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탑 - 박진영 엮음/현대문학 |
해상감옥에 갖힌 봉룡은 우연히 옆방의 "우월대사"가 탈옥을 위해 뚫던 굴이 연결되어 친분을 쌓고 대사에게서 많은 학문을 전수받게 되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뒤, 대사가 지병으로 숨진 뒤 봉룡은 대사의 시체포대안에 들어가 결국 해상 감옥을 탈옥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대사에게서 받은 비밀문서를 토대로 "진주도"에 숨겨진 거액의 재산을 손에 넣어 스스로를 "백진주 선생" 이라 칭하며 복수의 막을 열게 되는데...
대충 내용만 보셔도 딱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이 작품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번안 소설입니다.
김내성 선생님이 1946년 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작업한 대본을 소설화 한 것으로 얼마전 박진영씨가 새롭게 자료를 모아 엮어 출간한 작품으로 이른바 "번안" 소설 답게 내용은 철저히 한국화, 조선화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원작에서의 인물 설정을 에드몽 단테스 - 이봉룡 / 메르세데스 - 계옥분 / 모렐 상회 - 모영택 선주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도산 안창호 (!) 같은 식으로 그럴듯하게 한국식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주요 사건들 역시 원작에서의 "나폴레옹 복귀 운동" 을 "3.1 기미년 만세 운동"으로 바꾸어 놓는다던가, 자지나의 파샤가 민중 반란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만주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목사가 마적단에게 습격당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 등으로 설득력 넘치게 꾸며놓아 번안의 성공사례로 꼽음직 합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을 요약(?)한 것 역시 장황한 원작을 잘 압축하여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있기에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이러한 각색-번안 덕분에 뻔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보다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당시에 살지 않았으면 쉽게 쓰기 어려운 묘사들이 많은 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직위명이나 각종 호칭 등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이고 돈의 단위에 대한 개념이라던가 여러 현란한 대사 등은 눈도 즐겁지만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무척 만족스러웠거든요. 작가 스스로 밝히듯 좀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지명도 꼼꼼하고 여러 건물들에 대한 묘사도 좋고요. 지명에서 경성이 "서울"로 등장하고 일제 강점기때 "정" 단위로 구분되었을 곳들이 "아현동", "가회동" 같이 묘사된 것은 옥의 티이긴 한데 이건 작품이 처음 발표된 것이 1946년이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그러나 좋았던 각색은 중반부 까지였고 후반부에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기미년 만세운동까지는 각색이 좋은데 복수극이 시작-진행되면서 벌어지는 1941년도의 모습은 원작의 세부 과정들을 너무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너무 우리나라 실정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흘러가버리거든요. 예를 들자면 장충단 공원에서 권총 결투를 벌이기로 약조하는 장면, 중추원 의원회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폭로극 장면 등 후반 복수극의 중요 장면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물론 결투라는 행위가 극적효과가 높긴 하고 이 작품이 극적효과가 중요한 라디오 드라마가 원전이었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읽어야 하긴 하겠지만 후반부는 확실히 "번안" 이 아니라 "번역"에 불과하기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복간 앞에서 아쉬움은 사치일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팬으로서도 즐겁고, 주석도 충실할 뿐 아니라 뒷부분의 해설도 놓치기 힘든 귀중한 자료들로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제발 많이 팔려서 엮은이 박진영씨의 꿈인 김내성 추리문학 전집의 발간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해설에 실려있는 87년도 KBS 드라마 "진주탑"이 새삼 궁금해 지는군요.
PS 2 : 이전 "탈명검"에서 실망하긴 했지만 무협극으로의 변주 역시 다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텍스트라 생각되네요.
대충 내용만 보셔도 딱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이 작품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번안 소설입니다.
김내성 선생님이 1946년 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작업한 대본을 소설화 한 것으로 얼마전 박진영씨가 새롭게 자료를 모아 엮어 출간한 작품으로 이른바 "번안" 소설 답게 내용은 철저히 한국화, 조선화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원작에서의 인물 설정을 에드몽 단테스 - 이봉룡 / 메르세데스 - 계옥분 / 모렐 상회 - 모영택 선주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도산 안창호 (!) 같은 식으로 그럴듯하게 한국식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주요 사건들 역시 원작에서의 "나폴레옹 복귀 운동" 을 "3.1 기미년 만세 운동"으로 바꾸어 놓는다던가, 자지나의 파샤가 민중 반란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만주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목사가 마적단에게 습격당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 등으로 설득력 넘치게 꾸며놓아 번안의 성공사례로 꼽음직 합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을 요약(?)한 것 역시 장황한 원작을 잘 압축하여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있기에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이러한 각색-번안 덕분에 뻔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보다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당시에 살지 않았으면 쉽게 쓰기 어려운 묘사들이 많은 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직위명이나 각종 호칭 등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이고 돈의 단위에 대한 개념이라던가 여러 현란한 대사 등은 눈도 즐겁지만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무척 만족스러웠거든요. 작가 스스로 밝히듯 좀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지명도 꼼꼼하고 여러 건물들에 대한 묘사도 좋고요. 지명에서 경성이 "서울"로 등장하고 일제 강점기때 "정" 단위로 구분되었을 곳들이 "아현동", "가회동" 같이 묘사된 것은 옥의 티이긴 한데 이건 작품이 처음 발표된 것이 1946년이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그러나 좋았던 각색은 중반부 까지였고 후반부에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기미년 만세운동까지는 각색이 좋은데 복수극이 시작-진행되면서 벌어지는 1941년도의 모습은 원작의 세부 과정들을 너무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너무 우리나라 실정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흘러가버리거든요. 예를 들자면 장충단 공원에서 권총 결투를 벌이기로 약조하는 장면, 중추원 의원회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폭로극 장면 등 후반 복수극의 중요 장면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물론 결투라는 행위가 극적효과가 높긴 하고 이 작품이 극적효과가 중요한 라디오 드라마가 원전이었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읽어야 하긴 하겠지만 후반부는 확실히 "번안" 이 아니라 "번역"에 불과하기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복간 앞에서 아쉬움은 사치일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팬으로서도 즐겁고, 주석도 충실할 뿐 아니라 뒷부분의 해설도 놓치기 힘든 귀중한 자료들로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제발 많이 팔려서 엮은이 박진영씨의 꿈인 김내성 추리문학 전집의 발간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해설에 실려있는 87년도 KBS 드라마 "진주탑"이 새삼 궁금해 지는군요.
PS 2 : 이전 "탈명검"에서 실망하긴 했지만 무협극으로의 변주 역시 다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텍스트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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