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광시대 - 전봉관 지음/살림 |
30년대 경성에 대한 미시사 서적을 꾸준히 발표해 온 전봉관 교수의 첫 번째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1930년대 조선에 불어닥친 골드러쉬, 이른바 황금광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은 모두 읽었지만, 이 책만 읽지 않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경성탐정록" 소재로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조선에서의 황금광 시대라는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관련된 자료와 일화 중 재미있는 것을 골라 소개하고 설명하는 작가만의 솜씨는 첫 작품에서도 여전하더군요. 1930년대 종로를 무대로 활약한 김진오 야마시패(사기꾼)가 경기도 시흥의 쓸모없는 야산을 금광이라 속이고 10만 원에 팔아치우는 사기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거의 그대로 소설화해도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당대 조선의 금광왕 최창학의 일대기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최창학이 금광을 발견했던 초기인 1924년에 무장 독립단이 덮쳐 현금 6천 원과 금괴 1만 원 어치를 강탈해 갔다는 등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했거든요.
다만, 다른 저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황금광 시대"라는 단 하나의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깊이 있는 점은 좋았지만, 약간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황금광 시대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금본위제도 시행이나 당시 세계 경제 상황에 따른 여러 이유 등은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었지만, 솔직히 기대했던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기진의 정어리 사업 이야기는 이미 다른 저자의 책에서 접했던 내용이라 신선함이 다소 떨어졌고요.
그럼에도 30년대 조선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접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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