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엮음 / 이규원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 (이후 "여사" 생략) 가 직접 선정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의 마지막권입니다. 이번권은 전부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조영일씨의 해설이 덧붙여져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두개의 장은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제 7장 "제목 짓기의 묘"는 작품을 읽기전에 제목을 보고 여사님이 내용을 먼저 상상해 보았다는 설명부분이, 제 9장의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작가에게 자신만의 마쓰모토 세이초 베스트 단편을 묻는 기획이 좋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편들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거장의 발자취를 착실하게 뒤쫓는 기획 의도는 당연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번권은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보기에는 좀 아니다 싶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물론 작품의 수준은 높고 그 문학적 성취는 두말할 필요 없는 좋은 작품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단 제 기대하고 달랐다는 것이죠...
작품별 간략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7장 | 제목 짓기의 묘
과다 지불한 중매 사례비
시골 마을 지주의 딸 노처녀를 놓고 벌어지는 한판 사기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사님이 나름의 상상을 펼친 설명부분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제 개인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노처녀가 과연 잘생긴 부잣집 아들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지조를 지켰다면? 이라는 이야기로 끌고가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금은 유쾌한 소동극이 되겠군요^^
그리고 작품과 별개로, 당시 화폐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1960년 대졸 초임이 15,000엔이라고 하니 지금의 약 1/10로 치고, 요걸 기준으로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금액은 80만엔이니까 약 1억원. 큰 금액이긴 하지만 무려 4명의 사기꾼들이 장기간 공들인 작전에 비하면 좀 처지는 금액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네요.^^
살아 있는 파스칼
아내의 히스테리로 살의가 싹뜬 화가의 이야기로 도저히 "단편" 컬렉션에 들어갈 작품이 아닌 왠만한 중편 이상 길이의 기나긴 작품입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을 작품과 잘 결합시켜 전개하는 구성은 탄탄한 편이지만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왜냐면 결국은 주인공 화가의 고단한 결혼생활과 그간 있었던 여성편력이 긴 내용의 대부분이라 결국 사건 자체에 관련된 내용은 너무나 짧고, 또 추리물로 보기에는 해결 부분이 합리적이지가 않아서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증거는 정말이지 너무나 빈약한게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그림의 완성도를 놓고 따지는 심리적인 서스펜스로 결말부분을 끌어갔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뼈단지 풍경
마쓰모토 개인의 과거사를 다룬 듯한 서정적인 산문입니다. 할머니의 뼈단지를 찾기위한 고향 방문과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작품으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산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은 아니지만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제8장 | 권력은 적인가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일본의 검은 안개』에서
종전 직후 벌어진 데이코쿠 은행 강도사건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이 사건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해왔던 사건으로 은행 직원에게 해독제를 가장하여 독극물을 먹인 범행 방법도 놀랍지만 작가가 펼쳐놓는 배후에 731 부대가 있었다! 라는 음모이론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서술되어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나름의 근거에 기반한 추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는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요.
까마귀
별볼일없는 인간으로 강경하게 노조활동을 하다가 모든 것을 잃은 인물과 엘리트 출신의 노조 간부로 회사와 타협한 인물. 두명의 이야기입니다. 격한 묘사를 걸쳐 의외의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으로 프레드릭 포사이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의 첫 단편을 연상케하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생뚱맞고 동기가 불투명하며 사건 자체의 설명이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등의 약점도 많기에 범작으로 보입니다. 아마 작가 스스로도 "노동운동"의 양면성에 대한 고발 측면이 강한 글을 쓰고 싶었던 탓이 너무 컸던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제9장 |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사이고사쓰
사이고사쓰, 즉 사이고 다카모리가 만든 휴지조각과도 같은 지폐에 얽힌 사연을 그려낸 일종의 역사물로 시대의 혼란과 그 와중에 한몫을 챙기려는 암투,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작가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보통 이상의 흡입력을 가지는 좋은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은 이렇게 써라! 라는 교과서적인 텍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국화 베개─누이조 약력
한 하이쿠 여성 작가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인데 누이라는 작가가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썩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 작품을 선정한 작가의 소갯글 처럼 "연극" (그것도 1인극 형식) 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불의 기억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남자가 언뜻 떠올린 기억만으로 과거를 추리해내는 일상계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품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높고 모든 과정이 합리적이라 이 단편집에 속한 추리물중에서는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아주아주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정말이지 원숙한 맛이 물씬 풍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편들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거장의 발자취를 착실하게 뒤쫓는 기획 의도는 당연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번권은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보기에는 좀 아니다 싶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물론 작품의 수준은 높고 그 문학적 성취는 두말할 필요 없는 좋은 작품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단 제 기대하고 달랐다는 것이죠...
작품별 간략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7장 | 제목 짓기의 묘
과다 지불한 중매 사례비
시골 마을 지주의 딸 노처녀를 놓고 벌어지는 한판 사기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사님이 나름의 상상을 펼친 설명부분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제 개인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노처녀가 과연 잘생긴 부잣집 아들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지조를 지켰다면? 이라는 이야기로 끌고가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금은 유쾌한 소동극이 되겠군요^^
그리고 작품과 별개로, 당시 화폐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1960년 대졸 초임이 15,000엔이라고 하니 지금의 약 1/10로 치고, 요걸 기준으로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금액은 80만엔이니까 약 1억원. 큰 금액이긴 하지만 무려 4명의 사기꾼들이 장기간 공들인 작전에 비하면 좀 처지는 금액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네요.^^
살아 있는 파스칼
아내의 히스테리로 살의가 싹뜬 화가의 이야기로 도저히 "단편" 컬렉션에 들어갈 작품이 아닌 왠만한 중편 이상 길이의 기나긴 작품입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을 작품과 잘 결합시켜 전개하는 구성은 탄탄한 편이지만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왜냐면 결국은 주인공 화가의 고단한 결혼생활과 그간 있었던 여성편력이 긴 내용의 대부분이라 결국 사건 자체에 관련된 내용은 너무나 짧고, 또 추리물로 보기에는 해결 부분이 합리적이지가 않아서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증거는 정말이지 너무나 빈약한게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그림의 완성도를 놓고 따지는 심리적인 서스펜스로 결말부분을 끌어갔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뼈단지 풍경
마쓰모토 개인의 과거사를 다룬 듯한 서정적인 산문입니다. 할머니의 뼈단지를 찾기위한 고향 방문과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작품으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산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은 아니지만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제8장 | 권력은 적인가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일본의 검은 안개』에서
종전 직후 벌어진 데이코쿠 은행 강도사건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이 사건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해왔던 사건으로 은행 직원에게 해독제를 가장하여 독극물을 먹인 범행 방법도 놀랍지만 작가가 펼쳐놓는 배후에 731 부대가 있었다! 라는 음모이론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서술되어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나름의 근거에 기반한 추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는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요.
까마귀
별볼일없는 인간으로 강경하게 노조활동을 하다가 모든 것을 잃은 인물과 엘리트 출신의 노조 간부로 회사와 타협한 인물. 두명의 이야기입니다. 격한 묘사를 걸쳐 의외의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으로 프레드릭 포사이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의 첫 단편을 연상케하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생뚱맞고 동기가 불투명하며 사건 자체의 설명이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등의 약점도 많기에 범작으로 보입니다. 아마 작가 스스로도 "노동운동"의 양면성에 대한 고발 측면이 강한 글을 쓰고 싶었던 탓이 너무 컸던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제9장 |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사이고사쓰
사이고사쓰, 즉 사이고 다카모리가 만든 휴지조각과도 같은 지폐에 얽힌 사연을 그려낸 일종의 역사물로 시대의 혼란과 그 와중에 한몫을 챙기려는 암투,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작가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보통 이상의 흡입력을 가지는 좋은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은 이렇게 써라! 라는 교과서적인 텍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국화 베개─누이조 약력
한 하이쿠 여성 작가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인데 누이라는 작가가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썩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 작품을 선정한 작가의 소갯글 처럼 "연극" (그것도 1인극 형식) 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불의 기억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남자가 언뜻 떠올린 기억만으로 과거를 추리해내는 일상계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품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높고 모든 과정이 합리적이라 이 단편집에 속한 추리물중에서는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아주아주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정말이지 원숙한 맛이 물씬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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