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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살렘스 롯 상/하 - 스티븐 킹 / 한기찬 : 별점 2.5점

살렘스 롯 - 상 - 6점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황금가지
살렘스 롯 - 하 - 6점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황금가지

1975년 9월, 소설가 벤 미어스는 어린 시절 머물렀던 메인 주의 외딴 마을 살렘스 롯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귀신들린 마스튼 저택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함이었다.
벤은 소설을 쓰며 예쁜 마을 처녀 수잔과 사랑에 빠지며 마을과 점차 융화되었지만, 대니와 랠피 글릭 형제의 기묘한 실종과 죽음을 필두로 마을에 서서히 죽음이 찾아왔다. 알고보니 마스튼 저택에 흡혈귀 발로우가 숨어들어 마을 사람들을 흡혈귀로 만들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벤은 영어교사 매튜, 의사 지미, 캘러한 신부, 그리고 용감한 소년 마크와 힘을 합쳐 흡혈귀가 된 수잔, 그리고 발로우까지 없애는데 성공했지만 매튜와 지미는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을 전부 없애지 못한 벤은 마크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신문을 통해 결국 살렘스 롯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는걸 알게 되었다.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초기 대표작. 1975년 발표되었으니 거의 반백년이 지난 작품이네요. 고전적 흡혈귀가 현대 미국에 되살아나 작은 마을을 지배하려 하며, 이들을 평범하지만 용감한 일련의 사람들이 뭉쳐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의 원조라 할 수 있겠지요. "피안도"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지루한 앞부분을 지나 대니 글릭이 죽은 다음, 마을 사람들이 서서히 흡혈귀가 되면서부터 흥미진진해집니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흡혈귀가 되는게 아니라 서서히, 한, 두 명씩 흡혈귀가 되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상세하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덕분입니다. 매튜 선생님 집 2층에서 마이크 라이어슨이 흡혈귀임이 밝혀지는 장면, 지미와 벤 앞에서 마조리 글릭의 시체가 되살아나는 장면, 그리고 수잔이 마크와 함께 마스튼 저택을 찾아갔다가 흡혈귀가 되고 마는 장면 등이 그러합니다.
햇빛을 보면 안되고, 십자가에 약하며 말뚝을 박으면 죽는다, 집 안으로는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등의 고전적인 흡혈귀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좋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정보를 위해 분량을 할애하지 않은건 영리한 판단이었어요. 작가만의 새로운 설정 - 흡혈귀에 물려도 곧바로, 제대로 치료받으면 흡혈귀가 되지 않는다! - 도 작품 속에 잘 녹아들고 있고요. 
매튜 선생님이 마이크 라이어슨 사건을 꾸며냈다는걸 억지로 추리하는 장면 - 선생님이 마이크 라이어스를 죽이고 말도 안 되는 흡혈귀 이야기를 꾸며냈다. 망창도 속임수를 써서 떼어냈다. 수잔이 아래층에 있는 동안 복화술을 써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의 반지를 거기다 놔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그렇듯해 보이게 하려고 스스로 심장마비에 걸렸다. - 이라던가, 발로우의 은신처가 어디인지를 '분필 가루'라는 단서로 추리하는 식의 추리적 요소들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현대적인 부분도 눈에 뜨이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마을 치안관 파킨스 길레스피 였습니다. 마을에 위험이 닥쳤다는건 알고난 뒤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않고 도망쳐버리는데, 시대를 반세기는 앞서간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50년이 넘은 작품답게 현 시점에서 보기에는 다소 지루하고 낡아빠진 부분도 많습니다. '살렘스 롯' 마을과 주요한 마을 사람들에 대해 설명하는 초, 중반부가 대표적이에요. 마크가 학교 짱이 된다던가, 보니와 코리의 불륜이라던가, 에바 밀러가 위젤과 정을 통하고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캐릭터마다 각각 설정과 서사를 쌓아나가는 식인데, 대체로 불필요했습니다. 너무 장황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것 치고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손쉽게 흡혈귀가 되어버린다는 것도 허무했습니다. 끝맺음도 분명치 않은데, 최소한 발로우가 마을에 발을 디디는데 큰 역할을 한 악덕 부동산 업자 래리 등 몇몇 인물들은 최후의 순간이 어땠는지 더 상세히 보여주는게 좋았을겁니다.

흡혈귀 퇴치단(?) 파티 구성도 애매한 편입니다. 흡혈귀에 대한 전문 지식은 매튜 선생과 마크가 겹치고, 행동에 나서는 성인 남성은 벤과 지미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매튜는 정신적 지주(?) 역할 외에는 하는게 없기도 하고요. 캘러한 신부가 발로우와의 일기토에서 바로 패배한다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도 황당해요. 십자가 없이 공정하게 승부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 그런 류의 설명은 아예 없었는데 말이지요.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 십자가는 무용지물인거 아닌가요? 또 발로우가 보여준 존재감과 능력에 비해 벤의 말뚝으로 죽는다는 최후는 시시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수잔이 흡혈귀가 된 뒤, 말뚝으로 그녀를 없애는게 아니라 저택을 불태워버릴 생각을 진작에 하지 않은 것도 이상했어요.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 살인보다는 방화가 모양새가 낫지 않았을까....

이런 단점들 때문에 시대를 초월할만한 작품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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