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린 -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노블마인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모의 여고생 안도 마이코가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괴한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그 뒤, 그녀가 살해당하기 전날 같은 괴한에게 위협당했던 마이코의 친구 나오코 등 그녀의 주변 인물에게 마이코의 죽음과 관련된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지개집의 앨리스", "나선계단의 앨리스"로 접했던 일상계 미스터리 작가 가노 도모코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녀적인 감성으로 가득 찬 일상계 연작 미스터리'입니다. 여고생 안도 마이코의 생각과 그녀가 창작한 동화가 전편에 걸쳐 선보이는 구조이며, 그녀의 성장통과도 같은 외로움이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녀적인 감성은 영 취향도 아니고, 이러한 감성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져서 썩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또한, 이러한 감성적인 요소 외에도 추리적인 부분에서 의 문제도 큽니다. 특히 동기 부분이 깔끔하지 못합니다. 핵심 사건인 안도 마이코 살인사건의 동기부터 불분명하며, 다른 자질구레한 사건들 대부분도 동기가 애매합니다. 왜 범인이 나오코를 처음에 노렸어야 했는지? 왜 저주의 편지를 보냈어야 했는지? 왜 공원 놀이터에 칼을 묻었는지? 등의 이유 중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거든요. 감성에만 기대고 있어서 추리적으로 놓친 부분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일상계 미스터리가 특기인 작가의 작품치고는 살인사건이 다루어진다는 점이 의외인데, 일상 속에서 평범하지만 흥미로운 사건보다는 극적이니 소설로 전개하기에 훨씬 쉬웠겠지요. 허나 이런 무거운 사건은 작가의 천성과는 잘 맞지 않네요. 안도 마이코 살인사건과 연관된 이야기 말고,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매력적이고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지하철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고가의 도자기를 들고 있던 노인과 일부러 부딪쳐 도자기가 깨진 사건의 진상을 다루는 "3월 토끼", 고양이와 비둘기 시체 다음에 꽃 속에서 라이터가 발견되는 "어둠의 까마귀" 같은 이야기 말이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고,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빛나는 몇몇 디테일은 좋았지만, 일상계도 정통 미스터리도 아닌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억지로 키운 스케일과 작위적인 설정, 그리고 추리적으로 많이 부족한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