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빌려드립니다 -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수술을 거부해왔던 태린은 수술 직전에 간신히 탈출했지만, 갈 곳이 없어 자살을 결심한 찰나 다행히 친부모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알렉스 쉬어러의 SF 소설. 인간이 과학과 의학의 도움으로 평균 수명을 200살 이상으로 늘리고, 외모 변화도 40이후 없는 세상이 되자 그 반동으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칠드런 오브 맨"과도 유사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귀해서 아이를 잠깐이나마 빌려주는 사업, 심지어 아이들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수술까지 성행한다는 핵심 설정은 재미있었고, 학교가 없어졌으며 산부인과 의사가 직업을 잃었으며 거리에 나온 갓난아기가 군중의 주목을 잡아 끈다는 등의 설정과 묘사도 괜찮았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살짝 겹쳐지네요.
태린 시점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로 이루어지는 전개도 긴장감을 전해줍니다. 디트 삼촌에게 혹사당하며 '오후의 아이'가 되어 이 집, 저 집을 오가며 아이 행세를 하고, 심지어 거금에 팔려 애완동물처럼 지내다가 피피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리고 끔찍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F 소설로 보기에는 좀 부족합니다. 아이가 없어진 세상에 대한 설정을 과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탓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다면, 인공 수정으로 충분히 임신이 가능한데, 그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보다는 종교적인 사상이 근간이 된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감히 신의 영역을 건드려서 천벌을 받은 것이며, 노화 방지 시술을 받지 않은 태린의 부모는 임신과 출산이 가능했다는 설정이 이를 증명합니다. SF보다는 약간 이런 쪽(?) 계열 소설로 보이기도 하네요.
다른 설정들도 합리적이지 못한건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게 피피 수술입니다. 태린이 피피 수술을 받았다 한들, 태린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디트 삼촌이 태린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단 몇 년을 더 벌기 위해 거액의 수술비를 낸다는건 이해하기 힘들어요. 차라리 수술비를 모아서 정착하는게 나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출구를 잃은 태린 앞에 유괴범인줄 알았던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태린의 친부라서 태린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데려와 행복을 찾게 만든다는 결말인데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사전에 복선이라던가, 관련된 정보 제공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정도면 거의 "소드 마스터 야마토"급 결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개도 디트 삼촌의 사업과 관련된 태린의 심리 묘사는 반복적이라 지루한 등의 문제가 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결말까지 잘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청소년 소설로 유명하던데, 성인들이 읽을만한 장르 소설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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