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
미국에서 죽은 시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기이한 시기에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시골마을 툼스빌에 위치한 스마일 공동묘지를 경영하는 발리콘 일가는 일족의 우두머리 스마일리 발리콘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스마일리의 손자 그린이 우연찮게 할아버지의 독초콜릿을 먹고 사망한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소생한 뒤 스스로의 몸을 방부처리하고 자신의 죽음을 숨긴 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린의 백부 존 등 발리콘 가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는데…
일본 신본격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아주아주 유명한 작품이죠. 국내에 소개된 것은 좀 늦은감이 있는데 저도 관심이 컸던 작품이기에 곧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확실히 평이 갈릴것이 분명한 작품이라 생각되는군요. 누구나 입을 모아 칭찬할만한 희대의 걸작인가? 에 대한 의문부호도 조금이나마 생기고요. 제가 나이가 너무 많이 들은 탓일까요?
일단 먼저 장점부터 꼽아본다면 무엇보다도 그동안 추리계에 없었던 희대의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완벽한 수준의 본격물을 창조해 낸 아이디어를 제일 먼저 꼽아야겠죠. 정말이지 콜롬버스의 달걀같은 발상으로 저만해도 번역 출간 이전에 이 작품에 대한 소갯글을 통해 이미 기본 설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장 중요한 트릭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간단하지만 대담하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로 구태여 예를 들자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급의 발상이었어요.
또 여러 사건들이 각각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모든 사건들이 해결부분에서 완벽하게 정리된다는 점, 마지막 해결편을 앞두고 미리 전편에 걸쳐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점 등 본격물로의 치밀함과 더불어 퍼즐을 풀어나가는 맛도 잘 살린 다른 어떤 본격 추리물에도 뒤지지 않는, 추리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해서, 대단한 발상이기는해도 결국 현실에 기반하고 있지않기 때문에 판타지 추리물같기도 합니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정통 본격물이라 부르기 어려워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반칙이라 생각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좌충우돌하는 희극적인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깔려있는게 영 마음에 들지않았습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종교적이면서도 현학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읽기에 좀 부담되는데, 작품의 분위기는 외려 너무 코믹하니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데니스 루헤인 같은 작가가 써냈다면 올타임 베스트에 충분히 선정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아이디어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발목을 좀 잡는 느낌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용은 진지하더라도 이상하게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듯한, 과장된 묘사와 설정들이 난무하는 일본드라마 같은 분위기였달까요. 이러한 분위기는 번역 출간이 늦어진 것에도 어느정도는 관련이 있어 보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코믹한 요소를 좀 더 걷어내고 불필요한 부가 설명이나 묘사도 빼서 기나긴 길이를 줄이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됩니다
그래도 좀비 추리물이라는 신경지를 개척했다는 발상 하나만으로도 평균이상의 재미를 주기 때문에 별점 3점은 충분한 작품이죠.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어떤 독자에게든 새로운 신본격 걸작으로 충분히 값어치는 할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영화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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