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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오사카 케이키치 7가지 미스터리 - 오사카 케이키치 / 곽은숙 : 별점 2.5점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 오사카 케이키치 7가지 미스터리 - 6점
<오사카 케이키치> 저, <곽은숙> 역/그래출판

이전에 읽었던 단편집 <감방>에서 이 작가의 <세 광인>이 마음에 들었다고 리뷰를 올렸었죠.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퍼블릭 도메인 작품인지 e-book으로 출간되어 있더군요. 가격도 2,000원으로 착해서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감방>에서는 오오사카 케이키치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오사카 케이키치, 조금 조사해보니 "오오사카" 쪽이 맞는 번역이군요. 그나저나 위키를 보니 작가의 인생도 드라마틱한게 태평양전쟁에 징집되어 출정 전 은사인 고가 사부로에게 장편소설원고를 맡겼는데 이 원고가 현재까지도 발견되고 있지 않다네요. 작가도 루손섬에서 병사하고 고가 사부로 역시 급사해버려서...

여튼 제목 그대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상계 소품 한편을 제외하고는 고전 황금기 스타일의 정통 본격물들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리뷰에서는 항상 그렇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꼭두각시 재판>
20여년 동안 법정 정리로 일해온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가 겪었던 가장 기묘했던 사건 이야기. 무려 세건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활약한 요정 여주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법정물로 볼 수 있는데 요정 여주인이 사건 피해자나 용의자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으면서도 유, 무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 증언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재미있으면서도 설득력 넘치게 그리고 있습니다. 복선 및 단서 제공 역시 적절했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도박을 그린 작품은 본 적이 없는데 너무 가볍게 소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돋보였어요.
조금 낡았던 구성에 더해 언젠가는 꼬리가 밟힐 것이 분명했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4점. 그야말로 숨어있는 보물같은 작품입니다.

<향수 신사>
여고생 구루미가 기차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신사가 은행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을 알고 벌이는 작지만 용감한 행동을 그린 작품.
거의 대부분이 구루미의 심리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1. 여행 중 앞좌석에 앉은 신사를 불쾌하게 생각한다
2. 손가락이 하나 없다는 큰 특징을 알게 된 후 왜 그 사실을 숨길까?를 궁금해한다.
3.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은행강도사건의 용의자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한다
라는 순서로 전개됩니다.
여고생이다보니 딱히 용감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된 사촌에게 줄 결혼 선물을 이용하여 명확한 증거를 남긴다는 재치가 돋보이네요. 딱히 대단한 트릭이나 추리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귀여운 소품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탐정역으로 아오야마 교스케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표제작.
노구치라는 백화점 점원이 교살된 채 추락사한 사건을 가지고 사체의 상태와 범행 현장에서 단서들
1. 범인은 힘이 셀 것이다
2. 범행은 옥상에서 일어났다
3. 흉기는 길고 거친 표면을 가진, 밧줄과 같은 것이다
4. 동기가 없다
를 끌어내어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주어진 증거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고전 황금기 시대 본격물 스타일에 충실한 작품이죠. 나름 과학적인 트릭이 사용된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일단 트릭이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애드벌룬 안에 목걸이를 숨길 당위성도 좀 부족하고요. 이렇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로왔다면 범인이 통제 가능한 다른 수를 내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땅에다 파묻던가.... 여튼 이래서야 트릭을 떠올리고 억지로 작품을 끼워 맞춘 결과물로 보일 뿐입니다. 전개에 있어서도 피해자 노구치가 목걸이를 훔치지 않았으리라 주장한 귀금속 코너 주임의 증언은 너무 심각한 오류를 독자에게 불러 일으키기에 공정해 보이지 않았고요.
아울러 번역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피해자의 사체에서 끌어낸 정보로 추리가 시작되는데 어려운 법의학 용어가 많이 등장할 뿐더러 주요 단서가 되는 특징도 지나치게 직역이라 이해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조사해보니 작가의 데뷰작이던데 뭔가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 기관차>
운행 중 유별나게 역살 (사람을 치는 것) 사고가 많은 기관차가 어느날부터 매주 돼지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사고가 많은 기관차라는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동기가 결합된 본격물. 돼지 역살 사고가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는 전개까지도 어떻게보면 고전적인 작품이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추리, 진상 모두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단점이 조금 거슬렸습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도구를 이용하여 돼지를 선로에 잡아놓는 범인의 행동에서 범인이 이 도구를 판매한다는 추리를 끌어낸다던가, 범인의 동기가 역살 사고 때 "화환을 사러 오는" 오사센 기관사를 자주 보기 위해서라는 것 등입니다. 첫번째 추리는 당연히 말도 안돼죠.. 누구나 상상가능한 쉬운 방법이 있는데 손에 넣기 쉽다고 구태여 복잡한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두번째의 동기도 범인이 스스로 움직여 자살이 가능했다면, 그게 불가능했더라도 아버지가 업고서라도 근처로 나가보는 식으로 오사센의 얼굴을 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테고 말이죠.

형식과 전개는 마음에 들지만 이러한 비약 때문에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꽃다발 속의 벌레>
역시나 전형적인 고전 황금기 스타일 본격물. 한 재산가가 절벽에서 추락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홈즈 스타일의 탐정역인 오츠키 변호사의 활약이 볼거리인데 현장의 발자욱을 조사하여 "범인은 여성" 이라고 추리한다던가, 떨어져있던 사과껍질은 범행 당시 떨어진 것이며 방향이 왼쪽이라 왼손잡이가 깎은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다던가, 경찰이 놓친 얇은조각이라는 주요 증거를 발견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또 진짜 수수께끼라할 수 있는, 체구도 작은 연약한 여성이 어떻게 격투끝에 피해자를 절벽 밑으로 밀어 떨어트릴 수 있었는가?라는 것에 대한 해답이 위의 단서들로 밝혀지는 결말도 아주 좋았습니다. 깎는 위치에 따른 사과껍질의 방향성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농부라는 목격자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인데 농부의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언급 정도를 해 주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울러 동기 역시도 썩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래서야 범인이 너무 명백하니까요. 사실 경찰이 원고조각을 회수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거나 다름없죠.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앞선 두편의 본격물보다는 훨씬 정교하고 합리적인, 추리의 과정과 트릭만큼은 수준이상의 본격물로 고전 황금기 걸작과 겨룰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칸칸충 살인사건>
아오야마 교스케가 재등장하는 단편.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추리의 비중이 낮은 단순한 살인극이지만 피해자 키사부로의 시체 상태로 범행장소는 물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리해내는 교스케의 모습은 명탐정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보입니다. 조선소의 구조를 실제 추리에 응용한 디테일도 나쁘지 않았고요.
허나 내용이 워낙 단순해서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별로 없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그리고 G.Y라는 이니셜이 어떻게 "야마다 히로노스케"의 이니셜이죠? 번역 오류인가... 여튼 세세한 부분이 좀 아쉽네요.

<등대귀>
시오마키 등대의 불이 갑자기 꺼지고 당직인 도모다 간수에게 닥친 끔직한 사건. 성인 두명이 들어도 움직이기 어려운 큰 바위를 등대 꼭대기로 옮긴 계획의 진상은?

임해시험소의 아즈마야 소장이 탐정역으로 등장하여 등대의 기계장치를 이용한 트릭을 밝혀내는데 등대라는 장소의 특수성에 더해진 복잡한 장치트릭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등대의 구조를 독자가 머리속에 그리면서 추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동기도 정신병적인 것이라 너무 쉽게 간 느낌이고요.

완고한 옛날 사무라이같은 카자마 간수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소소한 활약은 좋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렇게 해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그러나 별점 3.5점 이상의 작품이 두편이나 있을 뿐더러 고전 황금기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는 제대로 보여주는 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독서였습니다. 이런 작품이 전전 (1945년 이전) 작품이라니 일본의 추리소설이 얼마나 탄탄한 기반에서 조성되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저와 같은 고전 황금기 본격물 애호가분들 모두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보다 많이 소개되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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