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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5

탐정 피트 모란 - 퍼시벌 와일드 / 정태원 : 별점 1.5점

 

탐정 피트 모란 - 4점
퍼시벌 와일드 지음, 정태원 옮김/해문출판사

직업은 운전수지만 통신으로 탐정 교육을 받으면서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좌충우돌 활약을 펼치는 피트 모란을 주인공으로 한 유머단편집. 통신교육을 받는 과정을 제목으로 하는 7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퀸의 정원'에도 선정되어 있는 초창기 황금기 시절 단편의 강자 퍼시벌 와일드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이전 <클로버의 악당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의 평도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기대에 걸맞는 작품이라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좋은 유머 소설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는 많이 어려웠던 탓이 크고 유머가 철자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멍청한 주인공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결과라는 전개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기에 지금 읽기에는 낡아 보였으니까요. <핑크 팬더>나 <겟 스마트>, <형사 가제트>, <미스터 빈> 등 영상물로도 친숙한 설정인데다가 딱히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외려 억지가 심한 편이죠.

그리고 책 뒤 소갯글처럼 뒤로 갈수록 뭔가 추리소설 형태를 띄기는 하는데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단편집의 성격이 더 이상해졌어요. 초반부의 멍청하지만 운 좋은 피트 모란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에서 피트 모란은 멍청이일 뿐이고 결국 사건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한다는 전개로 바뀌는 것은 단편집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 뿐이니까요. 추리소설 성격을 띄었더라도 그다지 대단한 트릭을 선보이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패러디 형식으로 "훈련을 쌓은 탐정이라면 99명은 그대로 지나치게 하더라도 100명째의 남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쯤은 문제없지"같은 피트 모란의 대사를 강조해가며 초지일관 웃겨주는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통신으로 탐정교육을 받는다는 독특한 전개와 멍청한 탐정이라는 설정은 좋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정태원 선생님의 유작이기도 한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똑같이 단편집이고 유머러스하지만 그래도 추리소설 형식을 보다 제대로 갖추고 있는 <클로버의 악당들>을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미행>
통신 교육 강좌로 미행에 대해 학습한 뒤 마을에서 미행을 실습하다가 마리화나 밀매 조직을 검거하는데 일조한다는 이야기.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피트 모란의 캐릭터와 서간문 형식의 전개, 그리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내용까지 모두 잘 표현된 대표 단편. 유머러스한 전개가 적절한 수준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리법>
고전적인 추리법 중 하나인 사람의 특징을 보고 직업을 간파한다는 것이 주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작품. 패러디라면 패러디인데 외려 추리법 자체는 정확했다는 결말이라는 게 좀 미묘하군요. 유머 자체는 좋지만 억지스러운 전개가 아쉬웠습니다.

<방화범>
피트 모란의 통신 강좌 선생인 주임 경감의 비교적 정확했던 조언이 인상적이긴 하나 역시나 억지스럽기는 매한가지였던 작품입니다. 당구가 문제였다면 당구대를 치워버리는게 더 싸고 빨랐을 것입니다....

<호텔 탐정>
피트 모란이 호텔 탐정으로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모든 면에서 헐리우드 코믹 드라마를 보는 듯 했던 소품입니다.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지만 딱히 빠지는 부분도 없는 작품이었어요.

<협박장>
협박장때문에 사건을 의뢰받은 피트 모란이 마을 목사의 사악한 계획(?)에 걸려든다는 이야기로 이 작품부터 피트 모란이 실패하기 시작합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평범했어요.

<다이아몬드 헌터>
파티에서 분실된 다이아몬드를 찾으려는 피트 모란의 활약이 눈부신 단편으로 수많은 고전 단편물을 패러디하여 인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인용된 작품은 코난 도일 - 에드가 윌레스 - 길버트 체스터튼 - 애거서 크리스티 - 도로시 세이어즈 로 피트 모란의 활약과 맞물려 상당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추리적으로도 깔끔한, 이 단편집의 베스트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추리의 주역은 하녀 마릴린이라는 것이겠죠.

<지문 전문가>
'주임경감'이 일선에서 활약하며 단편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인데 이야기의 시작이 좀 어이없는 이야기 - 지문 채취로 범죄 용의자를 손쉽게 붙잡아 한몫 보려는 피트 모란 - 라서 억지가 심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문을 채취만 할 뿐 그것을 검증할 방법 자체가 없는데 뭘 어쩌자는 건지...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 자체는 동일하지만 힘이 많이 딸리는 느낌이랄까? 이 시리즈도 여기까지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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