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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2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 하시 몬도 외 / 페가나 : 별점 3점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 6점
하시 몬도/페가나

"심령 살인사건"에 이은 페가나북스의 두 번째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입니다. 건승을 기원한다는 글도 남겼었는데 출간된 지 1년도 더 되었네요. 조금 무안합니다.

작가의 명성보다는 추리소설의 형식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일본 근대 추리 단편의 걸작을 골라 수록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확실히 그에 걸맞게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작품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분량도 적절하고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번역도 깔끔하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요. 최소한 2,000원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다시금 페가나북스의 건승과 함께,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기를 기원합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방" - 하시 몬도

전전 홋카이도의 가혹했던 노동 현장(일명 문어방)을 무대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관리가 파견되어 노동자들로부터 고충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내용입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지하 강제 노역장이 연상되는 독특한 무대가 인상적이며, 발표 시기에는 금기시되었을 듯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현장 묘사도 짧지만 꽤 괜찮은 편이고, 극적 반전—사실은 정부관리가 파견되기 전 불평분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쇼였다—도 좋았고요.

한 번 정도 더 비틀어 주인공 화자가 진짜 정부관리 앞에서 또다시 실태를 증언하고, 그것조차도 쇼인지 아닌지 독자가 고민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깔끔한 단편이라는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덤불 속"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 원작 중 하나. 영화는 소설 "라쇼몽"의 무대 설정에 이 "덤불 속" 서사를 혼합한 구조라고 하죠.

여러 증언을 통해 진상을 밝히려는 전통적 추리물 구조를 갖추고는 있으나, 끝내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피해자 타케히로의 마지막 증언—빙의를 통해 전달된—때문에 더더욱 그러하지요. 다른 인물들이 모두 자기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만큼, 피해자의 증언이야말로 진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여지기는 하지만요.

발표 시기를 고려하면 독창적 시도였음은 분명하겠지만, 지금의 독자에게는 그 울림이 약합니다. 유명세에 비해 감탄할 만한 요소도 많지는 않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세 광인" - 오오사카 케이키치

이전까지 몰랐던 작가인데 정말 인상적인 본격물이었습니다. 망해가는 정신병원을 무대로 세 명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특징을 복선과 트릭에 훌륭히 녹여낸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토록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인물이 과연 피해자의 주요한 특징을 간과했을까? 라는 의문은 들지만, 워낙 본격물로의 완성도가 높아서 이 단편집 중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진동마" - 운노 쥬자

화자인 "나"가 친구 카키오카 아키로의 기묘한 낙태 작전, 그리고 직후 닥친 폐질환에 대해 서술해나가는 이야기.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공명 현상을 이용해 자궁을 진동시켜 낙태를 유도한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습니다. SF 작가다운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카키오카의 폐와 여성의 자궁 크기가 유사하다는 우연, 이를 기반으로 범죄를 계획하는 화자의 전개는 억지스러웠습니다. 또한 탐정이 갑자기 등장해 모든 진상을 설명하는 방식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사망보험금 수령이라는 단서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디어는 뛰어났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구성과 전개가 부족한데 전문 추리작가가 썼다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듯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는 누구를 죽였는가" - 하마오 시로

아내의 불륜 상대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 인물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그 차량 운전자가 바로 첫 번째 피해자의 형이었다는 내용으로 치밀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에서 모든 사고가 우연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다양한 복선(특히 자동차 교체)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등, 여러모로 모범적인 범죄물 단편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국내에 작가의 장편인 "살인귀"가 번역되어 있다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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