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납금에 대한 감찰 조사 탓에 어머니 장례식 중 급하게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는 실수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뒤, 급한 나머지 시체를 어머니 관 속에 유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처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를 협박하는 괴전화가 걸려오는데...
올여름 시즌 의외로 대박난 한국영화. 당연히 극장에서 본 것은 아니고 IPTV에 떴길래 간만에 감상한 작품입니다.
처음에 간단한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에는 연이어 닥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처럼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중 최고작이라 생각합니다). 마침 초반부에 시체를 숨기는 고건수의 모습은 생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웃기면서도 긴박한 상황을 굉장히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여러 가지 디테일을 활용하는 솜씨도 제법이었고요.
그런데 시체를 숨긴 뒤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부분부터는 예상과 다르게 범죄 스릴러로 탈바꿈하는데, 이 역시 대박입니다. 고건수와 협박범 박창민과의 소소한 밀당에서 대체 왜 시체를 찾는지가 드러나는 과정이 빠르면서도 정교하게 전개될 뿐더러, 최 형사의 죽음과 같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도 많아서 적절한 긴장감과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덕분입니다.
감독이 호러 영화도 잘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많은데, 특히 폭탄이 곧 터질 것 같은데도 해장국 먹으러 가자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빼어난 전개 덕분에 마지막 폭탄을 이용한 사건 해결까지는 정말이지 별 4개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마지막에 뜬금없이 박창민이 살아 돌아와 고건수와 대결을 벌인다는 결말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분명 죽은 줄 알았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나타나 맨손 격투를 10분 이상 벌인다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된다 생각되거든요. 인간 이상의, 어떻게 보면 몬스터 같은 캐릭터성을 극대화하여 최종 보스로서의 역할은 확실히 보여주지만 너무 오버였어요. 어떻게 돌아왔는지 정도만 살짝 묘사해 주고 결투 장면을 보다 짧게 편집하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대박 흥행이 수긍이 가는 제법 잘 만든 스릴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병폐인 뜬금없는 신파가 등장하지 않고, 여전히 속물인 고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필로그도 괜찮았어요.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