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임경화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
이런저런 작품들로 접해본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집. 딱히 큰 임팩트는 없는 작가라 별 관심은 없었는데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2007년판"에서 게스트들이 과거 18년 동안의 베스트 중 한 작품으로 꼽았기에 찾아서 읽게 되었네요. 제가 이런 류의 리스트에 굉장히 약하거든요.
이전에 제가 읽었던 작가의 작품은 장편 1편, 단편집 2권이었습니다. 단편집은 비교적 정통 사회파 추리 - 수사물 흐름을 따라갔던 반면, 장편 "사라진 이틀"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전개, 설정은 탁월했지만 추리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이 단편집은 "사라진 이틀"과 비슷합니다. 사회파 작품으로 보기에는 사건 자체가 소소하고, 일상계라고 보기에는 좀 무거운 이야기들이며 특별한 수사없이 주인공의 심리를 쫓아가는 형태로 전개되기 때문에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요.
이러한 절묘한 균형은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묵직한 사회파 수사물이나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감을 가져다 줄 겁니다. 작가의 다른 단편집 분위기를 기대했던 저도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표제작인 "동기"는 2001년 일본의 여러 추리소설상을 휩쓴 작품답습니다. 작가의 장점이 잘 살아있거든요. 전체 평균해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동기" 한 작품만큼은 3.5점!입니다. 그 외의 다른 작품들도 섬세한 심리묘사 하나만큼은 탁월한 만큼 심리묘사를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단, 생각하시는 추리소설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점 명심해 주세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동기"
표제작. 경찰서 내에서 보관 중이었던 경찰 수첩이 대량으로 분실된 사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찰 수첩의 중요성에 대한 설정은 잘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내용을 볼 때, 우리나라로 치자면 거의 총기 분실 사고 쯤 되는 대형 사고로 보이네요. 이 사건을 주인공 가이세의 심리묘사만으로 끝까지 끌고가는 전개가 아주 탁월합니다. 마지막 소소한 반전도 인상적이었고요. '일상계 심리 스릴러 사회파 수사물'이라는 쟝르가 있다면 충분히 교과서로 쓰일만 한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4점을 줄 수도 있으나 용의자가 너무 적다는 것에서 살짝 감점했습니다.
"역전의 여름"
자초하기는 했지만 반쯤은 불운한 탓에 살인을 저지렀고, 복역 후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야마모토에게 살인 청탁이 들어온다는 이야기.
추리적으로는 가장 눈여겨볼 요소가 많고 설정과 전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문제는 완전범죄 계획 치고는 별로 설득력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고요. 야마모토가 어쨌건 잔혹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기에 감정이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결말 역시 너무 좋게 마무리하려 한 느낌이 들어 별로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취재원"
한 지방지 여성 신문기자의 눈물겨운 분투를 다룬 드라마. 사건 수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자신을 스카웃하려는 전국지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여기자의 고민입니다. 때문에 추리물이나 범죄 수사물로 보기에는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취재원이 정보를 제공한 이유, 그리고 스카웃에 대한 나름의 반전이라면 반전이 있기는 한데,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밀실의 사람"
재판 중 졸았던 판사에게 닥친 위기를 그린 소품. 이게 좌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인지 이해도 안되지만, 판사 아내의 불륜이 원인이라는 결말도 너무 쉽게 간 듯 합니다. 추리물이나 수사물로 보기에도 문제가 많았고요. 무엇보다도 과거도 숨기고 결국 불륜까지 저질렀으면서 남편이 항상 법복을 입은 것 같다 어쩌구하는 편지를 남긴 판사 아내의 뻔뻔함 때문에 읽고나서도 기분이 나쁘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