직접 찾아가 해당 지역에서의 일본인들의 자취를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로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200페이지도 안되는 짤막한 분량과 가장 관심이 있었던 1930년대 전반에 대한 분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도판도 상대적으로 상당히 부족하며 분량에 비한다면 좀 비싼 듯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이러한 자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나마 고맙긴 합니다. 책은 깔끔하니 만든 모양새도 좋고 말이죠. 별점은 재미를 따진다면 높게 줄 수 없지만 자료적인 측면을 감안해서 3점 줍니다.
덧붙이자면, 일제 강점기 시대만을 중심으로 아주 좁은, 미시사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네요. 사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건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친일 청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 얼마나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 참 시사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점 역시 그렇고 말이죠. 그래도 일본인에 의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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