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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1

사라진 소녀 - 콜린 덱스터 / 김미희 : 별점 3점

16세의 소녀 발레리 테일러가 실종되고 4년 뒤, 소녀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에인리 형사부장의 급작스러운 사고사로 모스 주임과 루이스가 사건을 인계받아 새롭게 수사에 착수한다.
발레리 테일러의 실종이 그녀의 임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포착한 모스는 그녀의 주변 남자들에 대한 조사를 펼쳐 나가나 그녀가 다니던 학교의 교감 베인즈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며, 주변 인물들의 동기와 여러가지 단서를 모은 모스는 진상에 근접해 가는데...

모스 경감 시리즈입니다. 지금 해문에서 새롭게 나오는 책은 아니고 이전에 "행복"이라는 출판사에서 간행된 작품입니다. 좀 옛날에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처음에는 대충 넘어간 부분이 많아서 가볍게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우선 모스 경감 시리즈답지 않게 상당히 간단한 이야기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한 소녀의 가출 사건과 연계된, 과거 소녀가 다니던 학교 교감의 살인 사건 하나에 관계자는 단 4명 - 교장 필립슨과 불어교사 에이컴, 그리고 소녀의 부모 - 뿐이거든요.
그러나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놓고 독자에게 정보를 공평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서서히 해답에 근접하게끔 하는 과정은 역시나 모스 경감 시리즈답달까요? 독자에게 정보를 공평하게 펼쳐놓지 않는 방식을 모스경감 캐릭터 연장선상에 놓고 있기 때문에 - 모스는 과거의 기록이나 증언을 거의 검토하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는 모스 경감과 독자가 아는 정보의 수준이 동일선상에 놓여진다는 것도 독특하게 다가온 점입니다.
모스의 추론이 "소녀는 죽은게 확실하다!"에서 "사실은 소녀는 다른 사람으로 변장했다!"로 넘어가는 과정의 설득력이 상당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단계별 추론 모두가 모스 나름의, 증거는 없는 추론으로만 진행되지만 별다른 기대없이 듣고있던 루이스조차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정도로 설득력이 넘치거든요. 계속 추론이 틀리면서 당황해하고 창피해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 역시 각별합니다.

아울러 모스 경감의 개인적인 매력이 잘 살아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모스가 사건을 건성으로 다루다가 스스로 사건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특히 그러합니다.정통 추리물 독자에게는 약간 반칙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캐릭터가 그런 존재다보니 팬으로서 감안하고 즐길 수 있었어요. 루이스 형사와의 컴비 플레이의 재미도 여전하고요.

그러나 결말이 좀 흐지부지한 편이며, 번역이 너무나 별로라 전체적으로 읽기가 힘들기는 합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수준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유머가 굉장히 풍부한 편이며 콜린 덱스터의 독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작풍이 잘 살아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네요. 제가 읽은 모스 경감 시리즈 중에서도 재미만 따진다면 상위권인 작품입니다. 번역만 좋았더라면 별점 4점은 충분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지금은 조금 구하기 힘들지만 제대로 해문에서 간행되리라 생각되는데, 제대로 나오면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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