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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나들이

지난 목요일 (3월 28일), 오랫만에 전시회 관람을 갔습니다. 화창하면 더 좋았겠지만, 봄비가 살짝 오는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덥지 않고 선선해서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언제나 방문하면 찍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도 한 컷 찍고,
첫 번째 목표인 'MMCA 과천 프로젝트 2023 : 연결' 전시로 입장하였습니다. 3층과 4층의 실내외와 옥상 정원을 잇는 무료 전시로, 과천의 꽃과 생태계를 중심으로 둘러보면서 '힐링'하는 경험 제공이 목적으로 보였습니다. 무언가를 자세히 관찰하고, 깊게 사유한다기 보다는, 음악과 함께 둘러보며 쉬어가는 장소라는 느낌이었거든요.
공간의 구성과 연출은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건 '정원'이라는 전시의 컨셉에 맞는 계절에 방문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봄이 되어 꽃이 만발했을 때 왔어야 했어요. 꽃과 나무와 함께하는 전시였으니까요.
그래도 일상 속에서 힐링하며 휴식과 여유를 즐기기에는 충분히 좋은 전시였다 생각합니다. 다음 번, 꽃이 피는 주말에 한 번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어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도 함께 관람하였습니다.
이 전시는 기하학적 형태,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추상 미술의 경향이 한국 미술에서 언제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연대순으로 상세하게 알려주는 전시입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를 아우르기에 굉장히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눈이 즐거웠습니다. 유명한 김환기, 박서보 화백의 작품은 물론이고 당대를 풍미했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한 덕분입니다.
또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구상적인, 의미가 있는 형태에서 시작하여 완전한 평면 추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던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옵아트 등의 사조에 한국적 색깔을 더한 작품들도 있는 등 볼거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는건, 항상 궁금했었던 추상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론은 '별 차이가 없다'입니다.. 훌륭한 평면 디자인은 그 자체가 훌륭한 추상 미술이기도 하다는걸 많은 작가분들께서 증명해 주셨거든요. 작가분들 중에는 회화와 디자인 양쪽에서 활약한 분도 계시기도 하고요. 저도 UX 디자인을 하며 평면 디자인에 살짝 발을 걸치고 있는데, 나름 예술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도 될 것 같아서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이렇게 많은걸 알려주며 내용과 구성 모두 훌륭했던, 굉장히 좋은 전시였습니다. 한국의 추상 미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관람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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