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 혜문 지음/작은숲 |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 스님이 여러 가지 문화재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크게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망각의 역사"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잊은 과거의 비극과 그 유물에 대해 알려주며, 두 번째 "환국의 그림자"는 우리가 되찾은 문화재의 허와 실을 다룹니다. 마지막 "빼앗긴 문화재의 꿈"에서는 꼭 되찾아야 할 문화재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요.
읽기 전에는 부제인 "다보탑의 돌사자는 어디로 갔을까?"처럼 문화재의 행방을 추적하는 일종의 탐정 소설 느낌의 논픽션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앞서 말해드린 챕터별 주제에 대한 에세이라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다보탑 돌사자 이야기는 제가 이미 알고 있는, 87년 10원짜리 동전 속 애기불상 루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결국 어디로 갔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는 결론이라서 실망스러웠고요.
그래도 문화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는 했습니다. 책의 핵심이자 중심이 되는 세 번째 챕터 대부분이 그런 성격인데, 예를 들어 오쿠라 호텔의 사설 박물관인 오쿠라 슈코칸에 우리의 석탑 등이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과 도쿄 국립 박물관에 소장된 도굴왕 오구라 컬렉션에 대한 내용은 평범한 독자에게도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소설 "꺼삐딴 리"에서 주인공이 미 국무부 직원에게 뇌물을 바치는 장면과 실존 인물인 그레고리 헨더슨의 헨더슨 컬렉션에 대한 소개는 정말 가슴 아픈 근현대사의 장면이었고요. 더불어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반환 언급이 금지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얼마나 매국적인 협상이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그나마 반환받은 문화재들도 국보급이 아니라 짚신이나 막도장 같은 어이없는 물품이 많았다는 점도 황당하더군요.
아울러 제가 기대했던 문화재 탐정류의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방향은 달랐지만 기이한 유물이나 문화재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 '히젠도'의 유래나 현재까지 그 칼이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한때 유명했던 '명성황후의 표범 카펫' 이야기를 다시 알게 된 것도 반가웠습니다.
그 외에도 혜문 스님과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해 환수받은 조선왕조실록에 숟가락만 얹고 언론 플레이만 열을 올리는 서울대의 행태, 다양한 질문에 무성의하게 답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 규장각 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했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 점수를 매기기엔 애매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고, 기대했던 자료적인 가치가 높지 않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우리 문화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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