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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악몽과 몽상 2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악몽과 몽상 2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엘릭시르

어쩌다보니 1을 읽지않고 2부터 읽게 된 스티븐 킹의 중단편집.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보너스격인 논픽션 <<고개를 숙여>>와 시 <<브루클린의 팔월>>, 우화인 <<거지와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수록작은 9편입니다.

그간 순문학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던 중, 단편집들과 비교해볼 때, 좀 더 화끈한 작품이 많다는게 특징이에요. 과거의 스티븐 킹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거장과 과거에 대한 오마쥬 형식의 작품들도 신선했고요.
전통적인 크리쳐 호러인 <<장마>>, 기발한 호러 액션 모험물인 <<10>> 등이 과거 킹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다섯 번째 4분의 1>>은 화끈한 마쵸 하드보일드 액션, <<크라우치앤드>>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오마쥬,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셜록 홈스 파스티쉬로 모두 나름 매력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도 하드보일드 탐정물에 변주를 가한 독특함이 좋았고요.
<10>"10"을 제외하면 대체로 클리셰로 가득한 친숙한 이야기들이지만, 워낙에 필력이 원숙하고 묘사가 대단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걸 특별하게 만드는, 이런게 바로 장인의 솜씨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할아버지의 충고가 전부인 <<내 귀염둥이 조랑말>>, 일종의 타임 슬립물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기묘한 가족 드라마 SF인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화끈함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부록격인 논픽션과 시, 우화는 딱히 점수를 주기 애매하고요.

그래도 12편 중 6편, 제대로 된 수록작만 치면 9편 중 6편이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니 전반적으로 괜찮은 작품집에는 분명합니다.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 정도면 본전치기는 하는 셈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장마>>
시골 마을 윌로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젊은 부부에게 마을 사람들이 그날 하루만 다른 곳에서 보낼걸 요구한다. 이유는 그날이 칠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두꺼비 장마'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존과 앨리스 부부는 객기를 부려 윌로에서 머무는데, 오래지않아 비처럼 내리는 무시무시한 식인 두꺼비 떼와 조우하게 된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크리쳐 호러물. 무언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마을 사람들, 비가 곧 오기 직전인 축축한 공기에 대한 묘사로 가득찬 도입부에서, 식인 두꺼비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부부를 습격하는 중, 후반부까지의 전개 모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정말로 두꺼비가 장마처럼 쏟아진다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두꺼비들이 모두 다음날 햇볕과 함께 녹아서 사라지는 이유가 젊은 부부를 장마 직전인 7년에 한 번씩 인신공양한 덕분일 거라는 결말도 꽤 참신했어요. 보통 이런 크리쳐 호러물의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게 대부분인데 최소한의 설명 정도는 덧붙인 셈이니까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주는 킹의 맛이 잘 살아 있는, 읽는 재미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의 권유대로 부부가 장마날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조금 궁금한데, 소설의 결말처럼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졌겠죠?

<<내 귀염둥이 조랑말>>
할아버지가 "어른이 되면,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갈 때가 있다"는 충고를 손자에게 해 주는게 전부인 작품.
시골 마을에 대한 묘사도 좋고, 시간이 빨리가는 상황 설명도 흥미롭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다른 드라마도 없는데다가, 엄마는 알콜 중독에, 누나는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뭉쳐있다는 등의 불필요한 묘사가 많아서 읽기도 지루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책 뒤 해설을 보니 손자 클라이브 배닝이 살인 청부업자가 된 이야기를 그린 오래전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착수했던 동명 장편에서 뽑아낸 회상 장면이라는군요.

순문학적인 소양이 엿보이기는 하나, 구태여 찾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작가 빌 위더먼이 아내, 세 명의 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끔찍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제발 데려가..."는 말을 남기고 끊어진 전화를 받은 아내 케이티는, 그 목소리가 자기 가족이 확실하다고 느끼고 기숙사의 딸, 어머니 등의 안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동생이 연락이 되지 않자 남편과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가는데....

시나리오로 쓰여진 작품. 덕분에 시각적인 상상과 여러가지 배경 음악들을 머릿 속에 떠올리기 좋았습니다. 전화를 걸어온게 다름아닌 '미래의 케이티' 였다는 진상도 그럴듯했고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족임을 확신했다는데 그게 바로 자기였다니! 이런거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싶네요. 시공을 초월하여 메시지를 나누는 작품은 많지만, 연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다는 작품은 처음 봤습니다.

그러나 "제발 데려가.."는 그날 바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빌 위더먼을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뜻이었다는건 좀 허무합니다.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걸 때에 보다 명확하게 메시지를 남기는게 당연하잖아요? 빌 위더먼이 처제의 집을 찾아가며 느끼는 서스펜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에게서 기대해 봄 직한 공포나 스릴, 서스펜스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대로 영상화되었다는데, 영상물로 보는게 훨 낫지 싶네요.

"10"
출근 후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온 브랜든 피어슨은 '박쥐 인간'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비명을 지르려던 그를 진정시킨건 같은 회사 프로그래머 듀크였다. 듀크는 '박쥐 인간'은 흡연자들에게만 보인다며 브랜든을 '박쥐 인간'을 본 사람들 모임에 초대한다.
그러나 모임은 리더 델레이의 배신으로 박쥐 인간의 습격을 받게 되고, 브랜든은 모임에서 처음 만난 캐머런, 모이라와 함께 탈출한다....


아, 세상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출근 후 10시,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유대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저 역시 과거 흡연자라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 흡연자들만 그들을 지배하는 사악한 '박쥐 인간'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금연 열풍, 담배 혐오가 널리 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역습이자 발버둥같은 작품이에요. 물론 흡연자들에게는 경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테고요. 스티븐 킹이 흡연자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나 좋았던 아이디어에 비하면 전개는 그냥 그렇습니다. 일단 박쥐 인간과의 혈투가 시시합니다. 끔찍하게 생겼을 뿐, 별다른 능력이 있지도 않고 물리적 공격에 바로 격퇴되기 때문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오마하로 탈출한 뒤, 브랜든 일행이 다시 '10시의 사람들'을 규합하여 박쥐 처단에 나선다는 한 페이지짜리 후일담으로 끝낼 이야기도 아니었고요. 서둘러 대충 끝낸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좀 아쉬웠어요.
아울러 '10시의 사람들'은 그냥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는 디테일도 사족이었다 생각되네요.

하지만 그 어떤 단점에도 워낙에 아이디어가 압도적이라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이런 생각과 발상은 정말이지 본받고 싶네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제 주변 흡연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크라우치 엔드>>
남편이 실종되었다며 미국인 로니 프리먼이 경찰에 신고한다. 그녀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경찰 베터와 로버트 파넘 순경에게 부부가 방문했던 런던 근교 '크라우치엔드'에서 겪었던 기묘한 경험을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크라우치엔드가 크툴루를 위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부부가 크툴루를 만난다는 이야기. 러브크래프트를 위한 오마쥬로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의 팬이라면 제법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특별한 드라마는 없습니다. 부부가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만 이어질 뿐 크라우치엔드가 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는지, 어떻게 그 거리로 빠져들어 희생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

물론 이런게 러브크래프트 작품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한 마디로 요악하자면, "지나치게 잘 쓴 팬픽"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
장남 트렌트, 여동생 리사와 로리, 막내 브라이언은 의붓 아버지 루와 함께 사는 집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난다는걸 알게 된다. 트렌트는 엄마가 루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로 기절까지 하자, 금속 생명체를 이용하여 루를 없앨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집 안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나고, 이윽고 그 생명체가 만든 시한장치에 의해 지하실에서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걸 트렌트가 알아채는 부분까지는 꽤 흥미로왔던 작품.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미국에 사는 남자아이라면, 시계가 0을 가리키면 폭발하든지, 이륙하든지 둘 중 하나라는걸 알고 있다'는 설정에 따른 결말은 좀 안이했습니다. 아이의 생각 그대로, 단지 카운트다운에 의해 나중에 '이륙해 버린다'는건 너무 단순한 발상이었으니까요.
또 이 기계 생명체가 무엇인지, 왜 성장한 끝에 이륙했는지 등 설명이 전무해서 답답했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설득력을 조금이나마 보충해 줄 만한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힘들었다 하더라도, 새 아빠에 집까지 없어져버리면 엄마가 네 아이를 데리고 잘 살 수 있었을까? 라고 질문하면 그리 희망적인 답을 할 수는 없을거에요. 실제로 엄마가 루를 엄청나게 사랑했을 수도 있고요. 한마디로 무책임한 결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잔인함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가족 드라마스러운 내용은 이색적이나 아이디어를 전개와 결말이 잘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다섯 번째 4분의 1>>
바니의 친구 제리는, 키넌에 의해 죽어가는 바니에게 들은 정보로 키넌과 병장을 습격한다. 이유는 바니에 대한 복수와 그들 4명이 나눠가진, 현금이 묻힌 4장의 지도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부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4>>을 쓴다면?" 인데, 내용도 그에 걸맞는 충실한 하드보일드 액션물. 보물 지도 때문에 사람들을 서로 죽이는 고전적인 설정에 더해, 4인 중 마지막인 재거와 벌이는 죽음의 사투가 인상적인 단편.
'다섯 번째 4분의 1'이라는 제목은 이미 죽은 바니와 주인공 제리, 그리고 키넌과 병장, 재거라는 등장인물 5명을 의미합니다. 등장인물은 5명 뿐이고 (심지어 한 명은 이미 죽었고), 장소도 키넌의 집과 병장의 집이 전부이며 분량도 굉장히 짧지만 화끈한 액션이 휘몰아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기 보다는 미키 스필레인에 가깝지 않나 싶더군요. 그만큼 파괴적이고 화끈했거든요.

한마디로 고전적이고 화끈한 마초 하드보일드 액션물로는 최고에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준, 그런 작품인 셈이죠. 딱히 드라마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런건 애초에 불필요해요. <<터미네이터>>에게서 내면 연기를 기대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의사가 해결한 사건>>
홈스에게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찾아온다. 헐 경이 밀실에서 살해되었는데, 방이 완벽한 밀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헐 경은 가족들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터라, 아내와 아들들 모두 동기가 있던 상태였는데, 함께 방을 조사하던 왓슨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다.

와, 이제는 이런 작품까지 등장하네요. 스티븐 킹의 셜록 홈스 파스티쉬이자, 트릭이 사용된 본격물을 쓰다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작품도 놀라운 점이 많습니다. 홈스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제대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할 때, 왓슨이 진상을 꿰뚫고 추리 쇼를 벌이는 탐정 역을 맡는다는 과감한 설정, 피해자인 헐 경이 가족의 마음을 가지고 논 인간 말종이라 진범과 진상 모두를 알았지만 홈스, 왓슨, 레스트레이드 모두 진상을 덮고 단순 강도 사건으로 위장한다는 결말까지 모두 특이하거든요.


밀실 트릭의 정체는 화가인 둘째 아들 조리 헐이 엄청난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낸 배경 그림을 테이블 다리 사이에 설치하고, 그 뒤에 숨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수 효과나 마술에서 쓰임직한 방법이죠. 주로 거울을 쓰는데, 하이퍼 리얼리즘, 극사실주의라는 미술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트릭을 예전 <<경성탐정록>> 창작 시절 써 먹어 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또 이 트릭 하나 뿐만이 아니라, 헐 경은 통풍으로 걸을 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리가 아버지를 지나쳐 서재로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던가, 조리가 방에 들어가 있던건 모든 가족이 알고 있어서 그들 모두가 공범이라는 등 추리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많다는게 놀라왔어요.

물론 본격물 치고는 허술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헐의 아내와 아들들이 모두 공모해서 헐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구태여 이런 복잡한 장치를 설치해가며 밀실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 모여있는 응접실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함께 현장을 조작하는게 더 현실적이잖아요? 하인 스탠리의 증언? 정 필요하면 스탠리까지 죽이면 됐을테고요... 트릭도 비록 헐 경이 비명을 질렀다는 변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애초에 너무 거창한 장치가 필요한 트릭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림자까지 가짜로 만들어야 해서 공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날씨에 따른 변수도 있었다는 점에서도 영 별로죠.
아울러 파스티쉬인데 캐릭터에 대해 지나치게 창조적인 해석이 들어간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호 쪽입니다. 왓슨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게 특히나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독특하며, 제가 읽은 최초의 스티븐 킹 본격물이자 셜록 홈스 파스티쉬라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스 팬이시라면 놓치기 마시길 바랍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
유능한 사립탐정 클라이드 엄니는 어느날, 자신을 둘러싼 모든게 이상해졌다는걸 깨닫는다. 매일 시끄럽게 만드는 이웃 데믹 부부가 조용하고,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신문팔이 피오리아가 복권에 담청되고, 단골인 식당 블론디스는 문을 닫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안내원 버넌이 은퇴한다고 하는 등 익숙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리고 클라이드 엄니 앞에 새뮤얼 D.랜드리라는 인물이 나타나, 그를 둘러싼 모든건 모두 소설 속 설정이며 자신이 그 모든걸 창조한 창조주, 작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와 현실의 작가, 또는 현실 세계가 만나서 사건이 벌어지는 작품은 많습니다. 특정 컨텐츠로 현실 인물이 빠져들어 벌이는 모험담이야 쌔고 쌨고, 현실과 픽션이 결합하여 벌어지는 일종의 패러독스를 다룬 작품도 있지요. 오래전 <<라스트 액션 히어로>>처럼요.

이 작품은 구태여 이야기하자면 후자 쪽에 가까운데, 특징이라면 픽션으로 빠져드는 현실 속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픽션 속 캐릭터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세계를 멋대로 비집고 들어와, 그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심지어 나 자신을 지워버리는 멋대로인 창조주의 희생양이라는 포지션이에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제대로 맞는 캐릭터인데, 이런 비현실적으로 암담한 상황 묘사야 말로 킹의 특기 중 하나이지요.

또 클라이드 엄니는 더쉴 해밋 등 정통파 하드보일드 작가의 영향을 짙게 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작 중에서 상황에 휘둘리면서도 추리하거나, 또는 상황 반전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이 그야말로 클리셰대로라는 것도 재미있던 점입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유도하는게 대표적이에요. 당연히 실패하지만요.

결국 새뮤얼 랜드리에게 자신의 세계를 빼앗긴 클라이드 엄니가 현실의 새뮤얼 랜드리가 된다는 결말도 독특합니다. 일종의 바꿔치기가 일어난건데, 클라이드 엄니는 하드보일드 탐정답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소설을 창작하여 자신의 세계를 되찾을 결심을 한다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에요.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게 탐정이니까요. 과연 클라이드 엄니가 새뮤얼 랜드리에 의해 붕괴한 자신의 소설 속 세계를 재 구성하여 되 찾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약간의 변화로 새로움을 안겨다 준다는 점, 특별한 액션 없이 둘의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긴장감도 넘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고개를 숙여>>
스티븐 킹의 아들 오언 킹이 뛰는 리틀 야구팀 뱅고어 웨스트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 대해 기록한 논픽션. 리틀 야구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회에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상당히 드라마틱한 경기 묘사가 이어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별점을 주기에는 좀 애매한 결과물이에요. 제가 원한건 스티븐 킹의 논픽션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을 비롯하여 나머지 부록들에 대한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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