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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죽음의 무도 - 스티븐 킹 / 조재형 : 별점 3점

죽음의 무도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사람들이 환상, 공포 등 장르물에 열광하는 이유를 재치 있게 써 내려간 에세이집.

장르물의 팬이라면 즐길 거리가 많은 이야기라 재미도 있었지만,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료적인 가치가 크다는 것이 이 책 최고의 장점입니다. 스티븐 킹이 스스로 선정한 걸작 호러 영화와 소설 및 TV 쇼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다른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많거든요. 관련된 다양한 일화와 에피소드도 가득하고요. 이러한 점에서는 이쪽 바닥에서 잘 알려진 로저 코먼의 자서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호러는 별로 취향이 아닌 저 역시도 들어보거나 접해 보았던 전설적인 걸작,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나 로저 코먼 감독의 작품, "로즈마리의 아기" 등의 익히 알고 있던 콘텐츠가 스티븐 킹의 시각을 통해 소개되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독자에게 해당 콘텐츠를 보거나 읽고 싶게 만드는 솜씨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장르물 팬의 영원한 숙제인 "똥덩어리들에서 금을 찾는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에 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어요. 팬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나 있달까요.

호러 장르를 대하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이 점에서는 호러 매니아인 제 친구의 지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극한의 공포 영화는 극한의 코미디와 일맥상통한다"라는 지론인데, 스티븐 킹 역시 똑같이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요.

또 창작에 임하는 자세를 살짝살짝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큰 인기와 함께 많은 상을 수상해 온 거장의 글이라 그런지 설득력이 넘치기도 하고요. "재능 있는 사람과 성공하는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수많은 작업과 학습, 즉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재능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르지 못하는 무딘 칼이다. 몹시 엄청난 힘을 가했어도 그 칼은 사실 조금도 자르지 못하고 때리고 부수는 일만 하고 있다."라는 말, 정말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하나의 일관된 글이 아니라 이곳저곳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전체적인 통일성이 좀 떨어져 보였고, 번역의 문제인지 특유의 장광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죽음의 무도'라는 표현도 일관성이 없어 보였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죽음의 무도는 죽음과 함께 추는 왈츠다. 우리가 이것을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라고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매력을 강조하다가, 마지막에서는 "공포 장르는 죽음의 무도가 전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꿈의 춤이다."라고 하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도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으로, 한 호흡으로 읽기에는 벅찼고요.

그래도 거장의 장르물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스티븐 킹이 선정한 호러 영화·소설 100선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영화는 좀 힘들더라도 국내에 출간된 책들은 찾아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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