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은 신부 - 코넬 울리치 지음, 홍연미 옮김/페이퍼하우스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켄 블리스는 자신의 약혼 축하 파티장에서 추락사했다. 미첼은 자신이 거주하던 낡은 호텔방에서 독살당했다. 프랭크 모런은 자택 창고에서 질식사했고, 퍼거슨은 화실에서 화살에 찔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네 명의 죽음은 모두 한 여인과 관련이 있었는데...
서스펜스의 거장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의 대표작입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헐리우드 서스펜스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죠. 참고로, 저는 오랫동안 제목의 "신부(Bride)"를 "신부(Priest)"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작품을 요약하자면, 연인을 잃은 주인공 줄리의 복수극으로, 성별이 바뀌긴 했지만 사실상 "상복의 랑데뷰"와 동일한 플롯을 가진, 자가 복제 표절작 남매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복의 랑데뷰"보다는 확실히 처집니다. 총 5명의 인물에 대한 복수가 펼쳐지는데, 여자 혼자 별다른 준비 없이 몸으로 부딪히는 느낌이라 긴장감이 떨어졌고, 작가 특유의 서스펜스도 느끼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엄청난 미모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주인공 줄리의 캐릭터도 평범했고요.
무엇보다도, 결국 엉뚱한 사람들을 오해로 죽여 나갔다는 결말은 최악이었습니다. 게다가 복수의 원인이 된 줄리의 남편 닉 칼린의 죽음이 "동업자가 입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그렇다면 닉 칼린 역시 어느 정도는 죽어 마땅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어 복수 자체가 적반하장으로 느껴졌습니다. "상복의 랑데뷰"가 이 작품 발표 후 8년 뒤에 나왔다는 점을 보면, 작가 스스로도 단점을 깨닫고 보다 정교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했던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미첼 사건에서 벽에 걸린 사진 등으로 사람을 분석하는 모습이나, 모런 사건에서 아이를 통해 정보를 캐내는 장면, 그리고 선량한 다른 사람들을 용의자로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줄리의 행동, 경찰이 줄리를 쉽게 포착하지 못했던 이유 등은 소소하게 건질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작가 특유의 문체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그들 한가운데에서 그의 얼굴은 깊은 연못 바닥에 가라앉은 흰 조약돌처럼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순백색 베일 아래쪽에는 조그마한 빨간 점 하나가 쉼표처럼 찍혀 있었다. 그녀는 최면에라도 걸린 듯 그 붉은 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쉼표가 아니었다. 마침표였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있더라도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동일한 플롯이라면 "상복의 랑데뷰" 한 작품만 읽어도 충분하니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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