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맨 -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
사건을 수사하는 FBI 수사관 줄리아 소렌슨을 만난 잭 리처는 그녀의 차를 타고 뒤를 쫓다가 불에 탄 카렌의 차와 변사체를 발견했다. 줄리아에게 수사를 중지하라는 기묘한 상관의 압박이 들어오는 와중에, 카렌의 딸마저 유괴되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FBI에 이끌려 그들의 은신처로 향한 잭 리처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카렌과 만났다. 카렌의 정체는 테러 조직 '와디아'에 잠입한 FBI 수사관 맥퀸을 지원하기 위한 또다른 FBI요원이었다. 그녀를 덥치려던 킹을 죽이고 불태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탓에 맥퀸의 정체가 드러났고, 최소 8시간 이상은 걸릴 SWAT 팀을 기다리지 못한 리처, 줄리아, 카렌은 맥퀸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잭 리처 시리즈 16번째 작품. 작품은 14번째 작품인 "악의 사슬"에서 이어집니다. 15번째 작품인 "하드웨이"는 리처가 아직 군대에서 복무 중일 때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지요.
한 때 유행했던 잠입 수사관이 등장하며, FBI 수사관 시점에서 수사가 이루어지는 범죄 수사극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히치하이킹으로 얻어탄 차의 3인조가 수상하다는걸 깨닫는 초반부터 잭 리처의 관찰력과 추리력이 잘 드러납니다. 그들이 똑같이 맞춰입은 셔츠는 자세히 보니 기업체 유니폼이 아니었고, 킹이 떠벌인 말과 다른 여러가지 오류들 - 3시간 동안 쉬지않고 달려왔지만 연료는 별로 줄지 않았다, 아무도 기름을 넣을 때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 이 대화 중에 속속 드러나며, 심지어 킹은 멤버인 카렌의 커피 취향마저 모르는 등 수상한 단서들이 계속 제시되거든요. 리처가 드러난 단서를 조합하여 내 놓는 추리들도 모두 합리적입니다.
범인들이 남긴 정보를 가지고 소렌슨에게 내 놓는 여러가지 추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범인들은 이 지역 출신이 아니며, 이 사건은 우발적으로 벌어졌다는 추리로 이어지며 이는 모두 사실로 밝혀집니다. 카렌의 딸을 왜 유괴했을까?라는 의문을 풀어나가는 '와이더닛' 방식 추리를 펼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1030" 리뷰에서 문제로 지적했었던 부분인데 말이죠. 참고로 납치한 이유는 카렌에게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카렌을 '은신처'로 옮길 때 그녀가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리처의 특기인 수학도 잘 활용됩니다. "지나쳤던 삼거리와 사거리의 비율은 2대 3이었다. 서로 간의 거리는 평균 13킬로미터였다. 땅딸보의 차에 남아 있는 기름으로는 대략 1시간을 달릴 수 있다. 따라서 그 1시간을 달린 뒤에도 리처가 킹과 맥퀸의 도주로를 그대로 쫓아가고 있을 확률은 약 650분의 1이었다."처럼 범인들을 제대로 쫓아갈 수 있는 확률을 순식간에 계산하는 식으로요.
'와디아' 조직이 일종의 뒷세계 은행으로, 핵 폐기물 본위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했고, 조직의 근거지인 구 미사일 격납고 설정과 묘사도 탄탄합니다. "메탈기어"스러운 잠입 액션물 분위기도 잘 살리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잭 리처가 맨손보다는 콜트 자동소총, 글록 19와 17등 총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도 이채로왔습니다. 이는 "사라진 내일"과 유사한데, 아무래도 대형 테러 조직이 상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악의 사슬"바로 다음 작품이라 코뼈가 부러진 채로 이동하는, 그리고 코뼈가 부러진게 굉장히 강조되는 묘사도 반가왔습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런 디테일들은 즐거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단순 강도 살인 사건에서 스테일이 커지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핵 폐기물을 보유한 테러 조직이 미국 캔사스 시골 농장지대에서 암약한다는건 비현실적에요. 최초 피해자가 CIA 지부장급 요원인데, 알고보니 CIA에 잠입한 와디아의 고정간첩이었다던가, 알고보니 카렌이 캔자스시티 지부에서는 알지 못하는 FBI 본부 출신 잠입 요원이었다는 등의 설정도 억지스러웠고요.
설명도 많이 부족합니다. 펌프장에서 맥퀸과 킹이 자기들 차를 타고 오지 않은 이유 등 세세한 디테일들은 설명되지 않거든요. 펌프장에서 피해자가 맥퀸을 공격했던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맥퀸의 정체(잠입 수사 요원)을 알아챘다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맥퀸을 죽일 이유는 없었거든요. 본부로 돌아가 죽이는게 맞지요. 우리편이 훨씬 많으니...
맥퀸의 수사가 이렇게 이어져야 했을 까닭 역시 모르겠습니다. 맥퀸의 GPS 정보만 보아도 테러범들의 본거지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왜 진작에 타격해서 섬멸하지 않은걸까요? 맥퀸이 사로잡힐 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습니다.
우리 쪽 '좋은 사람' 들이 죽어나가는 전개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시골 마을 보안관인 굿맨의 죽음이야 그렇다쳐도, 줄리아 소렌슨이 저격총에 맞아 사망한다는건 황당했어요. 리처의 분노에 불을 붙여 홀로 테러리스트들을 섬멸한다는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이런 설정 없이도 리처라면 충분히 혼자서 쳐들어가 악을 물리치고 맥퀸을 구해냈을 겁니다. 지나친 흥미 본위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와디아 조직이 줄리아를 저격해서 죽였다면, 당연히 경계 태세를 강화했어야 했는데 이를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전개도 어설퍼 보였고요.
마지막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카렌이 등장하여 리처를 구해준다는 것도 작위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에 가까운 2점입니다.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차 주인이 알고보니 살인범'이라는 설정을 살린 수사물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에 가까운 2점입니다.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차 주인이 알고보니 살인범'이라는 설정을 살린 수사물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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