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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9

Daredevil (2014) - 별점 2.5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13부작 TV 시리즈. 정말 간만에 한 시즌을 완청(?) 하였습니다. 원작은 <본 어게인> 한편만 읽어보았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더랬죠.

벤 에플렉 주연의 영화버젼과 비교해 본다면 영화는 훨씬 만화 원작 설정에 충실한 반면, TV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인 느낌으로 변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영향일까요? 여튼,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아래에 존재하지만 기존 마블 슈퍼 히어로 무비와는 확실히 컨셉을 달리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면 데어 데블 맷 머독의 (마지막편을 제외하고는) 검은 츄리닝(!)에 비니 비스무레한 것을 뒤집어 쓴 복장부터 현실적이죠. 액션도 와이어 등을 최소화한 실전 액션 스타일의 맨손 타격기만 선보이고 있는데, 슈퍼 히어로물이 아니라 과거 유행했던 스티븐 시걸 류의 액션물이 연상될 정도에요. 그것보다는 훨씬 잔인합니다만.
아울러 맷 머독의 자경단 활동의 목적 역시도 세계를 구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헬스 키친"이라는 동네를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정의감 넘치는 동네형 정도의 인물이랄까요? 여기에 더해 작중 내내 슈퍼히어로가 아닌 자경단원 "마스크맨"으로 불리우는 식으로 기존 만화 캐릭터와 확실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외의 설정, 스토리라인과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에요. 별다른 슈퍼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점, 악당의 힘은 슈퍼 파워가 아니라 공권력과 미디어 모두를 장악한 권력이라는 점이 그러하죠. 악역 킹핀이 "킹핀"이라고 불리우지 않고 윌슨 피스크라는 본명으로 불리우는 것도 같은 맥락일테고요. 덧붙이자면 윌슨 피스크 역을 맡은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걸출한 연기 덕분에 더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기도 합니다. 강렬한 악의의 발산과 한 여자에게 사로잡힌 남자라는 이중적 매력을 원작과 비슷한 외모와 함께 아주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악역이 명배우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잭 니콜슨부터 히스 레저, 게리 올드만 등등등.

그러나 이러한 현실감이 마냥 좋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는 시각 효과도 배제된 탓에 슈퍼 히어로 무비치고는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맷 머독이 어린 시절 당한 사고 탓에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다는 원작 설정은, 작중에서도 거짓말 탐지나 추적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맷 머독의 대사와 음향 효과로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블 히어로의 오랜 팬으로서 슈퍼 히어로다운 매력을 한가지만이라도 어필해 주었으면 했는데... 이 점 하나만큼은 영화버젼이 훨씬 낫더군요. 마지막에 맷 머독이 데어 데블 코스츔을 걸치고 등장하는데 이 역시 영화버젼의 승리입니다. TV 시리즈 버젼은 강해보이지도 않고 영 폼도 안나더라고요.

스토리라인이 깔끔하지 않은 것도 단점입니다. 핵심 줄거리는 "헬스 치킨을 지배하려고 하는 윌슨 피스크를 맷 머독이 응징한다" 인데 쓸데없는 잔가지들이 너무 많아요. 러시아 마피아를 쓸어버리는 부분까지는 괜찮지만 그 뒤 일본 야쿠자와 삼합회는 초기 포스와는 다르게 하는 것도 없이 퇴장해버리고, 리렌드 아울슬리의 배신 등은 딱히 와 닿지 않거든요. 바네사를 죽인다고 딱히 이득볼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구태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디테일도 문제가 많아요. 두 변호사가 도대체 뭘 먹고 사는지에서 시작해서 카렌 페이지가 웨슬리를 사살한 트라우마를 너무 쉽게 극복한다던지, 벤 유릭의 기사를 편집장이 승인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왜 요양원 접수처에 누가 찾아왔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는지, 부패 경찰의 증언만으로 막강 권력의 피스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가 있는건지 등등 세세한 부분의 배려가 아쉬웠습니다. 카렌 페이지가 이유없는 정의감으로 사건을 벌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심히 짜증나기도 했고요.이봐 카렌! 벤은 너때문에 죽었어!
마지막으로 <어벤져스>의 뉴욕 사건이 상당히 비중있게 언급되고 있는 것과 슈퍼 히어로들이 간간히 언급되는 것은 동일한 세계관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느끼게 해 주지만, 세계관을 지나치게 신경쓴 듯한 복선인 옛 스승 스틱의 등장, 가오 부인이 사라지는 곳에 대한 언급, 급작스러운 닌자의 등장 등은 본편과는 어울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현실적인 슈퍼 히어로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했고 <데어 데블>의 핵심 컨셉은 잘 살려내었지만 시각적인 즐거움과 내용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아 감점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전통적인 마블 히어로 무비와 확실히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덧 : 넷플릭스 자체제작 전용 컨텐츠로 기존 TV 드라마와는 속성이 다르기는 하나 TV 시리즈라고는 하는 만큼 방송 & 연예 카테고리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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