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 -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
사람들이 환상, 공포 등 장르물에 열광하는 이유를 재치있게 써 내려간 에세이집.
장르물의 팬이라면 즐길거리가 많은 이야기라 재미도 있었지만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료적인 가치가 크다는 것이 이 책 최고의 장점입니다. 스티븐 킹이 스스로 선정한 걸작 호러 영화와 소설 및 TV Show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다른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많거든요. 관련된 다양한 일화와 에피소드도 가득하고요. 이러한 점에서는 이쪽 바닥에서는 잘 알려진 로저 코먼의 자서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호러는 별로 취향이 아닌 저 역시도 듣거나 접해 보았던 전설의 걸작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시리즈나 로저 코만 감독의 , <로즈마리의 아기> 등의 익히 알고 있던 컨텐츠가 스티븐 킹의 시각을 통해 소개되는 점도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독자에게 해당 컨텐츠를 보거나 읽고 싶게 만드는 솜씨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장르물 팬의 영원한 숙제인 '똥덩어리들에서 금을 찾는 심정'이 잘 표혐되어 있는 것에 갈채를 보낼 수 밖에 없어요. 팬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나 있달까요.
호러 장르를 대하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이 점에서는 호러 매니아인 제 친구의 지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극한의 공포영화는 극한의 코미디와 일맥상통한다"라는 지론인데 스티븐 킹 역시 똑같이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요.
또 창작에 임하는 자세를 살짝 살짝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큰 인기와 함께 많은 상을 수상해 온 거장의 글이라 그런지 설득력이 넘치기도 하고요. "재능있는 사람과 성공하는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수많은 작업과 학습, 즉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재능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르지 못하는 무딘 칼이다. 몹시 엄청난 힘을 가했어도 그 칼은 사실 조금도 자르지 못하고 때리고 부수는 일만 하고 있다." 라는 말, 정말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하나의 일관된 글은 아니고 이곳저곳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전체적은 통일성이 좀 떨어져 보였고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유의 장광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장르물을 지칭하는 '죽음의 무도'라는 말을 어떤 부분에서는 "죽음의 무도는 죽음과 함께 추는 왈츠다. 우리가 이것을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라고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매력을 강조하면서도 마지막에서는 "공포 장르는 죽음의 무도가 전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꿈의 춤이다."라고 하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한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도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으로 한 호흡으로 읽기는 벅찼고요.
그래도 거장의 장르물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스티븐 킹이 선정한 호러 영화 - 소설 100선이 부록으로 실려있는데 영화는 좀 힘들더라도 국내에 출간된 책들은 찾아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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