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Q 앤드 A 1~6권 세트 (묶음) - 아다치 미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
어릴 적 형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전근으로 떠났던 옛 집으로 6년 만에 돌아온 안도 아츠시. 그는 돌아온 날 집에 지박령으로 남아있는 형 히사시(통칭 큐짱)의 유령을 보게 된다...
아다치 미츠루의 최신작입니다. 딱히 찾아보지는 않지만, 눈에 뜨이면 보게 되는 작가이지요. 형제와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 여자아이, 그리고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형의 사고사는 작가의 대표작 "터치"의 설정을 그대로 따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쌍둥이가 형제, 그리고 뛰어났던 쪽이 형이라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 외 캐릭터들, 성격 모두 기존 작품에서 이리저리 따왔습니다. 안도 아츠시 – 히로(H2) / 오가사와라 이치로 – 닛타 아키오(터치), 세키(러프) / 유후 – 카츠키(카츠), 아오바, 모미지 "크로스게임"... 인 식입니다. 즉, 전형적이고 매너리즘 가득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크로스게임"처럼 야구를 중심 소재로 과거 히트작을 짜깁기한건 아닙니다. 육상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나 그냥 양념처럼 쓰일 뿐, 내용 자체는 그간 아다치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유령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에피소드 중심의 일상계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유령이 나오는 하이틴 코미디라는 점에서는 괴작 "유&미"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약간 성인(아저씨) 취향의 개그라든가, 제목도 비슷하네요. 여튼, 덕분에 "크로스게임"에서 정점을 찍었던 진부함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냐 하면 좀 애매합니다. 6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끌고 나갈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도 툭툭 튀는 느낌이 강했던 탓입니다. 작가가 스토리 전개에 큰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설정도 많았고요. 대표적인 게 큐짱이 빙의하면 아츠시를 일반인 이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귀신 보는 소녀는 왜 등장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외 캐릭터들—라이벌이라는 오가사와라 이치로나 귀신 감독 등—도 마찬가지로 낭비되고 있으며, 마지막 타임슬립 비슷한 설정도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류의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90년대 스타일이라 요즘에도 통할까 싶은 의문도 들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밝고 순진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니까요. 여기에 바뀌지 않은 작화와 전개 스타일도 더해져 20여 년 전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하나의 스타일이 된 거장의 여유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소품입니다. 쉬어가는 의미로는 적절했습니다. "전국대회 1위를 하면 사귀자!"라는 순진한 고백만큼은 매력적이었던 만큼, 복잡한 설정이나 캐릭터는 다 덜어내고 한두 권짜리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진배"처럼요. 그래도 한번 힘을 뺀 만큼, 후속작 "믹스"에서는 예전의 힘을 다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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