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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목요일 살인 클럽 - 리처드 오스먼 / 공보경 : 별점 1.5점

목요일 살인 클럽 - 4점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살림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에는 노인들 몇 명이 미해결 사건에 대해 토론하는 '목요일 살인 클럽'이 있었다. 클럽 멤버들은 실버 타운을 만든 건축업자 토니 커런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건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토니의 동업자 이안마저도 클럽 멤버들 눈 앞에서 독살당했다. 그가 새 사업을 위해 수녀원 묘지를 파내는걸 클럽 멤버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저지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토니 사건 현장 옆에 클럽 멤버 중 한 명인 론의 아들 제이슨이 토니와 함께 찍혀있었던 사진이 놓여 있었고, 제이슨은 토니가 죽은 날 그의 집을 방문했다는게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그렇지만 제이슨은 다른 옛 친구와 함께 토니에게 원한이 있는 터키시 지아니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묘지 발굴을 반대하다가 이안과 몸싸움을 벌였던 매튜 매키 신부였다. 경찰 조사 결과 신부가 아니라는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작품. 영국 어딘가의 고급 실버 타운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클럽의 핵심 인물이자 리더인 엘리자베스는 여성이다는 등의 모든 설정이 전형적입니다. 실버 타운을 무대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노인들 및 여러 등장인물들의 숨겨졌던 과거가 서서히 밝혀지는 전개도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전해주고요. 노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지 미스터리라는 점에서는 "살인 플롯 짜는 노파"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러나 아무리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라도 분명 추리 소설입니다. 때문에 어느정도의 추리 요소는 갖췄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추리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토니, 이안 두 명의 죽음은 작품 내 주어진 정보로는 범인을 알아내는게 불가능합니다. 토니를 죽인 범인은 이안에게 토니대신 고용되었던 보그단인데,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토니 커런이 과거 죽였던 택시 운전사의 친구였기 때문에 복수를 위해 죽였다는 동기도 작 중에서 전혀 설명되지 않고요. 경찰이 토니를 죽였다고 생각했던 지아니 역시 이미 오래전에 보그단이 깜쪽같이 죽였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속에서 보그단이 직접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알아내는건 불가능합니다.
이안을 살해한 진범이 존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존이 수의사였기에 주사기와 약 사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정도의 단서로는 부족해요. 수녀 무덤에 묻었던 시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했다는 동기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이안이 벌인 공사로 시체가 발굴되어도 피해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도 없었을겁니다. 설령 알아냈다 치더라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을테고요. 증거도 없고, 동기도 불분명했으니까요. 설령 시체가 발굴될까 두려워 이안을 살해했다쳐도, 이안의 뒤를 이은 누군가가 공사를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안을 살해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게다가 다른 여러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 늙은 존이 이안에게 몰래 독극물을 주사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자기에게 정체모를 주사를 놓는걸 방관할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또 존이 거의 뇌사상태인 아내 페니가 오래전 살인범 피터 머서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죽인 뒤 자살을 택한다는 결말도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아내 페니가 오래전 살인범 피터 머서를 살해했다는건 지금 시점에 밝혀져도 문제될게 없습니다. 어차피 더 오래 살기도 힘든데 밝혀진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재판정에 세울 수도 없는 몸상태인데 말이지요. 게다가 존의 동기라던가 페니의 과거를 독자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합니다. 이래서야 미스터리 측면에서는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버나드가 몰래 빼돌려 숨겼던 아내의 유골 탓에 자살을 택한다는 것도 그리 좋은 결말은 아니었고요.

경찰이 제이슨의 혐의를 빠르게 포기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제이슨의 주장만으로 그를 풀어주기는 힘들 정도의 정황 증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니가 죽은 날, 제이슨은 수차례 토니에게 전화를 했고 범행 시간에 토니의 집에 가기까지 했습니다. 제이슨이 범인이 아니라면 다른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했고, 지아니가 범인이라는 그의 주장 역시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옛 친구 바비 태너가 토니 커런 사건 후 지아니가 도주했다고 했지만, 이 역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경찰은 제이슨을 체포하지 않았을까요? 경찰 입장에서는 존재조차 모호한 지아니보다는 제이슨에게 수사력을 집중하는게 당연합니다. 제이슨이 인기있는 유명인이라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들도 별다른 매력이 없습니다. 오지랖넓은 노인들이 사건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미스 마플' 이래 변한게 없는것 같네요. 무대포에 가까운 기묘한 행동력은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을 떠오르게 만들고요. 한마디로 다 어디서 봤던 설정들입니다. 노인을 중심으로 살인 사건에 일반인들이 뛰어든다는 설정과 전개도 뻔합니다. 앞서 언급드렸던 "살인 플롯 짜는 노파"도 비슷하지요. 
나름의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노인들의 배경 설명에 공을 들였는데 이 역시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 스파이 출신으로 보이는 엘리자베스가 대표적입니다. 클럽의 리더로서 멤버들을 잘 이끌기는 하지만, 스파이 경력을 보여줄만한 특별한 활약은 선보이지 못합니다. 뭔가 가지고 있는 연줄로 정보를 긁어모으는 정도에 그치거든요. 다른 멤버들인 간호사 출신 조이스, 유명한 좌익 노동 운동가였던 론, 정신과 의사였던 이브라힘의 경력도 사건 해결과는 무관하고요. 그냥 우리 주변에 계실법한 노인분들같은 느낌만 전해 줄 뿐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현재를 서서히 잃어가는 노인들의 삶을 살짝 보여주는 묘사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코지 미스터리하고는 안 맞나 봅니다. 후속권이 있던데 읽어볼 일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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