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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3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 혜문 : 별점 2.5점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 6점
혜문 지음/작은숲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대표인 혜문 스님이 여러가지 문화재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망각의 역사"에서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잊은 과거의 비극과 그 유물에 대해 알리고 있으며 두번째 "환국의 그림자"는 우리가 되찾은 문화재의 허와 실을 다룬 부분이고 마지막 "빼앗긴 문화재의 꿈"에서는 우리가 꼭 되찾아야 할 문화재들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읽기 전에는 부제인 "다보탑의 돌사자는 어디로 갔을까?"를 보고 약간 문화재의 행방을 찾는 일종의 탐정들이 등장하는 논픽션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용은 에세이들이라 제가 원하는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더군요. 특히나 다보탑 돌사자 이야기는 저도 알고있는, 노태우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라는 87년 10원짜리 동전 안 애기불상 루머에서 시작되는데 결국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에세이 자체는 문화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라 나쁘지는 않았어요. 책의 구성 상 핵심일 수 밖에 없는 세번째 챕터 내용 대부분이 그러한데 오쿠라 호텔의 사설 박물관 오쿠라 슈코칸에 우리의 석탑 등이 버젓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 도쿄 국립 박물관에 소장된 도굴왕 오구라 컬렉션에 대한 글은 저같은 평범한 일반인의 공분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한 내용이었거든요. 소설 <꺼삐딴 리>에서 주인공이 미 국무부 직원에게 뇌물을 바치는 장면과 실존인물인 그레고리 헨더슨과 연결하여 이른바 "하늘아래 최고"라고 불리운 헨더슨 컬렉션에 대해 소개하는 것 역시 가슴아픈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라 생각되고요.
한일협정에서 문화재 반환에 대해 언급을 금했다는 것에서는 당시 한일협정이 얼마니 매국적인 시각으로 이루어졌는지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나마 돌려받은 문화재도 국보급이 아니라 막도장, 짚신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니 황당할 뿐이죠.

또한 제가 기대했던 문화재 탐정과 같은 이야기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에요. 기대와는 조금 다르지만 기이한 유물, 문화재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소개해주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 히젠도의 행방이나 유래같은 것 말이죠. 17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다다요시라는 장인이 만든 명검이라는 것은 처음 알기도 했지만 이 칼이 아직 보관 중이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한때 유명했던 명성황후의 표범카펫 이야기도 다시 알게 되어 반가왔고요.

그 외에도 혜문 스님과 다른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하여 환수받은 조선왕조실록을 숟가락만 얹는 주제에 자기들이 대단한 역할을 한 것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서울대의 작태나 여러가지 질문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하는 국립 중앙 박물관이나 서울대 규장각 등의 한심한 행동들도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입니다.

허나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속성의 책이라 점수를 주기가 좀 애매하네요. 제 별점은 2.5점. 재미로 읽을 책도 아니고 기대했던 자료적인 가치가 높지 않아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는데 우리 문화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임에는 분명하므로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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