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간 -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오픈하우스 |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처는 홀랜드를 처단한 뒤, 사건의 흑막인 사악한 마약상 플라토마저 없애기 위해 옛 군사 시설에서 한 판 승부를 준비하는데.....
전직 엘리트 군인인 거한 잭 리처가 활약하는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인 잭 리처 시리즈 14번째 작품.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입니다. 이번 설 연휴는 '잭 리처 week'로 정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에 있던 군사 시설에 2차 대전 때 지급되었던 환각제가 대량으로 보관되어 있었고, 시설의 원래 정체는 핵전쟁 이후 생존한 아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고아원이었으며, 육군 시설이 아니라 공군 시설이라서 잘 닦인 활주로가 함께 있었다는 등의 스케일 크면서도 대담한 설정이 돋보입니다.
잭 리처가 제대로 된 추리를 선보이는 것도 이채로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후임인 110 부대장 아만다를 도와 후드 기지에서 탈주한 대위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뉴스를 방송하는 곳, 그러면서도 경찰을 피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특정한 뒤 버스 터미널 옆 모텔에 머물고 있을거라고 추리하지요. 과장되기는 했어도 그럴듯했습니다.
피터슨 부서장을 살해한건 경찰이라는걸 곧바로 알아채고, 제닛 솔터마저 살해당한 뒤 범인이 홀랜드 서장임을 깨닫는 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 사이렌이 울렸을 때 재닛 솔터의 집에 처음 나타난게 서장이었다는 등 서장이 앞서 범했던 실수들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사실 주요 등장인물 중에서 범인이 될 만한 사람은 홀랜드 서장밖에는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성은 없었지만요(범죄행위에 가담했던 인상을 준 마이애미 출신 경찰은 떡밥치고는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이런 추리와 함께 곁들여지는 살을 에일듯한 사우스다코타 주의 겨울 묘사도 대단했습니다. 재닛 솔터의 사체를 목격한 잭 리처의 얼굴 피부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묘사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얼마나 추워야 공기중 미세한 얼음 알갱이들이 얼굴에 수천개의 상처를 내는게 가능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네요. 잭 리처가 '무숙자(無宿者)'임을 잘 드러내는, 갑작스럽게 방문한 마을에서 사건에 휘말린다는 도입부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제닛은 플라토의 부하가 마약을 거래하는걸 목격했다는 증언을 할 예정이었으며, 이를 통해 폭주족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플라토는 제닛을 살해하려고 했고요. 그런데 제닛을 살해하면 상황이 바뀔까요? 마약 거래보다 살인이 훨씬 중죄이고, 심지어 증인에 대한 계획 청부 살인은 차원이 다른 범죄에요. 게다가 경찰 부서장 피터슨마저 살해했으니 이 정도면 지방 정부 중심의 단순 조사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할 상황이에요. 이보다는 차라리 수감된 폭주족을 자살하라고 시키는게 더 나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플라토가 어차피 러시아인을 물먹일 생각이었다면, 제닛을 살해했다면서 말로 대충 떼우고 일을 진행했어도 됐습니다. 러시아인이 손에 넣은 마약 창고가 텅 비었다는걸 알게 되는게, 약속했던 목격 증인을 실제로는 살해하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는것보다 더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어차피 신뢰를 잃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계획을 진행할 이유는 없어요.
전개 내내 언급되는 61시간이라는 시간 제한도 솔직히 왜 독자에게 알려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가 시간 제한 때문에 긴장을 느낄만한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플라토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이 흘러갈 뿐인 전개이고, 잭 리처가 시간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도 눈이 오지 않는 찰나에만 활주로에 플라토의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당연히 날씨는 미리 예측할 수 없고요. 그런데 어떻게 시간 제한을 사전에 정해 전개한단 말입니까? 이건 완전 넌센스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제닛은 플라토의 부하가 마약을 거래하는걸 목격했다는 증언을 할 예정이었으며, 이를 통해 폭주족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플라토는 제닛을 살해하려고 했고요. 그런데 제닛을 살해하면 상황이 바뀔까요? 마약 거래보다 살인이 훨씬 중죄이고, 심지어 증인에 대한 계획 청부 살인은 차원이 다른 범죄에요. 게다가 경찰 부서장 피터슨마저 살해했으니 이 정도면 지방 정부 중심의 단순 조사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할 상황이에요. 이보다는 차라리 수감된 폭주족을 자살하라고 시키는게 더 나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플라토가 어차피 러시아인을 물먹일 생각이었다면, 제닛을 살해했다면서 말로 대충 떼우고 일을 진행했어도 됐습니다. 러시아인이 손에 넣은 마약 창고가 텅 비었다는걸 알게 되는게, 약속했던 목격 증인을 실제로는 살해하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는것보다 더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어차피 신뢰를 잃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계획을 진행할 이유는 없어요.
전개 내내 언급되는 61시간이라는 시간 제한도 솔직히 왜 독자에게 알려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가 시간 제한 때문에 긴장을 느낄만한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플라토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이 흘러갈 뿐인 전개이고, 잭 리처가 시간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도 눈이 오지 않는 찰나에만 활주로에 플라토의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당연히 날씨는 미리 예측할 수 없고요. 그런데 어떻게 시간 제한을 사전에 정해 전개한단 말입니까? 이건 완전 넌센스입니다.
잔혹한 난장이 악당 두목 플라토도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글쎄요, 아무리봐도 잭 리처의 상대로 보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마약이 보관된 지하 벙커(?)의 높이가 낮아서 키가 작은 플라토가 조금 유리했다는 건 있지만, 애초에 가진 역량과 피지컬 차이를 뒤집을 수 있어 보이지 않았거든요. 플라토가 마약과 귀중품을 직접 수습하기 위해 나서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이 와중에 배신자들이 나타나 그를 죽이려 한다는 전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인기있는 헐리우드 영화 클리셰는 다 가져다 붙인 느낌만 들더군요. 플라토의 최후도 시시하기 짝이 없고요.
마지막에 플라토를 죽인 잭 리처가 어떻게 벙커에서 탈출해서 남은 잔당과 장비를 박살내는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영 별로였어요. "탑건 매버릭"에서 훈련만 줄창하다가, 진짜 작전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않고 매버릭 부하 시점에서 '성공했다'고 언급하고 끝내면 어떻게 될까요? 난리가 날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무난하기는 한데,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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