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4/09/11

아마추어 괴도 -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 / 최혜수 : 별점 1.5점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이래저래 바빠서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오랫만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작품은 코난 도일의 매제이기도 한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이 발표한 신사도둑 래플스 시리즈 단편선으로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는 몇몇 앤솔로지에 단편 한두개가 소개된 것이 전부인 시리즈로 그동안은 출간된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이번 추석 연휴때 리디북스 가입 후 검색하다가 발견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알라딘에는 등록되지 않은 책이거든요.
여튼, 책 자체는 적절한 분량의 단편집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번역도 괜찮은 편이기는 합니다. 퍼블릭 도메인이 되어 번역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데 시도 자체만큼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죠.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많이 아닙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세 때문에 기대가 높았었던 탓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기대이하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추리적으로 특기할만한 부분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도둑"이라는 설정이기에 나름 정교한 범죄계획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전개는 래플즈가 화자역인 버니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히지 않은채 사건이 일어날때까지 기다려라! 라고 한뒤 사건이 일어나면 계획없이 그냥 임기응변으로 떼우는 식이거든요. 퍽치기 노상강도도 이놈보다는 치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추리고 뭐고 있을리가 없지요. 괴도가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왜 이 단편집의 제목이 <아마추어 괴도>일까? 궁금했는데 내용만 보면 정말이지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울러 소설 자체만 놓고봐도 그렇게 잘 쓴 작품이 아니에요. 전개가 급작스럽고 대충대충인 것에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도 몇명 없는데 그들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거든요. 예를 들어 왓슨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드킥 버니조차도 빚에 쫓겨 범행을 저지르는 주제에 뭐 이리 할 말이 많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한탕 제대로 저질러서 발을 씻겠다라는 결심이라도 하던가.

한마디로 선과 악의 경계에 절묘하게 걸쳐진, 겉으로는 크리켓의 명수인 부유한 신사이지만 정체는 도둑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래플즈의 설정 외에는 건질만한 부분이 없는 작품입니다. <셜록 홈즈>보다는 <루팡3세>에 가까운 모험물로 솔직히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요. 별점은 1.5점. 같은 괴도 시리즈라도 뤼뺑 시리즈와는 비교가 불가의 수준으로 역사적인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 별점일 뿐 콘텐츠만으로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번역되어 소개된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이래서야 계속 읽게될 것 같지는 않군요. 어차피 후속권이 나온 것 같지 않아 다행이긴 합니다만.


<3월 15일>
시리즈의 시작. 빚으로 궁지에 몰린 버니가 학창시절 선배인 래플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가 그의 은밀한 직업을 알게된다는 작품.
작품의 장단점이 모두 선보입니다. 장점은 래플즈라는 캐릭터이고 단점은 그 외의 모든것인데... 래플스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세운 계획이라고는 보석상 건물 위층에 방을 얻는 것이 전부일 뿐 나머지는 모두 범행당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치밀하거나 추리적으로 돋보이는 점이 전무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시대를 앞서간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에 점수를 줍니다.
참고로,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소개된 것과 같은 작품이니 참고하시길...

<시대극>
래플즈가 미워하는 루벤 로젠탈이라는 졸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한 계획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전은 유치할 뿐더러 로젠탈에게 이미 간파되었기 때문에 사로잡혀 수모를 당하다가 겨우 탈출하는 것이 전부인 이야기. 실패한 모험담에 불과하여 래플즈의 은신처라던가 변장을 이용한 탈출같은 소소한 디테일 외에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젠틀맨과 플레이어>
뛰어난 크리켓 선수라는 래플스의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 목표로 한 보석을 노리는 다른 프로 도둑이 있고 그를 추격하는 경찰까지 잠입한 상황에서 보석을 훔친다는 전개는 인상적이지만 실제 범행은 우연히,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에 가까워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별다른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그래도 여유로우면서도 임기응변에 뛰어난 래플즈 캐릭터만큼은 괜찮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첫걸음>
래플스의 첫 범죄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호주에서 무일푼이 된 래플스가 자신의 먼 친척을 찾아가다가 범죄에 휘말린다는 내용인데 중간에 우연히 산적과 만난 것이 "래플스"라는 인물에 대해 오해를 불러오고 이것이 범죄의 씨앗이 된다는 것은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는 늙은 말까지 빌려주었던 의사가 진상을 왜 깨닫지 못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래도 이 정도면 이 단편집에서 베스트로 꼽을만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의살인>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장물아비 베어드 영감을 살해하려는 래플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이색작. 단순한 괴도신사가 아니라 냉혹한 살인자까지 될 수 있는 점을 묘사했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정작 내용은 우연이 겹쳐져서 의도와 다르게 흐르기는 하지만 말이죠. 별점은 1.5점입니다.

<법의 경계>
작품들 중 유일하게 합법적인 절도행각을 다룬 작품. 의절한 아들이 헐값에 팔아넘긴 그림을 되찾기 위한 작전에 고용된 래플스 - 버니 컴비의 이야기인데 특별한 작전도 없고 쉽게쉽게 전개되기에 뭐 별도로 언급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래도 약간의 반전과 함께 차라리 이런 식의 "해결사"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설정만큼은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별점은 2.5점.

<리턴매치>
<젠틀맨과 플레이어> 편에서 검거되었던 프로도둑 크로셰이가 래플즈를 찾아와 자신의 탈출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 역시나 전편에서 이어지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매켄지 경위가 라이벌로 등장하여 긴장감을 높여주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탈출 장면은 기대만큼 교묘한 맛은 없어서 아쉬우나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래플즈의 모습만큼은 꽤나 볼만했습니다. 별점은 2점.

<황제의 선물>
독일 황제의 진주를 훔친다는 일생일대의 범죄를 계획한 래플즈 - 버니 컴비가 다시 매켄지 경위와 대결한다는 내용으로 두명이 체포되지만 래플즈는 탈출한다는 의외의 결말이 돋보였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뤼뺑이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한 뤼뺑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체포가 너무 손쉽고 허무해서 아쉬웠습니다. 보석을 훔쳐낸다는 작전도 딱히 볼게 별로 없었고 말이죠.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에는 참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완결편이랄까요... 가니마르, 혹은 제니가타가 연상되는 매켄지 경위의 모습만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