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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0

야수 1,2 - 우에하시 나호코 / 이규원 : 별점 3점

야수 특별 세트- 전2권 - 6점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에린은 "야료"라 불리우며 터부시되는 종족 출신이자 투사지기인 어머니 소욘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형을 당한 뒤에는 마을을 떠나 꿀벌지기 조운의 양녀가 되었다. 이후 조운의 도움으로 카자룸의 수의사 학교에 입학한 에린은 학교에서 키우던 어린 왕수 리란을 돌보면서, 왕국 역사상 처음으로 왕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상전의 최강자 "투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유일하게 압도할 수 있는 왕수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왕국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 고민에 빠지는데...

2015년 서점 대상 목록을 보다가 급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작품. 원제는 "야수조율사"입니다. (獣の奏者).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질 정도이니 당시 꽤 인기가 있었으리라 짐작되네요. 읽어보니 역시나, 확실히 인기를 끌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첫 번째 이유로는 일본 판타지 특유의 흔해빠진 설정에서 탈피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거대 세력의 싸움이나 왕위를 둘러싼 암투 등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라, 주인공 에린이 '동물 애호가'로서 역경을 딛고 성장하며 왕수 리란과 교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덕분입니다. 거대 위험 동물과의 교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나우시카"와 비슷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고요. 주인공 에린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특유의 호기심, 그리고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서 왕수와 교감을 이루게 되는 과정 묘사가 아주 설득력 넘칩니다. 이렇게 자신과는 다른 종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묘사의 설득력은 작가 우에하시 나오코의 독보적인 강점 -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가진 현직 교수 - 이 최대한 발휘된 결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전반적인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계 스타일로, 에린의 생활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간 '소녀풍 판타지'라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지만도 않습니다. 신권을 지닌 왕 요제와 병권을 총괄하는 대공 아루한 세력의 암투가 함께 펼쳐지고 있으며, 요제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에 대공령의 투사 부대가 몰려오는 장면은 기존 판타지 애호가도 만족할 만큼 멋진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마지막으로 요제가 어떻게 이 땅에 내려왔는지, 왕수 규범이 생긴 이유와 아료(아오로우)족의 과거가 밝혀지는 장면도 높은 설득력을 지닌 명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곳곳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옥의 티입니다. 특히 이야기의 핵심인, 누간과 손잡고 하르미야를 죽인 뒤 세미야와 결혼하려는 다미야의 음모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르미야가 살아 있으면 결혼하기 힘들었으리라는 묘사도 없고, 누간 역시 반란을 일으켜서 얻을 게 별로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아루한의 지위 정도? 왕이 되려는 야심도 없이 이 정도만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또한 다미야가 에린을 뜻대로 조종해 왕수를 다룰 수 없다면, 투사 부대를 이끄는 아루한이야말로 큰 위협이 되었을 텐데, 장기적으로는 세력이 약화될 게 뻔하다는 점에서 참 바보 같은 계획이 아니었나 싶네요. 신성을 강화해도 병권은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중세 시대에 교황이 이미 증명한 사실이니까요. 이건 물론 다미야야 알 수 없는 역사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위기에 처한 에린을 왕수가 구해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끝난다는게 가장 아쉽습니다. 분명 멋진 장면이고, 왕수와 에린이 진짜 교감을 나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기는 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탓입니다. 결국 요제는 어떻게 되었는지, 다미야를 비롯한 반역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가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첫 발표 당시에는 1, 2권으로 완결되는 작품이었는데, 몇 년 뒤 3, 4권이 후속으로 나왔다는건 아무래도 저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아울러 요제의 경호원을 뜻하는 "세잔" 번개 이알은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원래 가구 목공의 자식이었다는 등 상당한 분량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스테레오 타입으로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단점도 큽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일본풍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특함, 작가 특유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으며,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흡입력도 좋았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덧1 : 참고로 이 작품은 절판 상태라 중고도서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중고 물량은 많은 편이니 구하시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덧2 : 애니메이션 화면도 찾아봤는데, 왕수는 날개 달린 늑대개, 투사는 뿔, 다리 달린 용 비스무레한 뱀 정도로만 묘사되어 실망스럽더군요.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구석이 많았는데 너무 뻔했달까요... 그래도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영상으로 보고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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