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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1030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2점

1030 - 4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틀랜드를 배회하던 잭 리처는 은행 통장에 입금된 1,030달러 - 부대에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코드명 - 를 통해 옛 부대원 니글리를 만났다. 니글리는 리처에게 프란츠의 죽음을 알리며, 복수를 위해 옛 부대 재결성을 부탁했다. 그런데 남은 5명의 부대원 중 오도넬, 딕슨만 부름에 답했고 스완, 산체스, 오로스코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차례대로 프란츠처럼 사막에서 추락사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단서들을 모아나가던 리처 부대는 군수회사 뉴에이지의 보안부서 책임자 라메이슨이 범인이라는걸 알아냈다. 신무기 미사일 리틀 윙을 불량품으로 처리한 뒤, 폐기한 것으로 속이고 외국 테러리스트에 팔아넘기려던 라메이슨의 행각을 눈치챈 스완이 가까운 곳에 있던 옛 부대원들을 불러모아 공격을 대비했지만, 오히려 라메이슨에게 당하고 만 것이었다. 라메이슨이 경찰일 때 동료였던 보안관 커티스 모니가 스완 일행을 속인 뒤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었다.
같은 방법으로 오도넬과 딕슨도 잡혔지만, 리처는 반격해서 라메이슨 일당을 철저하게 박살낸 뒤 미사일을 구입한 테러리스트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울어 봐야 소용없소. 눈물 따위에 마음이 약해질 만한 사내는 다른 곳에 가서 찾으시오."
"네 삶의 마지막을 즐겨라. 와인 한 병을 사고 DVD를 빌려라. 하지만 박스로 사지는 마라. 네게 남은 시간은 이틀 정도니까. 그것도 길어 봐야."

잭 리처 시리즈 11번째 작품. 원재는 "Bad Luck & Trouble"입니다. "불운과 문제"라고 직역하기에는 폼이 없어서 바꾼 듯 한데, 바꾼 제목도 나쁘지 않네요.
기존 시리즈처럼 한 마리 외로운 늑대 잭 리처의 활약을 다루지 않습니다. 죽은 전우들을 위해 옛 전우들을 모아 복수를 진행한다는 복수극이거든요. 부대가 뭉쳤기에 복수극도 군사 작전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전직 엘리트 군인들, 복수극, 군사 작전이라는 키워드만 놓고 보면 "크리시" 시리즈가 떠오르네요. "익스펜더블"과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이런 변주가 좋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인 잭 리처의 추리력이 발휘될 여지가 거의 없는 탓입니다. 스완의 문진을 가지고 베런슨의 거짓말을 꿰뚫어 본다던가, 프란츠가 도움을 요청한게 아니었다는걸 깨닫는 장면처럼 소소한 추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프란츠가 남긴 문서가 '근무일' 기준이었다는 것도 꽤 괜찮았고요.
하지만 이외에는 추리는 커녕 리처의 무능함만 도드라질 뿐입니다. 특히 '왜 전 엘리트 헌병대원 4명이 허접한 녀석들에게 잡혀 죽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대로 풀어내지 않는게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급 전문가들이라 웬만한 적들이 진압하는게 힘들다면 답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유일하게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산체스가 배신했거나, 누군가 믿었던 사람이 뒷통수를 쳤다는 이야기지요. 이렇게 '후더닛' 말고 '와이더닛'으로 접근했어야 했던 사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일당들에게 당한게 아닐까 헛다리짚는건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6,500백만불을 카지노에서 따려면, 작중 설명되는대로 엄청난 조직과 돈이 필요했을겁니다. 쉽게 덮기도 힘들었을테고요. 상식선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를 조사까지 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보안관 모니가 라메이슨의 옛 동료였고, 프란츠 일행은 모니에게 체포된 뒤 살해당했다는 반전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무려 4명의 전 엘리트 군인들이 보안관 1명에게 제압당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모니가 총을 들고 있었긴 했지만, 잭 리처 본인도 그간의 시리즈는 물론 이 작품 내에서도 권총에 맞서는 장면은 수도 없이 보여주었는데 말이지요. 반격 시 최소한 한 명이 죽더라도 남은 세 명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처와 니글리는 LA의 교통 체증으로 모니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설명됩니다. 그렇다면 커티스 모니가 오도넬과 딕슨을 먼저 제압한 뒤, 리처와 니글리를 태연히 기다렸다가 잡아간다는 생각없이 현장을 뜰 정도로 바보였다는 것도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악당들의 매력도 현저히 처집니다. 기본적인 능력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탓입니다. 라메이슨 일당이 아무리 전직 경찰로 10년 이상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 흉기에 가까운 전투집단 군인들과 대등한 싸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본거지에서 맥없이 쓸려나가고 6,500만불까지 빼앗기는걸 보면 10년 동안 경력은 뭘로 쌓았나 싶고요. 리처와 니글리의 습격은 충분히 예상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모니의 도움으로 뒷통수를 치는 것 외에는 너무 무력한지라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어느정도 실력자였어야 좋은 대결 구도가 성립했을텐데 이래서야 최소한의 긴장감조차 불러오기 힘듭니다. 악당들이 알아서 단서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어요. 모니가 오로스코의 메모를 건네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라메이슨의 부하가 리처 일행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습격하지 않았다면 진상과 정체가 드러나는데 더 오래 걸렸을겁니다.
리처의 부대원들도 마찬가지에요. 별다른 매력도 없으며 결정적 순간에는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하는 것도 없습니다. 숫자의 귀재라는 딕슨의 특기는 리처와 동일하기도 하고요. 그나마 자금을 대는 니글리 정도만 약간의 활약을 보일 뿐입니다.

설명도 부족합니다. 라메이슨 일당이 이미 6,500만불을 받았는데 뉴웨이브라는 회사에 남아 근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리틀 윙을 빼돌린게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돈을 받은 이후인데 그게 문제가 될까요? 최소한 라메이슨 혼자만이라도 몸을 빼는게 당연했어요.
그리고 커티스 모니의 부하 브란트는 리처를 미행하고 있었습니다. 모니와 라메이슨 일당이 모두 살해당했다면, 브란트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을거에요. 리틀윙 거래는 뉴웨이브 회사와는 관계가 없기에 ,잭 리처가 뉴웨이브를 공격해서 불을 지른 범죄 행위는 당연히 수사가 되었어야 했고요. 라메이슨 일당의 부하들 모두가 리틀 윙 거래에 관여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그들 모두를 살해한 것 역시 엄연한 범죄입니다. 그런데도 브란트가 수사에 나서지 않는건 물론이고, 중반 이후 사라져서 등장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복수극도 시시했습니다. 헬기에 숨어있다가 라메이슨 일당을 밖으로 떨구는게 전부인 탓입니다. 이전에 리처가 라메이슨에게 "너는 곧 우리를 만나게 될 거다. 그럼 함께 헬리콥터를 타자. 네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번엔 한 가지 크게 달라질 게 있다. 내 친구들은 반항했을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하지만 년 절대 그러지 않을 거다.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걸복결할 거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눈물 콧물 있는 대로 짜낼거다. 내 그것만은 틀림없이 약속하마."말했기에 보다 처절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어요. 예정된 위험한 테러보다 복수를 먼저 선택한 리처의 모습도 당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졌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보다 살짝 높은 2점입니다. 스케일은 크지만 리처 시리즈의 매력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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