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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6

파이 바닥의 달콤함 - 앨런 브래들리 / 성문영 : 별점 2.5점

파이 바닥의 달콤함 - 6점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문학동네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라비아 들루스는 우표광인 아버지 들루스 대령, 그리고 사이가 나쁜 언니 둘과 함께 벅쇼 저택에 사는 11세 소녀이다. 유일한 취미이자 관심사는 화학 뿐인 그녀 앞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전날 밤 그녀의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인 수수께끼의 사나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흥미진진한 사건, 그녀는 직접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출판사 문학동네 덕분에 읽게 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리뷰에 앞서 문학동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영국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조숙한 11세 화학 천재 소녀 플라비아 들루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첫 작품입니다.

세 자매의 막내로, 큰언니는 음악 (피아노), 둘째 언니는 (문학)이라는 예술적 특기가 있는 반면,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추고 다양한 독약을 만들어 낼 정도의 화학 천재라는 설정의 플라비아를 생동감 넘치게 잘 그려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왠지 "오 나의 여신님"의 스쿨드가 떠올랐어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막무가내 행동파의 모습은 정통 하드보일드 탐정과도 닮아 있고요. '소녀이자 화학 천재, 그리고 외로운 하드보일드 늑대!' 이러한 기묘한 조합에 성공했다는건 확실히 대단한 성취입니다. 그러니 시리즈로 계속 발표될 수 있었겠죠.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제 취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른인 척, 아는 척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플라비아는 그런 캐릭터의 대표격이라 도저히 호감을 가질 수 없었거든요. 그야말로 작은 악마 같더라고요. 만나면 꿀밤을 먹여주고 싶을 정도로요.

또한, 모험물로서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한 부분이 있고, 사건의 설득력도 많이 부족합니다.

추리적으로는 주요 사건이 결국 당사자들의 고백에 의존하는 것과 용의자가 너무 적어 딱히 언급할 게 없습니다. 본페니가 도요새를 파이 속에 숨겨온 이유와 왜 들루스 대령에게 우표를 팔려고 했는지도 잘 설명되지 않고요. 또한, 당시 사건에 관련된 인물을 들루스 대령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보만 제공하면 보브 스탠리의 정체도 쉽게 폭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계획된 범죄라고 보기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사실 죽일 필요도 없었죠. 본페니가 나가는 걸 봤다면 여관에 투숙한 뒤 짐을 뒤지면 됐을 테니까요. 여기에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희귀 우표 "얼스터 보복자"는 설정이 너무 황당해서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과거에 벌어졌던 트와이닝 선생 자살 사건의 트릭은 괜찮았지만, 단서가 잡힌 과정이 플라비아가 되는 대로 행동하다가 얻어걸린 우연이었기에 역시나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재미는 있지만 빠져들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평입니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좀 아동 취향이고,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거워 보여서 독자층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궁금하네요. 저보다는 조금 어린 청소년~20대 독자들 취향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웨스팅게임"과 비슷합니다. 재미도 있고, 소녀 캐릭터도 잘 살아 있으며, 완벽한 해피엔딩까지 삼위일체를 이루었지만, 진지한 추리의 맛이 부족하고 너무 어린 취향이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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