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9/12/17

백야행 (Byakuyako, 白夜行, 2006)

감기에 너무 심하게 걸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아픈 와중에 본 작품으로 얼마전 개봉한 영화가 아닌 일본 드라마입니다. 회사 동료가 추천하기에 보게 되었죠.

사실 이 작품과 같은 "피해자의 아들과 가해자의 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설정은 사실 정파 무림의 후계자와 마교 교주의 딸 같이 무협지에서 봄직한 흔해빠진 설정이죠. 비련의 주인공들을 그리기에 아주 좋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이 케케묵은 설정을 추리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뒤집어서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 내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작가와 작품의 명성답게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서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제 1화인 유키호와 료지의 어렸을때의 사건 이야기는 정말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어요. 이러한 둘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축인 중요한 소재인데 굉장히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거든요. 한마디로 기본 설정과 더불어 전체적인 내용의 완성도가 굉장히 충실했습니다. 몇개 등장하지는 않지만 추리적인 장치도 기대만큼 잘 그려져 있었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라서 그런지 호흡이 좀 균일하지 않고 캐릭터들 성격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 두 주인공 이외의 부가 사건이 너무 많다는 것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6부작 정도로 압축해서 이야기를 꾸몄더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최초의 키리하라 살인사건 - 마츠우라 살인사건 - 유키호 이혼관련 사건 - 사사가키 준조 살인미수 사건 정도만 나와도 별 문제는 없어보였거든요. 예를 들자면 두건의 성폭행 사건과 료지의 카드 사기 행각, 그리고 재벌 2세인 시노즈카는 정말이지 "안나와도 될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두번째 성폭행 사건은 유키호라는 캐릭터를 그리는데 중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바에야 차라리 이후에는 료지의 죄의식을 이용해 신분상승을 꽤하는 악녀로서의 유키호를 그려나가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기도 하네요.
아울러 굉장한 천재 - 각종 범죄행각의 치밀함 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정규교육 없이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료지 및 만만치 않은 유키호 - 로 묘사되는 두 아이들이 첫 범행을 저지른 나이가 사실상 법의 엄중한 저촉을 받지 않는 나이였다는 것과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공소시효까지 벌벌 떨어야 했던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은 확실한 옥의 티로 보였습니다. 양심때문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희생해야 할 게 많잖아요?

그래도 불만이야 어쨌건 분명 재미는 있었습니다. "너는 내 태양이었어" 같은 닭살대사가 난무하는 드라마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단순한 재미 이외에도 높은 완성도와 아야세 하루카 등 초호화캐스팅의 배우진, 그리고 상당히 뛰어났던 음악도 괜찮았던 등 여러가지로 볼거리가 많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원작가에게는 죄송스럽게도 심하게 취향이 아닌것을 알아버린 탓에 소설로는 안 읽고 영상화된 작품만 보게되는데 ("호숫가 살인사건""게임의 이름은 유괴""용의자 X의 헌신" 등) 다음에는 책도 좀 사봐야겠네요. (변명같지만 "비밀"과 "용의자 X의 헌신"은 샀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두개 남깁니다.
1. 한국영화버젼은 어떻게 2시간 정도로 압축했죠? 유키호와 료지가 어둠속에 빠지게 되는 초등학교 5학년때의 사건만 하더라도 사건의 여러가지 추리적 장치들과 훗날까지 이어지는 등장인물 및 복선들을 감안한다면 최소 30분 이상 할애했어야 할 것 같고, 고등학교때는 건너뛰더라도 료지가 유키호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게되는 일련의 과정은 최소 1시간 정도 필요할테고, 여기에 집념의 형사 사사가키의 추격과정과 여러 사건들을 풀어나가려면 역시나 최소 1시간... 결말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3시간은 되어야 그나마 완성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차피 평이 너무 안좋아 볼 생각은 없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2. 왜 사사자키 준조라는 형사는 이 둘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일까요? 이 형사만 잠자코 사건을 묻어놓았더라면 여러명이 더 행복해 질 수 있었을텐데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에요. "프리즌브레이크"에서 지 형 하나 살리자고 수많은 사람들 (대통령까지!) 죽어나가게 만든 석호필이 괜시리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냥 불쌍한 애들 조용히 내버려 둘 것이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