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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 미소녀 탐정 나세라 Vol.1 - 김진성 글 / 박정기 그림 : 별점 1.5점

 

미소녀 탐정 나세라 1 - 4점
김진성 지음, 박정기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나온 한국산 추리만화 시리즈입니다. 표제작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영혼절벽 살인사건, 인체자연 발화 현상 등 3편의 이야기 (인체자연 발화 현상은 미완결)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수준이 낮고 추리만화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림이라도 좋았다면 좀 커버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림도 이야기의 빈약함을 덮어줄 수준이 아니었고 말이죠.

물론 이야기들을 신비한 현상 (염동력, 유체 이탈 등) 과 연관시켜 전개시켜 나가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어요. 단지 그 결과물이 추리적으로 신선하거나 대단한 트릭도 아니고 사건들의 동기나 여러 정황들이 별로 합리적이지 않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이야기인 영혼절벽 살인사건은 한마디로 "운"에 의지한 사건일 뿐입니다. 피해자가 해당 위치로 순순히 이동한 것과 실제로 추락한 것 모두 우연에 불과했죠. 뒷부분에 정신병과 높이에 대한 속임수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높이에 대한 트릭은 너무 조잡해서 뭐라 할말이 없고 (이 자체도 운에 불과하죠), 고등학생이 고소공포증으로 정신병원을 다닌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도 궁금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절벽이라는 것은 올라가면서 높이를 짐작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무슨 협곡도 아니고... 이만한 운과 황당함이 결합하여 사건이 일어났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역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 가치가 전무하다시피합니다. 트릭으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쌍둥이"가 등장하는 트릭이며 그나마도 그다지 정교하지 않습니다. 경찰이 약간만 조사해도 밝혀질 수 있는 내용을 완전범죄처럼 위장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요? 동기도 얼렁뚱땅 넘기는 등 이야기 전개 자체도 최악이었고 말이죠.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나마 만화적으로 재구성을 조금 더 긴박감있게 잘 했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더 볼만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항상 똑같은 등장인물들의 표정들, 왠지 횡해 보이는 배경 및 인물묘사는 제가 읽고 있는게 추리만화인지 학원러브코믹인지 헛갈리게 만들더라고요. 캐릭터들도 스테레오 타입들이라 뻔하디 뻔해서 딱히 재미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시도는 칭찬할 일인 것인 확실하지만 그 결과물이 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인달까요. "추리만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함량미달이라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 줄까 생각도 됐는데 그래도 "트릭"이라는건 나와주니 0.5점 덧붙입니다. 작가나 편집자나 사건과 트릭, 탐정만 덜렁 등장한다고 추리만화가 된다고 생각한건 아닐것이라 믿기에 제발 2권에서는 사건에 대한 설득력이 최소한이나마 생기게끔 이야기의 밀도가 깊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 : 이 책의 알라딘 책 분류가 "코믹 / 명랑만화"로 되어 있는데 그쪽으로 방향을 트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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