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뜨인돌 |
유럽에 위치한 가로 5Km, 세로 8Km의 초미니 독립국 그랜드펜윅. 이 공국은 일찌기 그 주권을 인정받은 독립국가로 와인 수출로 주 수입원을 충당해 왔으나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와인에 물을 섞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쟁에 휩싸인다. 하지만 선거결과 희석당과 반희석당은 동수의 의원이 선출되어 논쟁은 답보상태에 빠지고 지도자 글로리아나 12세 대공녀는 난국 타개를 위해 강대국 미국에 선전포고 할 것을 제안받게 된다. 요지는, 미국은 패전국에게 엄청난 원조를 해 주므로 월요일에 선전포고를 해서 목요일쯤 점령당하고 금요일에 그 차관으로 부흥시키자는 계획.
하지만 그랜드펜윅의 선전포고는 장난으로 치부되고, 결국 그랜드팬윅은 미국에 공격부대를 보내게 되는데 마침 뉴욕은 그때 가상 공습을 대비한 민방위 훈련으로 텅텅 빈 상태가 되어 그랜드팬윅의 사령관 털리 배스컴은 콜럼비아 대학에서 당대 최고위력의 폭탄 Q폭탄과 개발자 코킨츠 박사를 포로로 잡고 귀환하게 된다. 그리고는 Q폭탄의 존재로 말미암아 그랜드팬윅이 세계 정점의 강대국이 되게 되는데....
국내에 50여년만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 성인들을 위한 풍자 소설입니다.
일단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랜드팬윅 공국의 설정이 치밀하고 유머러스해서 그 묘사만 따라가도 즐겁게 읽을 수 있거든요. 선전포고 장면에서부터 읽는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20세기에 아직 장궁과 갑옷으로 무장한 24명으로 이루어진 군대의 미국 정벌기라는 아이디어는 정말 높이 살 만 합니다. 심지어 전투를 벌이는 장면까지 등장하며 귀환할때에는 포로와 노획물, 거기에 희생자까지 더한 완벽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부분은 정말로 감탄스러웠어요.
또한 미국과 소련, 영국등 강대국의 행위에 대한 통렬한 풍자 역시 유머로 포장해서 읽는 사람을 너무나 즐겁게 해 줍니다.
아울러 이상적인 국가로 그려진 그랜드팬윅의 모습이야말로 성인들을 위한 환타지에 걸맞는 설정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말해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디테일도 잘 살아있는, 그야말로 성인들을 위한 동화랄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미국에 대한 묘사가 완전한 비판이나 풍자보다는 이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쉬우며, 냉전시대에 발표된 풍자소설답게 내용은 지금 읽기에는 약간 낡은 감도 있고 엔딩이 너무 이상적인 해피엔딩이라 약간 허무하다는 것은 아쉽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 한 수준입니다. 최소한 그랜드펜윅 공국만큼은 행복해 질 권리가 있거든요. 미국을 이긴 나라이니까!
덧 1 : 약간 스탠리 큐브릭의 블랙 코미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가 연상될 정도이니만큼 영화화하기 무척 좋은 소재라 생각되며 당연히 영화화가 되었다지만 저는 아쉽게도 감상하지 못했네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습니다.
덧 2 : 원제대로 "생쥐, 울부짖다 (Mouse that roared)"라고 출간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설명적인 번역 제목이 붙어서 약간 아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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