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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끝없는 추적 (追いつめる) - 이쿠시마 지로 / 이경재 : 별점 3점

이제는 대기업의 풍모마저 느껴지는, 고오베의 항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우찌 구미를 처단하기 위해 형사부장 시다 시로오는 경찰 본부장 구사야나기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독자적인 행동에 나선다. 시다의 첫 타겟은 하마우찌 구미의 간부 아오다니. 그는 시다가 주목하던 전과자 구와다를 살해한 혐의가 있어 검거에 나서지만 검거 도중 시다는 동료 형사 노리마쓰를 쏘게 되고 검거마저 실패해 형사를 그만 두고 가족까지 잃게 된다.
하지만 혼자서라도 하마우찌 구미에 대항하던 시다는 아오다니의 행적을 추적, 검거에 성공한다. 이어 구사야나기 본부장이 발족시킨 특수 대책반의 활동으로 아오다니를 통해 하마우찌 구미의 경영을 책임지던 오쿠다마저 체포함으로써 하마우찌 구미는 결국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작가 이쿠시마 지로의 작품입니다. 나오키 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네요.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풍기지만 하드보일드 추리물은 아닙니다. 캐릭터나 전개 방식이 니시무라 쥬꼬나 오사와 아리마사가 연상되는, 구태여 장르 구분을 하자면 "하드보일드 풍 모험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의 시다 시로오의 수사 방식이 "혐의자를 협박하거나 때린다 >> 혐의자가 진실을 말한다 >> 진실을 추적해서 다른 혐의자를 잡는다 >> 다시 혐의자를 협박하거나 때린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 진실이 숨어있는 하드보일드 추리물과는 다르게 한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추리라는 것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사건 자체가 단순할 뿐더러 일개 개인과 거대 조직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별로 숨길 것이 없기도 하고 말이죠.
주인공이 복수심으로 혈혈단신 외로운 늑대로 싸워나간다는 점에서 과거 사무라이 활극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모험소설처럼 보이는 것 같네요.

이렇게 비록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지만 "재미"라는 기본 요소에 굉장히 충실하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거대 조직 하마우찌 구미의 치밀한 묘사를 비롯하여 협박과 공갈, 폭력 및 각종 상납 등 여러 범죄에 대한 디테일이 워낙 뛰어나서 진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속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이 대단하거든요. 작가가 나가사키 출신이라는데 본인 체험에서 우러나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이러한 재미에는 하드보일드에 걸맞게 외롭고 고독하면서도 터프하고 냉소적인 유머를 갖춘 쿨가이 시다 시로오의 매력 역시 제대로 거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산토리 위스키를 찾는 장면 같은 디테일에서 시다의 고집이 잘 드러나 보여 마음에 들었어요. 이야기속에 작게나마 나름 반전이 있는 것도 이채로왔고요.

한마디로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현대의 일본식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의 원조격, 할아버지 뻘로 한번쯤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허무하긴 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인상적이었는데 뭔가 속편을 암시하는 듯 해서 조사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후 10여편의 시다 시로오 시리즈로 이어졌네요. 1972년에 영화화 되었는데 구하기는 어렵겠지만 영화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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