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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메이크 미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3점

메이크 미 - 6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잭 리처는 마더스 레스트라는 작은 마을 역에 내렸다. 역 이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탐정 미셸 장을 만났다. 그녀는 실종된 탐정 키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잭 리처는 미셸을 돕기 시작했고, 둘은 키버의 의뢰인 맥캔의 거처까지 알아냈지만 누군가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맥캔마저도 이미 살해된 다음이었다. 사건의 흑막은 마더스 레스트에서 운영한다는 자살 도움 서비스였다.
그러나 자살 도움 서비스의 진짜 정체는 자살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촬영하는 스너프 필름 제작소였고, 잭 리처는 이곳을 주모자들 전부와 함께 쓸어버린다.


"희망은 최선을 기대하며 품는 것이고 계획은 최악을 대비해서 세우는 거요."

저만의 '잭 리처 week'의 두 번째 작품이자 잭 리처 시리즈 20번째 작품. 어제 리뷰를 올렸던 "61시간"과 똑같이 일종의 수사 드라마 장르지만, "61시간"은 '보호'에, 이 작품은 '추적'에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찾아오는 악당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실종자와 미지의 의뢰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전개는 합리적입니다. 실종된 탐정을 찾기 위해, 그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의뢰인과 의뢰한 사건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는건 당연합니다. 이런 저런 탐문 수사와 조사로 발견한 몇 안되는 단서를 통해 다음 단계로 추리하며 나아가는 과정도 설득력 높습니다. 맥캔의 거처를 알아내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키버가 남긴 유일한 단서였던 LA 타임스 기자 웨스트우드의 전화번호로 웨스트우드를 찾아가 맥캔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그가 핸드폰을 산 가게와 평소 행적을 통해 거처를 추리하여 찾아내는데 굉장히 그럴싸하게 그려지고 있거든요. 다소 운이 작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웹에서 얻은 정보인 '시보레 엔진을 돌려 발생시킨 배기가스로 사망케 한다'에 들어맞는 구조물이 마더스 레스트 농장에 없고, 자살 도움 서비스 비용만으로는 전문가 킬러를 고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마더스 레스트의 자살 도움 서비스의 이면에 추악한 뭔가가 있다는걸 끌어낸 추리도 마찬가지로 합리적이었고요. 
이곳이 '스너프 필름 제작소'라는 정체 역시 마지막에 반전으로 제시되는 순간까지 독자를 속이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앞서 '디프 웹'에서 접근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지만, '자살 도움 서비스'로 독자(그리고 미셸과 웨스트우드까지)의 눈을 현혹시킨 덕분입니다.

리처의 강함을 드러내는 액션 묘사도 괜찮았습니다. 킬러 헤켓과의 1:1 대결, 맥켄의 여동생 에밀리 집에서 벌어진 킬러 3명과의 대결, 그리고 마지막 마더스 레스트 일당들과의 대결 모두 전문가적인 소견으로 잘 짜여진 작전, 동선으로 움직이는게 잭 리처와 잘 어울렸습니다. 아래와 같이 자비를 품지 않고 악당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장면들 모두 마음에 쏙 들었어요.
"편하게 보내줘선 안 될 놈이었소. 주방에서 무딘 칼을 가져다가 모가지를 썰어버렸어야 했는데."
그야말로 '무숙자'인 리처의 특징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마더스 레스트' 역에 내린 이유부터가 그러합니다. 단지 역 이름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니!

물론 단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악당 조직의 힘이 허약하다는 결정적 문제는 큽니다. 돈은 있어서 킬러는 고용할 수 있지만, 본인들은 고작해야 시골 마을 촌부들에 불과하니 영 모양새가 살지 않더라고요. 하나의 단계, 역경을 극복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전개도 다소 진부했으며, 꼭 필요한 단서가 꼭 필요한 순간에 튀어나온다는건 우연치고는 너무 지나쳤어요. 이런 점에서 일종의 게임같은 느낌도 강하게 전해줍니다. 마침 에밀리 집에 리처가 방문한 날 킬러가 들이닥친다는 등 작위적인 부분도 많았고요.

그래도 펄프 픽션이라도 잘 짜여져 있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걸 알려주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잭 리처 시리즈 입문작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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