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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순례 주택 - 유은실 : 별점 3점

순례 주택 - 6점
유은실 지음/비룡소

중학생 수림이의 아빠, 엄마는 외할아버지 소유의 아파트 원더 그랜디움에 사는게 자랑인 허영덩어리 무능력자였고, 언니 미림은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였다. 수림이만 가족 중 유일하게 스스로를 건사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여자 친구 순례씨에 의해 빌라 '순례 주택'에서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성장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수림이네 가족은 아파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외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했기 때문인데, 다행히 순례 씨의 배려로 저렴한 순례 주택으로 이사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빠, 엄마와 언니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빌라촌 주민들을 업신여기기 일쑤였는데....

딸의 논술학원 교재. 
부잣집이 망해서 신세가 전락한 뒤, 가난에 적응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코미디는 많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흔하게 쓰였던 소재이지요. 오래전 드라마 "엄마의 바다"가 떠오르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소속은 부잣집이지만 마음은 가난한', 그리고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어른인' 수림이를 통해 다른 유사 작품과 다른 독특함을 보여줍니다. 부모의 무능력과 추태는 수림이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객관적인 비판이 가능할 뿐더러, 중학생 시점에서 가족들이 서서히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성장기인 셈이지요. 이 과정에서 수림이한테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라고 순례 씨가 말하는 장면은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이 눈으로 바라본 세태 풍자라는 점에서 "아홉살 인생"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한 묘사 덕분입니다. 사실 "아홉살 인생"의 삶은 세태 풍자라고 보기에는 많이 끔찍한 편이었지요.... 여기에 기승전결을 갖춘 긴 이야기가 아니라 왁자지껄하면서도 소소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순례 씨를 비롯한 순례 주택 주민들과 수림이네 가족 캐릭터가 잘 살아있는 점 등이 더해져 한 편의 가족 시트콤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가족 시트콤에 세태 풍자를 결합한 정도로 끝냈어야 했는데 그레타 툰베리를 언급해가며 환경 보호 메시지까지 집어넣은건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기승전결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마무리한 결말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엄마, 아빠와 미림이 정말 정신을 확실히 차렸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는게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엄마, 아빠와 언니 미림의 설정도 지나치게 뻔했습니다. 뉴스 등에서 접했던 이슈들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해 보였어요. 청소년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아빠 정신상태는 어른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무책임한 부모가 아직도 있나?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었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재미도 있고, 한 번 읽을 가치도 충분해 보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제 딸도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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