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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5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 와카타케 나나미 / 권영주 : 별점 3점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시작

마츠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하권이 새로 나왔기에 구매차 방문한 인터네 서점을 둘러보다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이 작품을 빼놓고 읽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구입한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충동구매에 가까운 그런 책이었는데 다행히도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책 자체의 구성이 신선한데요.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 이라는 중편 이야기가 총 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펼쳐지며, 이 중편의 각 장이 끝나면 곧바로 다이도지 케이가 경찰관을 은퇴한 뒤 벌어지는 단편 에피소드들이 이어져서 전개되고, 이 단편 에피소드들이 중편 "최후의 사건"에 등장했던 다이도지 케이의 과거사와 연관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중단편집이지만 일종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가지게끔 만든 아이디어가 아주 돋보이거든요. 단편집이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갖추게끔 하는데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아울러 전직 경찰관이지만 지금은 작가(?)로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다이도지 케이라는 주인공은 물론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범죄자들 역시 매력적일 뿐 아니라 이상하게 사건에 엮이게 되는 다이도지 케이의 상황들도 코믹하면서도 관련된 사건들 전부가 상상을 뛰어넘을만큼 황당하지만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과 분위기, 그리고 일상물로 여겨질만큼 평범하지만 희한하게 느껴지는 재미난 캐릭터 들은 작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겠죠.

또한 그동안은 작가의 단점이라 할 수 있었던 요소들, 즉 본격으로 치기에는 좀 구성의 짜임새가 없고 (이건 제가 단편집만 읽은 탓이 크겠죠) 좀 즉흥적으로 보이는 장난같은 것이 이 단편집에서는 외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트릭들이긴 하지만 작품 자체의 분위기가 일상계면서도 황당한 상황들이라는 점 때문에 이러한 트릭들이 오히려 더욱 더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해 주거든요. 작가의 팬으로서 전작들과 어느정도 연결되는 세계관도 즐길거리였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근간 읽은 추리소설들 중에서는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코지 하드보일드" 라는 조금은 기괴한 장르명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한데, 일상계의 탈을 어느정도는 뒤집어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코지라고 불러도 무방할테고 다이도지 케이라는 캐릭터가 하드보일드 탐정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뭐 그다지 과장된 소개는 아닌 것 같기에 코지계열의 팬이거나 가벼운 유머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팬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1.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 :
경찰관 다이도지 케이는 상사 고이즈미 무사시와 함께 30대 초반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피해자 후지노 유키는 자유기고가로 그녀 신변을 조사하다가 다이도지는 그녀에게 일을 의뢰했던 적이 있는 출판사 직원인 소꿉친구 히코사카 나쓰미를 찾아가게 된다....
총 6개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중편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이도지 케이의 과거사, 즉 아내의 비참한 뺑소니 사고와 범인을 일부러 놓아준 경찰서 내부 G반 인간들, 그리고 다이도지를 작가의 길로 끌어들이는 히코사카 나쓰미나 원숭이 조지와 같은 곁다리 등장인물이 다른 단편 에피소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작품집의 밑그림과도 같은 작품이죠. 그러나 아무래도 단편 에피소드들을 위해서인것 같은 무리한 이야기 전개도 약간 거슬리고 내용도 설명적으로 전개되는 편이라 크게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트릭 역시 중요한 단서가 말장난에 가까운 등 공감하기 어려웠고요.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책의 뼈대라는 점에서 평작 수준이라 할 수 있겠네요.

2. 죽어도 안 고쳐져
작가가 된 다이도지 케이는 경찰시절 겪었던 얼간이 범죄자들을 다룬 "죽어도 안 고쳐져"라는 책을 발표하고 강연회를 가진다.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자칭 트레이시라는 범죄자가 다이도지를 협박하며 자신이 뒤집어쓴 누명을 벗겨줄 것을 강요하게 된다.
아주 유쾌하면서도 기발한 소동극입니다. 범죄의 천재로 자부하는 스킨헤드 범죄자 트레이시 로즈라는 캐릭터의 등장부터 유쾌하지만 트레이시가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밀실 살인사건도 추리적으로 완벽해서 흠잡을데가 없더군요! 게다가 다이도지가 전세를 역전시키는 마지막 장면은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단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이 이야기를 꼽고 싶습니다.
* 덧붙이자면, 책 뒤의 해설에서 트레이시 로즈는 포르노 출신 배우라고 하는데 저는 80년대 헤비메탈 밴드에서 따온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메탈 쪽이 더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죠...

3. 원숭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죽어도 안 고쳐져"에서 자신을 우습게 다루었기 때문에 딸이 가출했다고 우기는 소매치기 원숭이 조지때문에 딸을 찾아줄 것을 약속한 다이도지 케이. 그러나 그 후 찾아온 경찰에 의해 원숭이 조지가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조금은 미묘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처럼 유머러스한 전개로 재미있게 읽히기는 하지만 범죄가 우발적이고 트릭도 별것 없으며 무엇보다도 증거가 빈약하다는 단점이 크게 느껴지거든요. 추리적으로는 바닥이지만 그래도 다이도지 케이라는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의 활약이 발군이기에 그런대로 평작 정도는 된다 보여집니다.

4. 죽여도 안 죽어
다이도지 케이에게 한 추리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며 편지를 보내온다. 경찰관 시절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해주다보니 어느새 작품의 살인계획이 현실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
편지로 긴장감을 높여주는 전개가 독특한 작품으로 깔끔한 이야기 구성에 반전도 확실한 편이라 즐길거리가 많은 에피소드입니다. 추리적으로 "증거"라는 것이 빈약하고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크긴 한데 워낙에 아이디어가 돋보여서 단점도 묻혀가는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단편은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네요.

5. 추락과 붕괴
논픽션 작가 이소베 다카히토의 유고를 이어쓸 것을 본의아니게 떠맡은 다이도지 케이는 고카 악이라는 화산지대에 위치한 이소베의 별장을 찾아가는데...
사건은 별게 없고 트릭도 무지하게 간단하지만 이소베라는 작가와 연관된 인물들의 악의가 거침없이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이러한 평범한 악의의 극대화는 작가의 특기이기도 하죠. 전개도 합리적이라 무난한 수준의 평작이라 생각됩니다.

6. 도둑의 엉뚱한 원한
하자키 문화센터에 강연차 방문한 다이도지 케이는 2인조 강도에게 납치되어 그들이 처한 곤경을 해결하고 사건의 복수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문의받게 되는데...
앞선 이야기들과 동일한 구성, 즉 다이도지 케이가 희한하게 사건에 엮이게 된다는 전개이지만 2인조 강도단이 이야기한 사건의 내용만 듣고 진상을 밝혀내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 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야기들과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입니다. 사건도 앞선 에피소드들에 비한다면 일상계에 가까운 내용이라 가볍게 읽기에 편했고 단서와 복선들도 공평해서 합리적으로 전개되기에 추리적으로 만족스러운 평균 이상의 괜찮은 이야기라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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