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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3

푸드 오디세이 - 빌 프라이스 / 이재황 : 별점 3.5점

푸드 오디세이 - 8점
빌 프라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페이퍼스토리

부제는 '음식은 어떻게 인류 역사를 바꾸었나'. 부제처럼 음식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가 매우 가까우며, 음식이 사회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걸 50개의 대표 음식, 요리, 재료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약 35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각 항목별로 많아도 10페이지를 넘기 어렵지만, 해당 항목이 어떻게 역사,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알 수 있도록 충실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라는 책에서, 대구 어장의 발견과 어업이 당시 해상 무역과 교역 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청어' 역시 그에 못지 않습니다. 청어가 많이 잡혔던 발트해 근처의 독일 도시 뤼베크가 절인 청어 교역으로 급성장한 뒤 서유럽, 동유럽을 잇는 교역망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 교역망 보호를 위해 다른 도시들과 상인 조합을 결성한게 그 유명한 '한자 동맹'의 기원이라고 하니까요. 16세기 중반, 발트해 청어가 크게 감소하여 결국 한자 교역은 쇠락하지만 도시는 아직 건재하고, 청어도 종수를 회복하여 아직 발트해 지역에서는 많이 먹는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홍차가 아편 전쟁을 일으키는 등 세계사에 큰 격변을 일으켰다는건 잘 알고 있었는데, 영국의 인도 지배가 끝난 뒤 인도 정부가 홍차 내수 시장을 키우려 안간힘을 썼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하기사, 이렇게 큰 기간 산업이자 농업의 핵심 소비층이 떠나갔다고 손 놓고 황폐화 시킬 수는 없었을테지요. 이 활동은 성공해서 인도산 홍차의 70퍼센트가 인도 내에서 소비된다니 다행입니다. 이를 통해 '마살라 차이'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것도 다행이고요.
바나나의 유통을 위해 미국의 유통회사들이 이른바 과테말라 등에 '바나나 공화국'을 세운 뒤, 그 나라 내정을 간섭하고 반정부 투쟁까지 주사했다는 이야기는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한 토막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참 나쁜 역사지요. 유나이티드 푸르트 사의 바나나는 먹지 말아야 할텐데, 구분이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현재의 바나나는 모두 캐번디시 동일종으로 질병에 취약한데, 곧 '흑색 싱카토카' 곰팡이에 의해 절멸할지도 모른다는데, 그 때가 되면 제발 유나이티드 푸르트도 함께 망해버리면 좋을 듯 합니다.
이와 비슷한 역사로는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있습니다. 이 덕분에 '가루 우유'로 대표되는, 정부 보조를 받는 미국산 농축산물이 멕시코로 무관세 수입된 뒤, 멕시코 낙농업이 괴멸하여 이게 결국 가난과 불법 이민 등으로 이어지고, 현재의 마약 전쟁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까요. 남아메리카 국가들에게는 미국이 악의 축인 셈입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 소개도 많습니다. 육포 빌통은 남아프리카 부르 전쟁에서 부르인들의 유격전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그 외에도 콘 비프와 같은 '불리 비프', 앤잭 비스킷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앤잭 비스킷 소개에서 언급된 건파이어 조식은 인상적이에요. 럼주를 탄 커피 한 잔인데, 1차 세계대전 때 앤잭 병사들 (오스트레일리아 - 뉴질랜드 병사들) 이 전투 시작 직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냥 흥미, 재미거리로 읽을만한 글들도 많아요. '카술레'는 그다지 익숙치 않은, 프랑스 스튜인데 굉장히 평범한 일상 요리입니다. 그러나 영국이 2차대전 후 경기를 회복하여 사람들이 프랑스로 휴가를 가게 된 뒤 유명해 졌다는게 재미있습니다. 그들은 휴가 때 툴르즈에서 출발해 남프랑스로 내려가는 운하 여행을 즐기는데, 그 중간에 위치한 카스텔노다리에서 카술레를 먹는게 계기라는군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다른 지방에서는 잘 몰랐지만 방송 등으로 유명해져 전국구 지역 명물이 된 '만석 닭강정'과 비슷하겠지요?
항상 궁금했던, 애플 파이가 왜 미국을 대표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꼭지를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리지널 음식은 아니고, 애플 파이와 미국의 건국을 연결시키는건 무리이지만 이른바 '향수', 남겨진 '유산'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군요. 버팔로가 멸종하지 않았고, 지금은 개체수를 많이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아주 반가왔고요.

그러나 워낙 많은 음식과 재료가 소개되는 탓에, 단순한 에피소드 정도에 그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건, 미국에 독일 이민자가 많았다는 정도입니다.
또 앞서의 애플 파이처럼 특별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왜 시애틀이 커피 중심지가 되었는지? 인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는게 전부라서 약간 실망스러웠어요.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리크텐슈타인'이라고 표기하는 등의 오타인지, 제대로인지 알 수 없지만 친숙하지 않은 발음도 몇 가지가 거슬렸고요.

그러나 단점은 사소할 뿐입니다. 오히려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이야기에서는 생뚱맞지만 재미있는 정보가 실려있어요, 값싼 핫도그로 유명했던 '네이선스 페이머스'의 싼 가격에 사람들이 의심을 품자, 창업자 네이선 핸드워커는 인근 병원 의사들이 흰 가운을 입고 오면 핫도그를 공짜로 주었다는 이야기죠. 의사들이 줄을 선 것을 본 사람들이 음식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풀었다는 것으로, 이렇게 그 나름의 가치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도 코니 아일랜드 등에 여전히 건재하니 언젠가 꼭 한 번 가서 먹어 봐야 겠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글들이 함께 한 도판도 수준높고 적절해서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입니다. <<대구>> 처럼 한 주제를 깊숙히 파고들어간 깊이는 부족하지만, 재미와 함께 지식을 얻기에는 부족함 없는 책이었어요. 음식과 문명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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