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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웨스트포인트 2005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2점

웨스트포인트 2005 - 6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트릭, 진상 그리고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가장 먼저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탄 잭 리처.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산책길에 나선 리처는 전당포 앞을 지나가다 진열창에 놓여 있는 반지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리처가 졸업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2005년도 졸업 반지. 4년에 걸친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스러운 반지를 전당포에 맡길 졸업생은 아무도 없기에 리처는 반지의 주인인 여자 생도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추적에 나섰다.
반지가 흘러들어온 경로를 더듬어가던 리처는 FBI 출신 사립탐정 테리 브라몰과 의뢰인 매켄지와 함께하게 되었다. 매켄지는 실종된 여자 생도 세레나의 쌍동이 언니였다.
우여곡절끝에 세레나는 군대에서 입었던 치명적인 얼굴 부상으로 각성제에 중독되었다는게 밝혀졌다. 리처는 세레나의 치료가 안정될 때까지 필요한 각성제를 확보하고 밀매 조직을 괴멸시킨 뒤, 우두머리 스콜피오마저도 처리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잭 리처 시리즈 22번째 작품. 원제는 "Midnight Line"입니다. "메이크 미"에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미셸 장과 헤어진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반지를 전당포에 맏길 졸업생은 없다'는 취지로 반지 주인을 찾아나서는 초반부는 흥미진진합니다. 졸업 성적도 우수했고, 여러 전장에 참전해서 훈장까지 탔던 졸업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큰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주어지는 '퍼플 하트' 훈장, 그리고 '항상 얼굴을 감추고 숨어있었던 여자'라는 단서가 세레나는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추리로 이어지는 과정도 깔끔했고요. 이 추리는 독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인데, 세레나와 함께 있다가 자살한 사이러스가 사타구니 총상으로 괴로워했다는건 신선한 아이디어였어요. 집안도 좋고 외모, 사지 멀쩡한 청년이 약물에 중독되어 결국 자살을 택한 이유가 없을테니 살해된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데, 알고보니 너무나도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니까요. 아,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매켄지가 세레나의 언니라는걸 그녀의 빗으로 확인하는 장면, 그리고 세레나의 현재 소재를 사이러스의 집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결국 찾아내는 장면, 리처가 카우보이들에게 죽을 뻔 했을 때, 그들이 사실은 사이러스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게 아니라는걸 깨닫는 장면 등 리처의 추리력이 발휘되는 장면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진통제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주삿바늘같은게 아니라 TV에서 광고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결국 마약 중독이라는 이야기로, 단순한 마약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제조, 판매되는 진통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문제를 고발한다는 측면에서는 일종의 '사회파'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세레나가 은신한 곳이 '라라미' 근처의 깡촌 뮬크로싱이라는건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라는 서부극 영화를 보고 잠깐 찾아봤을 때도 깡촌이라고 느꼈었는데, 지금 도 잊혀지길 원하는 사람이 은거하기 위해 선택하는 깡촌이라는게 신기했거든요. 한번 깡촌은 영원한 깡촌인거 같네요.

그렇지만 중반 이후는 다소 시시했습니다. 잭 리처가 세레나에게 이르는 과정도 끄나풀들을 찾아가 주먹질을 하고, 이미 죽거나 도망친 사람들의 집을 뒤지는게 전부입니다. 초반의 스콜피오의 부하들과의 대면, 그리고 스콜피오의 사주를 받은 카우보이들이 리처를 습격해서 죽이려하는 장면 외에는 위기도 전무하다시피 하고요. 
정교한 맛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스콜피오가 정식 의약품을 빼돌릴 수 있었던 방법 역시 석연치 않습니다. 군대용 의약품을 빼돌렸고, 이를 눈치챈 사이러스의 고발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등의 설명이 있지만 이보다는 더 정교한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스콜피오를 뒤쫓는 래피드시티의 형사 글로리아 나카무라 시점에서도 전개도 가끔 보여주는데, 그리 필요했던 내용은 아니었고요. 오히려 나카무라 형사의 컴퓨터 범죄가 친구가 스콜피오가 산 휴대폰 번호를 추리해내는 장면이 더 볼만했어요.

전개가 시시한만큼 리처의 활약이 그걸 보상해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합니다. 이 작품에서 리처는 스스로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습니다(스콜피오는 아마 죽었겠지만요)! 리처를 죽이려 했던 카우보이 중 한 명이 죽은건 오발 탓입니다. 마약상 스태클리를 죽인건 세레나고요. 리처는 놀랍게도 별다른 액션을 보이지 않습니다. 리처가 뭔가를 보여줘야 할 만큼 스콜피오 조직의 무력이 신통치 않은 탓도 큽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리처 시리즈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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