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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 성귀수 : 별점 3점

수상한 라트비아인 - 6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메그레 경감은 국제적인 범죄자 라트비아인 피에트르를 뒤쫓다가 기차 안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했다. . 메그레는 곧바로 사건 직전 목격했던, 피에트르와 똑같이 생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 제1작. 용감한 출판사 열린책들의 무모해 보이기도 한 ‘전집’ 기획을 통해 드디어 국내 첫 완역 출판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 "조르주 심농 버즈북"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많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고 편하게 작품을 써 내려가는 심농의 솜씨가 잘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우직하면서도 깊이와 존재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메그레 경감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물들의 심리 묘사, 을씨년스러운 배경 묘사까지 모든 점에서 프랑스적이면서도, 이를 단 몇몇 단어만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야기도 명쾌한 편이라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대단한 트릭이나 정교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잠복과 추적을 중심으로 한 우직한 수사 과정과 메그레 경감의 인간적인 매력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는 충분히 선사합니다. 

사건의 진상이 결국 피에트르 (한스)의 자백에 의존한다는건 추리소설로서 적절한 전개는 아니었지만, 이를 단점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처럼, 추리소설과 정통 문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전개 방식이 많이 프랑스식이며, 다소 올드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프랑스식이라는 점은 "서양 골동 양과자점"에서 오노가 이야기했던 프랑스 영화 분위기 비스무레한 것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중심이 되고 심리묘사 위주라 전개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는 겁니다. 이는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노엘 칼레프, 토마 나르스작 등의 프랑스 작가 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지요. 예전에는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걸 보면 프랑스적인 전통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겠네요.

올드하다는건 작품 발표 시기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사건들이 전반적으로 극적인 장치 없이 심리적 요소에 기대고 있으며, 드라마적인 요소가 지금 기준으로는 얄팍하게 느껴지기에 현대 독자들은 낡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두 명의 피에트르’라는 설정의 진상이 너무 뻔하게 마무리된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지, 작품 자체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빠르고 자극적인 탄산음료 같은 추리소설과는 달리, 느림의 미학을 전하는 와인 같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차분하게, 여유롭게 읽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또한, 고전 황금기 시대의 유명한 캐릭터인 메그레 경감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만 ‘추리소설’적인 재미를 기대하는 분들께는 적극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은 유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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