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바닥의 달콤함 -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문학동네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문학동네 덕분에 읽게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리뷰에 앞서 문학동네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영국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조숙한 11세 화학천재소녀 플라비아 들루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첫 작품으로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인 플리비아라는 소녀를 그야말로 생동감넘치게 잘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세 자매의 막내로 큰 언니는 음악 (피아노), 둘째 언니는 (문학) 이라는 예술쪽 특기가 있는데 반해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추고 다양한 독약을 만들어 낼 정도의 화학 천재라는 설정은 왠지 <오 나의 여신님>의 스쿨드가 연상되며, 사건 수사하는 과정에서의 두드러지는 막무가내 행동파의 모습은 정통 하드보일드 탐정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소녀이자 화학 천재이자 외로운 하드보일드 늑대! 이러한 기묘한 조합에 성공했다는 것은 확실히 큰 장점이죠. 그러니 시리즈로 계속 발표될 수 있었을테고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제 취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재미를 떠나서 원체 어른인척, 아는 척하는 아이를 싫어하기 때문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 플라비아는 제가 싫어하는 아이를 대표하는 듯한 캐릭터라 도저히 호감을 가질 수 없었거든요. 그야말로 작은 악마더라고요. 만나면 꿀밤을 먹여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또 모험물로는 괜찮은 수준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장황한 부분이 있고 추리적으로는 주요 사건이 결국 당사자들의 고백에 의존하는 것과 용의자가 너무 적어서 딱히 언급할게 없다는 것에 더해 사건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부분은 정말이지 어찌할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본페니가 도요새를 파이 속에 숨겨온 이유와 왜 들루스 대령에게 우표를 팔려고 했는지도 별로 잘 설명되지 않는 것에 더해 당시 사건에 관련된 인물을 모두 들루스 대령이 알고 있기에 그 정보만 제공하면 보브 스탠리의 정체도 쉽게 폭로할 수 있었다는 것은 비록 살해 방법이 조금 독창적이기는 하나 미리 계획한 범죄치고는 어설프기 그지 없는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죽일 필요도 없죠. 본페니가 나가는 걸 봤으면 여관에 투숙한 뒤 짐을 뒤지면 되니깐. 게다가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희귀우표 '얼스터 보복자'는 너무 설정이 황당해서 유머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과거에 벌어졌던 트와이닝 선생 자살에 관한 트릭은 괜찮지만 단서가 잡힌 상황이 플라비아가 되는대로 행동하다가 얻어걸린 우연이라는 점에서 역시나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한마디로 재미는 있지만 빠져들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평입니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좀 아동취향이고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거워 보여서 타겟층을 대체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궁금한데 저보다는 조금 어린, 청소년 ~ 20대 까지의 독자들이 읽는게 딱 맞아보이기는 합니다.
어떻게보면 <웨스팅게임>과 비슷하네요. 재미도 있고 소녀 캐릭터도 잘 살아있으며 완벽한 해피엔딩까지 3위일체를 이루었지만 진지한 추리의 맛이 부족하고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린 취향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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