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 본 어게인 - 프랭크 밀러 글, 데이비드 마추켈리 그림, 최원서 옮김/시공사(만화) |
데어데블의 전 애인 카렌이 마약에 빠져 데어데블의 정체를 팔아넘긴 뒤 킹핀이 데어데빌인 맷 머독를 철저하게 파멸시키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기하여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
이 바닥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죠. 킹핀이 인간 맷 머독을 파멸해 시켜나가는 초중반부는 명성 그대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구도와 전개가 가장 인상적인데 컷 그대로 영화를 찍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최고는 기자인 유릭이 전화로 협박받는 장면인데 정말이지... 직접 보시라고 밖에는 이야기 못하겠네요.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헬스키친의 수녀원에서 재기하면서 옛 애인 캐런을 보듬는 맷 머독의 모습은 정말 명장면이었고요. 악역 킹핀의 카리스마도 압도적이라 이대로만 가 주면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겁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완벽하게 말아먹네요... 킹핀의 목적은 물리적으로 맷 머독을 때려잡는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을 속한 곳에서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것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맨손으로 데어데블을 제압할 수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마지막에 뉴크라는 군인을 불러다가 헬스키친을 날려버리는 거대한 사고를 치는 것일까요? 이미 초반의 목적은 달성한거나 다름없는데 말이죠.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뉴크를 막기 위해 어벤져스, 특히 캡틴 아메리카가 활약하는 부분은 작품의 정체성마저도 의심케 하더군요. 막판에 뉴크가 생포됨으로서 킹핀이 궁지에 몰린다는 설정 역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차라리 친구인 포기, 애인 카렌, 기자 유릭까지도 모두 킹핀이 파괴하고 발붙일 곳 없어진 데어데블이 몸을 추스린뒤 킹핀에게 홀로 도전한다는 전개가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혹 지더라도, 그리고 맷이 모든 것을 잃었더라도 최소한 자존심은 잃지 않았다 정도의 결말이었다면 충분했을테고요.
요약하자면 전력질주로 1위를 앞둔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 앞에서 쓰러진 시합같은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2점. 용두사미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법이겠죠.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덧붙여 뒷부분에는 본편에 데어데블의 의상 디자이너인 포터가 과거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으로 데어 데블과 어떻게 엮였는지를 알려주는 단편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꽤 볼만한 작품이기는 한데 이 작품을 빼고 분량과 가격을 낮추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이 딱히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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