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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3

정인숙 사건 - 나명순 르포집 : 별점 2점

1988년에 나온 책이니 당시에는 화제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냥 잊혀지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한토막인 정인숙 사건에 대한 르포집입니다.

정인숙사건은 아마 지금은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간략히 소개한다면 박정희 독재 당시 주미대사를 손가락으로 부르며 상당한 재력과 권력을 손에 넣었던 미모의 여인 (아마도 고급 콜걸?) 정인숙이 1970년 자동차를 타고 귀가중 운전하던 오빠 정종욱의 총을 맞고 살해당한 사건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시에,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가 몇가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여인의 이름이 역사에 한토막으로 남게 된 것이겠죠.

미스테리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정인숙이 낳은 아이는 누구인가? 이미 수차례의 임신 중절 수술을 경험했으며 직업 특성상 아이를 가지는 것이 불리했을 것이 당연한 정인숙이 애써 낳아 기른 아이는 누구의 아이였을까? 이 아버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인숙을 죽이고 희생양으로 오빠 정종욱을 내세워 이 사건의 수사를 졸속으로 처리하게 하였을까?
  2.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동기마저 불명확한 오빠의 충동적 살인은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진범은 과연 누구인가?
물론 이외에도 사건에 관련된 소소한 수수께끼들, 예컨데
  1. 결국 발견하지 못한 권총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2.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제공했다는 신현정씨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앞서 말한 저 2가지라 생각됩니다.

첫번째 미스테리는 정인숙의 부와 권력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부분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자아내는데, 일단 이 책에서는 소문과 추론을 통해 인물을 2명, "박정희"와 "정일권"으로 좁히고 있습니다. 
두번째 미스테리도 당시 수사와 재판은 졸속이었고 다른 곳에서 살해당해 옮겨졌다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을 만큼 정종욱은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추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요.
거기에 사건의 정황에서 수사과정과 재판과정, 그리고 정인숙의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의 행적, 당시 사회상 등을 소상하게 추적하여 기술하고 있고 관련자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소문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무언가를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별로 팩트에 기초한 것 같지는 않고 추정과 당시의 소문 등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미스테리 자체를 밝혀내는데에는 결국 실패했다는 점에서 실망이 컸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결국 새롭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없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르포집이라는 책을 읽어본 것은 처음인데 나름 좋은 경험이었어요. 국내 현대사에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 많은 만큼 이런 장르의 책들도 많이 나와 주길 바랍니다.

덧 : 그나저나, 몇년전에 아들인 정승일이 정일권씨에게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DNA검사를 했지만 결국 친자가 아닌것으로 증명된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부는 누구였을까요? 정말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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