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이래저래 바빠서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작품은 코난 도일의 매제이기도 한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이 발표한 신사도둑 래플스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는 몇몇 앤솔로지에 단편 한두 편이 소개된 것이 전부였지요. 출간된 사실조차 몰랐는데, 우연히 이번 추석 연휴 때 리디북스 가입 후 검색하다가 발견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알라딘에는 등록되지 않아서 놓쳤었습니다. 분량도 적절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번역도 괜찮습니다. 퍼블릭 도메인이 되어 번역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데, 시도 자체만큼은 무척이나 반갑네요.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많이 아쉬웠습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 명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기대가 높았던 탓도 있지만, 이 정도로 기대 이하일 줄은 몰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추리적으로 언급할 부분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괴도가 주인공이라 정교한 범죄 계획을 기대했는데, 실상은 래플스가 화자 역할인 버니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막상 범행은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에 의존할 뿐입니다. 범죄의 치밀함은커녕 퍽치기 노상강도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당연히 추리적 쾌감도 없어요.
소설로서의 완성도 역시 부족합니다. 전개는 급작스럽고 허술하며, 캐릭터들의 매력도 살리지 못합니다. 예컨대 왓슨 역이라 할 수 있는 사이드킥 버니는 빚에 쫓겨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인데다가 지나치게 수다스러워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역사적 의미와 함께 선과 악의 경계에 절묘하게 걸친, 겉으로는 크리켓 명수이자 부유한 신사지만 정체는 도둑이라는 래플스의 조금 독특한 설정 외에는 건질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셜록 홈즈"보다는 "루팡 3세"에 가까운 모험물로,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망작입니다. 시리즈가 더 출간되어도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3월 15일"
시리즈의 시작으로 빚에 몰린 버니가 학창시절 선배인 래플스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그의 은밀한 직업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래플스라는 캐릭터가 유일한 장점이고, 그 외 모든 것은 단점입니다. 래플스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세운 계획은 위층에 방을 얻는 것 뿐이고, 나머지는 범행 당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전개라 추리적 치밀함은 전무하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참고로,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소개된 것과 같은 작품입니다.
"시대극"
래플스가 미워하는 졸부 루벤 로젠탈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계획도 유치할 뿐 아니라, 계획이 간파당해 체포당할 위기를 맞는다는 실패담입니다. 수모를 당하다 겨우 탈출하는 내용이 전부에요. 별점은 1점입니다.
"젠틀맨과 플레이어"
래플스가 크리켓 선수라는 설정이 부각되는 작품입니다. 보석을 노리는 프로 도둑과 경찰이 등장하는 설정도 흥미롭고요. 무엇보다도래플스 캐릭터만큼은 인상적이라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범행은 우발적이라서 추리적 쾌감은 전무합니다.
"첫걸음"
래플스의 첫 범죄를 다룬 이야기. 호주에서 무일푼이 된 래플스가 먼 친척을 찾아가던 중 산적과의 오해로 범죄에 휘말리는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단서인 말과 관련된 인물이 진상을 왜 깨닫지 못했는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낫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고의살인"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장물아비를 살해하려는 래플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이색작. 괴도 신사가 냉혹한 살인자로 묘사되는 점이 신선하지만, 우연의 연속으로 내용이 흘러가는 점은 아쉽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법의 경계"
유일하게 합법적 절도를 다룬 이야기. 헐값에 팔린 그림을 되찾기 위한 의뢰지만, 특별한 작전도 없고 내용도 별다른 위기 없이 쉽게 전개됩니다. 다만 래플스가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는 설정은 꽤 매력적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리턴매치"
"젠틀맨과 플레이어"에서 등장한 프로 도둑 크로셰이가 탈출 후 도움을 청하러 래플스를 찾아온 이야기로 스코틀랜드 야드의 매켄지 경위가 다시 등장해 긴장감을 전해줍니다. 탈출 장면은 기대보다 밋밋하지만, 궁지를 타개하는 래플스의 모습은 볼 만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황제의 선물"
독일 황제의 진주를 훔치려는 일생일대의 작전을 계획하지만, 결국 체포당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래플스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체포 과정이 허무하고, 범죄 계획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서는 아쉬웠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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